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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종의 최후

정준호 저 | 을유문화사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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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2021년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가 타계한 지 50년째가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음반사와 악단이 그의 음악을 더욱 널리 알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스트라빈스키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작곡된 지 오십 년에서 백 년이 지난 그의 음악이 지닌 신선한 충격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스트라빈스키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결코 빠뜨려서는 안 될 작곡가로 자리잡았다.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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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431468 / 480쪽 130 x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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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국적, 고향, 심지어 자신의 예술 스타일까지 어떤 것에도 미련을 갖지 않았던 방랑자 스트라빈스키의 삶은 끝없는 여정이었다. 이 여정에는 두 가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하나는 스트라빈스키 자신의 욕망이었고, 다른 하나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결이었다. 무명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하던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 최고의 흥행사인 댜길레프에게 발탁되면서 파리로 활동지를 옮겼다. 그곳에 도착한 그에게 길에서 처음으로 말을 건 사람은 무려 ‘앙팡 테리블’ 장 콕토였다. 이처럼 당시의 파리는 역사에 남을 예술가들이 드글대는 곳이었다. 드뷔시와 라벨은 그곳에서 프랑스 음악 최고의 순간을 갱신했고, 피카소와 마티스는 서로 끝없이 부딪히며 미술의 한계를 확장했으며, 코코 샤넬은 혼자서 여성 패션의 개념 자체를 뒤집고 있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예술’의 영향을 받았고, 이를 통해 러시아에 뿌리를 둔(그리고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 준) 자신의 원시주의 음악에서 벗어나 다음 시기로 나아갔다. 결국 그는 프랑스로 국적을 바꾸었다. 프랑스가 자신의 예술을 더 잘 이해해 주기도 했지만,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고국에 남겨 둔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돌아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의 참화를 피해 스위스로 건너간 그는 20세기 중반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국적을 옮겼다. 전쟁 이후 경제와 문화 양면에서 급성장한 미국이 클래식 음악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역사의 흐름은 늘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어 냈고, 스트라빈스키는 그곳을 찾아가 새로운 집으로 삼았다. 세계 대전으로 인해 망명한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스트라빈스키에게 고향은 별 의미가 없었다. 수많은 우정도, 지나간 영광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의 작곡 스타일까지 변화시켰다. 그는 더 좋은 결과물만 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차용했으며, 그중에는 음렬주의처럼 과거의 자신이 싫어했던 스타일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지나간 것이라면 자기 자신조차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이어질 명성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스트라빈스키의 삶과 유산을 다루는 국내 최고의 전기 국내에서 손꼽히는 클래식 음악 전문가인 저자는 이처럼 독특한 열성을 지닌 스트라빈스키의 생애를 착실히 묘사한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이 출간된 뒤에 새로이 발견한 사실과 논쟁을 추가했다. 저자는 인기 소설가인 줄리언 반스가 쓴 소설 『시대의 소음』이 쇼스타코비치를 영웅화하기 위해 스트라빈스키를 폄하했음을 지적하며,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최신 스트라빈스키 공연 영상들을 선별해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화가 샤갈과 스트라빈스키의 공통점을 다룬 부분처럼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자 특유의 통찰도 인상적이다. 착실한 전기적 요소와 음악 전문가의 통찰력을 겸비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21세기 들어 더욱 빛을 발하는 스트라빈스키의 진면목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준호
저자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 한국어판 편집장을 역임했고(2000~2004), KBS 라디오 93.1㎒ 을 진행했다(2007~2018).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2006), 『이젠하임 가는 길』(2009), 『차이콥스키』(근간)를 썼다.

책 속에서

니진스키는 스트라빈스키를 인간적으로는 존경하지 않았다. 이는 찬사 일변의, 그리고 언제나 자신만을 대변해 온 현대음악의 거인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극소수 의견이기도 하다.
“나는 인생이 무엇인지 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인생이 무엇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고르는 내가 그의 목표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부와 명성을 추구한다. 나는 부와 명성을 바라지 않는다. 스트라빈스키는 훌륭한 작곡가지만 인생에 대해 쓰지는 않는다. 그는 아무런 목적 없는 소재들을 창안한다. 나는 목적 없는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자주 그에게 목적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 그는 나를 한갓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 스트라빈스키는 일의 낌새를 예민하게 알아챈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스트라빈스키는 내 친구이고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한다. 그는 나를 느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의 길 위에 있기 때문에 나를 적으로 생각한다.”
-121~122p

만년까지도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에 만족하지 못했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손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봄의 제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봄의 제전》을 쓰면서 어떤 체계도 따르지 않았다. 당시 내가흥미를 갖던 다른 작곡가들, 곧 쇤베르크, 베르크, 베베른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음악은 훨씬 ‘체계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위대한 전통에 의해 지탱되었다. 《봄의 제전》을 쓰면서 내가 믿을 것이라고는 내 귀뿐이었다. 나는 들었고 내게 들리는 것을 적었다.”
-123~124p

드뷔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은 좋아하지 않았다. 드뷔시는 그를 가리켜 “최악의 자생 악파”라고 말했다. 그러니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도 고개가 갸웃했을 것이다. 드뷔시는 스트라빈스키를 친절히 대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다른 생각을 비추기도 했다. 두 사람은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나란히 앉아서 본 직후 《봄의 제전》 초연을 관람했다. 당시 극작가 르노르망이 본 드뷔시의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과연 르노르망의 시각은 정확했다.
“그것은 억제하지도 감추지도 못하는 슬픔이었다.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 앞에 놓인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것은 뒤에 남은 슬픔이자,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형식을 마주친 예술가의 고통이었다.”
-215p

앙세르메는 스트라빈스키에게 음렬 음악에 반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네가 ‘Morituri te salutant(로마 검투사들이 대결 전에 외치는 문구)’라는 경기를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게. 먼저 각 여덟 음절마다 선수를 배치하는 거야. 자네는 음절의 순서를 뒤집을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바꿀 수도 있네. 마지막으로 모든 음절이 동시에 소리 나도록 외치는 거야.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알겠나?”
앙세르메는 음렬주의가 잔인하고 난폭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미로 꺼낸 말이었지만, 스트라빈스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니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무척 재미있는 효과가 날 것 같군.”
-418p

목차

새 머리말

늦잠을 깬 막둥이
대문 옆에 흔들리는 소나무
러시아 피에로의 반격
선택된 자
황금 닭과 겨룬 꾀꼬리
완성된 짝짓기
돌아온 람보
큐비즘으로 본 어릿광대
샤넬의 날개
옷이 매너를 만들다
섬뜩한 선물
발란신의 동기화
편집된 차이콥스키
성속을 넘나들다
저승의 여신을 만난 오르페우스
80분간의 세계일주
스스로 올린 대관식
파우스트의 변용
마법사의 제자
탕아의 귀환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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