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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아닐 수도 베트남 작가6인 소설선

시리즈 : 아시아 문학선 [15]

바오 닌, 응웬 빈 프엉, 따 쥬이 아인 외 저 | 하재홍, 김주영 역 |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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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625230 / 208쪽 146 x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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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람들이 역사의 교훈을 존중한다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해. 손에 총을 들 것이 아니라 책을 들고 옛날이야기를 서로 나눠야지. 자신들의 나라와 민족에 대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 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양해도 구할 수 있고, 도움도 줄 수 있는 거지. 심지어 서로 사랑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의 작가, 반레가 작품에서 한 말이다. 이 책은 반레와 똑같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베트남전. 그것이 베트남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가다?의 어머니가 문턱에 앉아 길가와 아버지의 재단을 바라보는 것이고, 사진 속의 젊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여전히 날아가는 흰 구름?의 할머니가 비행기 안에서 좌석 테이블에 제사에 쓰는 꽃, 파란 바나나 다발, 유품, 쌀, 향불을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그 옛날 마을에서 가장 예뻤던 그녀?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몇 달 머물다 떠난 군부대에 보름가량 공허함에 빠지고, 한없이 슬퍼하며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숲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납부리새들?의 내가 아주버님이 꿈속에라도 제발 나타나길 울면서 기도하는 것이었다. 종교. 베트남은 종교의 자유가 있을까. 믿을 자유는 있으나 믿으라고 권유하는 선교의 자유는 없다. 베트남 정부에서 믿을 권리와 믿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인정하기 때문이다. ?니에우 남매, 이쪽 꾸인 저쪽 꾸인, 그리고 삼색 고양이?의 인물들이 무당을 믿건, ?그럴 수도 아닐 수도?의 인물들이 절에 가건, 교회에 가건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호불호도 특별히 없다. 유교문화.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의 아내는 일 년 동안 11번의 제사를 지낸다. 아내는 제사문화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거짓말이 쌓아 올린 퇴적물 위에 온갖 미사여구들이 넘치는 사회’라고 인식한다. 결국 아내는 남편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떠난다. 남편도 이에 동의하고 나중에 자신도 합류하기로 한다. 베트남은 종교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집에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모시는 제단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제를 올리고, 제사 때뿐만 아니라 집안의 애경사가 있을 때마다 제를 또 올린다. 국제결혼. 베트남 사람들은 국제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승의 길?의 비는 미국인과 결혼한다. 베트남은 54개 다민족국가다. 수천년 동안 이민족과 어우러져 살아왔기에 이민족에 대한 포용력과 적응력이 강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 상대였던 프랑스, 미국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고, 모든 나라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베트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소개

1952년 1월 18일 베트남 중부 응에 안 성 지엔 쩌우 현 출생. 본명은 호앙 어우 프엉. 그의 필명은 선조들의 고향인 꾸앙 빈 성 꾸앙 닌 현 바오 닌 사에서 따왔다. 1969년 쭈 반 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일곱 살에 베트남인민군대에 자원입대했다. 3개월간 사격 등 군사훈련을 받고 인민군 이등병으로 10사단에 배치, 바로 B3전선에 투입되었다. 첫 전투에서 소대원 대부분이 전사하는 바람에 5개월 만에 하사로 진급한 그는 소대 지휘관으로 전쟁이 끝날 때까지, 6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웠다. 베트남전쟁의 마지막 작전이었던 사이공진공작전에 참여한 그는 소대원들과 함께 떤 선 녓 국제공항 점령 전투에 투입되었다.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 공수 부대와의 치열한 최후 교전 끝에 떤 선 녓 국제공항을 장악했을 때 살아남은 소대원은 그를 포함하여 단 두 명이었다. 이 전투와 함께 길고도 길었던 베트남전쟁은 끝났고, 그는 전사자 유해발굴단에 참여하여 8개월간 베트남 산하에 버려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한 다음 전역했다. 하노이로 돌아와 불법적인‘식량 밀거래’를 하는 전역병들과 몰려다니며 황폐한 생활을 하던 그는 응우옌 주 문학학교에 입학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바오 닌의 첫 장편인『전쟁의 슬픔』은 출간되자마자 베트남 문학계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환영과 찬사를 받았고 베트남 문학 최초로 1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전쟁의슬픔』은 1991년 베트남 작가 협회 최고 작품상, 1995년 런던《인디펜던트》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 문학상, 2011년 일본《일본경제신문》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1년 베트남교육연구원 ‘좋은 책 선정위원회’는 발행 연도와 관계없이 2011년 현재 베트남에서 읽히고 있는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는‘가장 좋은 책 상’의 수상작으로『전쟁의 슬픔』을 선정했다.


 

1965년 타이 응웬에서 태어났다. 
현재 베트남 작가회 부주석, 『군대문예』 잡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199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무심한 낚시』로 2012년 하노이작가협회 최고작품상, 소설 『나 그리고 그들』로 2015년 하노이 작가협회 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나 그리고 그들』은 2021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젠장』(1990), 『늙어죽은 어린이들』(1994), 『부재자』(1999), 『쇠퇴한 기억』(2000), 『시작하자마자』(2004), 『나 그리고 그들』(2014), 『얘기를 마치고 떠나다』(2017) 등의 소설을 펴냈고 시집으로 『독기』(1993), 『몸에서 멀리』(1997), 『죽어서 푸른 하늘로』(2001), 『무심한 낚시』(2011) 등이 있다.

1959년 하노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따 비엣 당이다. 응웬 쥬 문예창작학교를 졸업했으며, 응웬 쥬 문예창작학교의 강사, 작가회 출판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1980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책 30권(소설 8권 포함)을 출간했다. 국내의 문학상을 7차례 수상했다. 2000년부터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됐다. 
단편소설 「저주를 넘어」가 영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로, 단편 「자정에서 새벽으로」가 영어, 독일어로, 단편 「악마의 역병」이 불어로, 단편 「그 옛날 마을에서 가장 예뻤던 그녀」가 영어로, 단편 「새로운 옛 이야기」가 러시아로, 장편 『고생한 노인』이 불어로, 장편 『하느님』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후, 베트남 국립 호찌민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문학과에서 문학 번역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한 책으로 『쩌우 까우 이야기』, 『눈을 감고 창을 열면』 등이 있고 『응우옌후이티엡 단편집』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경원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호찌민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 베트남 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교육종합연구원 객원연구원, 하노이대 한국어과 강사를 했다. 석사 논문으로「베트남 전쟁 주제의 한국 문학과 베트남 문학의 사실성 비교」, 박사 논문으로「베트남전쟁 주제의 미국과 베트남의 대표적 소설 비교」를 썼다. 문화 교양서『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다문화 속담여행』과 어학 교재『엄마 아빠와 함께 배우는 베트남어』를 공저했다. 옮긴 책으로 응웬옥뜨의 중편소설『끝없는 벌판』(2007), 반 레의 장편소설『그대 아직 살아있다면』(2002)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베트남은 한국의 세 번째 수출 대상국이자 다섯 번째 수입 대상국. 한국과 베트남에는 교민이 각각 이 십만명 씩 거주. 한베 양국의 관계지표는 그렇게 밀접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과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와 차이가 있습니다. 베트콩, 미제국주의 용병, 공산주의, 자본주의, 느긋느긋, 빨리빨리, 무사안일, 다혈질, 팔려 가는 베트남 신부, 사가는 한국 신랑. 각종 이미지가 서로의 시야를 색안경처럼 가리고 있어 눈앞에 있는 상대의 본모습이나 진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 하재홍, 「머리말」

베트남 소설선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역시 수많은 고민과 선택 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원작을 읽고 이해하고 한국어 어휘와 표현을 골라 다시 쓰고, 또 말끔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습니다.
- 김주영, 「옮긴이의 말」

무언가 방금 온 듯한데, 서늘하고 공포스러운 그것이 무당 몸속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꼬맹이가 붉은 공단천을 갑자기 무당 머리에 뒤집어씌웠다. 그 붉은 천 안에서 무당의 몸이 갑자기 격렬하게 뒤틀렸다. 천이 벗겨졌을 때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당의 찡그린 얼굴은, 만두가 물에 분 것처럼 부어있었다.
- 응웬 빈 프엉, 「니에우 남매, 이쪽 꾸인 저쪽 꾸인, 그리고 삼색 고양이」

- 알았어. 자기는 날 잊으면 안 돼.
- 제길 어떻게 잊겠어. 나는 돌아올 거야. 반드시 자기한테 돌아올 거야. 나는 그저 이 천 아홉 걸음만 갈거야.
- 아니야, 이 천 여덟 걸음이지.
- 응웬 빈 프엉, 「가다」

“난 절대 죽은 사람을 질투하는 게 아니야. 당신, 기도나 좀 해봐. 넘 형이 돌아오도록 기도 좀 해보라고.”
나는 울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넘 아주버님, 현명하게 살다가 성스럽게 가신 이여, 제 꿈에 나타나 주세요. 저는 탄의 아내예요, 탄의 평생의 연인이죠. 이승과 저승은 너무도 머네요. 아주버님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아주버님의 가족들을 받아들이고 돌봐 줄게요. 저희에게 돌아와 주세요…
- 보 티 쑤언 하, 「숲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납부리새들」

투언 영감은 영안실 근처를 배회했다.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손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영안실 노인은 머뭇거리다가 아기의 영혼이 따라붙을 수도 있으니 들춰봤으면 어서 가라고 말했다. 다 자라지 못한 아기의 몸을 껴안고서 투언 영감은 재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비를 돌보고 있는 아내와 딸들은 내버려둔 채 그는 가장 경험이 많아 보이는 쌔옴 기사를 불러 그 작은 관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사와 영감은 함께 호아가 정원에 심어놓은 배롱나무 근처에 땅을 파고서 자그마한 아기를 묻었다.
- 투이 즈엉, 「이승의 길」

일 년에 제사가 열한 번이에요. 당신 기억하세요. 서랍 안에 넣어둔 종이에 한 분 한 분의 제삿날을 분명히 적어 두었어요. 큰 아주버님의 제삿날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당신한테 얘기했었는데 당신이 잊을 때가 있더라고요. 딸이랑 여기로 건너오기 이틀 전에 어떤 낯선 여자가 덧 아주버님의 영정과 향로를 전해주러 왔다며 우리 집 문을 두드렸어요. 그 여자가 자기는 더 이상 아주버님의 제사를 지낼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부처님 문전에서 걸식이라도 하라고 덧 아주버님을 절에 모셨는데 계속 아주버님이 눈에 밟혀서 데려오려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는 거였어요.
- 이 반,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은 뚝 누나가 무리에서 떨어진 해오라기처럼 남몰래 떠나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누나가 아무런 말도 없이 오랫동안 멀리멀리 가버린 것이었다. 마을 곳곳에서 여느 때처럼 드문드문 온갖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입이 한가한 자가 수도 없이 많아서 그때마다 소문은 기괴했다. 어떤 사람은 누나가 남자에 목말라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은 뚝 누나가 결혼 시즌에 끊이지 않는 폭죽 소리를 견디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서른다섯 살 여자에게 이렇게 차고 건조한 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이라니!
- 따 쥬이 아인, 「그 옛날 마을에서 가장 예뻤던 그녀」

할머니는 조용히 앉아, 몸을 앞으로 숙이며 두 손을 합장했다. 깡마른 체구였다. 좌석 테이블엔 제사에 쓰는 꽃, 파란 바나나 다발, 유품이 차려져 있고, 쌀이 담긴 유리컵엔 향 세 개가 꽂혀 있었다. 컵에 담을 수 있는 손바닥 크기의 코팅 사진도 있었다.
여승무원이 급히 왔다. 그녀는 내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 바오 닌, 「여전히 날아가는 흰 구름」

그로부터 사랑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피했다. 나는 종합대 화학과에 시험 보고 합격했다. 히엔은 지원을 포기하고 더이상 종합대 시험은 보지도 않고 다른 학교 시험을 봤다.
심지어 몇 년 후 동창회 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의 눈빛을 피했다. 히엔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나는 급히 눈을 돌렸다. 스스로의 태도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 바오 닌, 「딱밤」

한시가 급해 우물쭈물하고 있을 수 없었지만 떠나기 전에 사단장은 문득 무언가를 기억해 내고서는 허겁지겁 나에게 말했다. “쟝이 자네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아뿔싸, 지금 안 가지고 왔네. 다음번에 가져다줄게, 알았지 훙…”
그 ‘다음번’은 없었다. 나에게는 사단장을 다시 만나게 될 기회가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사단의 정찰병으로 진급되었던 다음 건기까지도 내내 전혀 그를 다시 만날 수가 없었다. 사단장은 우리 사단이 전투에 임하던 첫해의 건기 막바지에 전사했다.
전쟁, 군인의 삶, 젊음, 모든 것이 그러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럴 뿐이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그럴 뿐이었지만 그 후에는 줄곧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픔이 되었다. 남모르는 상실의 아픔 말이다.
- 바오 닌, 「쟝」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리고 1995년 처음 베트남에 다녀와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꾸렸고 이후 꽤 오래 나름대로 활동해 온 나로서는, 두 나라가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학적 교류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이야말로 서로 다른 문화들을 이어주는 가장 훌륭한 오작교이기 때문이다.
- 김남일, 「해설」

목차

머리말 / 하재홍
옮긴이의 말 / 김주영

니에우 남매, 이쪽 꾸인 저쪽 꾸인, 그리고 삼색 고양이 / 응웬 빈 프엉
가다 / 응웬 빈 프엉
숲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납부리새들 / 보 티 쑤언 하
이승의 길 / 투이 즈엉
그럴 수도 아닐 수도 / 이 반
그 옛날 마을에서 가장 예뻤던 그녀 / 따 쥬이 아인
여전히 날아가는 흰 구름 / 바오 닌
딱밤 / 바오 닌
쟝 / 바오 닌

해설 /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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