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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이춘길 저 | 걷는사람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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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262100 / 26쪽 13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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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이춘길
저자 : 이춘길
1971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2011년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머리말

첫 소설집을 엮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내 삶과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출판되어 세상에 나갈 작품들을 한 편씩 읽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 작품집이 소설가로서 내 삶에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등단 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삭발도 했고, 작업실을 몇 번 옮겼고, 많은 작품을 구상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이었다. 게으른 자신을 탓하게 된다.

삶에 큰 변화가 생길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먼저 떠오른다.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들의 얼굴 또한 하나둘 떠오른다.
이 작품집이 작가로서의 삶에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작품집을 엮으면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맙고 미안하다.
걷는사람 편집부에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0 겨울
이춘길

책 속에서


진실이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입증과 증거만이 중요하다. 허위 신고가 허위이건 자백이 허위이건 진실처럼 보이면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이다.
─「형사 K의 미필적 고의」, 27쪽

겨우내 얼어 가는 콘크리트 온도는 영하 10도 이하이지. 그 속의 수도 배관도 흐르지 않으면 금방 영하로 떨어져서 얼어 버리지. 미세한 충격이나 작은 온도 변화에도 금세 얼어 버리는 게야. 아무도 모르게 동파될 준비가 되어 있는 거지.
이미 얼어 버린 수도를 녹이려면 배관뿐 아니라 주변의 콘크리트까지 녹여야 한다는 말이었다. 노인은 직사각형의 잿빛 콘크리트 덩어리를 아득히 바라보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이 얼음창고를 지키는 창고지기처럼 어쩐지 을씨년스럽게 보여 오싹 소름이 돋았다.
─「동파」, 52~53쪽

관사 옥상에 원장 아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양팔을 벌리고 괴성을 지르는 사내의 아우성은 폭우 소리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K가 내려오라고 소리쳤지만 그 소리도 빗소리에 사그라졌다. K는 차양 밑에 서 있는 간호사에게 구조 요청을 하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간호사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관리인」, 101~102쪽

마스터 김은 폭력 없이 얻은 것은 진짜 얻은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리고 피를 보면 주머니가 열린다는 갱스터들의 격언을 영원불변의 잠언으로 여겼다. 유저를 모으기 위해서는 투견장이 피범벅 되는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118쪽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런데 어딘가 미치도록 가렵다. 손을 더듬어 가려운 곳을 찾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날카롭게 자란 송곳니가 잡힌다. 조련용 곤봉을 들고 투견장으로 달려간다. 누구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마른 나무 위에서 하이에나 떼로 뛰어드는 늑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잠시 떠올랐을 뿐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141쪽

그녀는 행복이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맞은편의 부자가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년에 카라반을 몰고 두루 여행 다니는 삶도 괜찮겠어.
남편은 달려드는 연기를 피하면서 실없는 말을 던졌다. 남편은 만약 여윳돈이 생기더라도 카라반을 사는 무모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카라반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여느 유형자산과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남편의 허세가 싫지 않았다. 미란의 말처럼 그들이 불을 끄고 눕기 전까지는 번잡하지 않고 편안한 바캉스였다.
─「카라반」, 188쪽

왕성한 소화를 끝낸 내장처럼 기계 속은 뜨거웠다. 강은 덜 익은 소화액 같은 매캐한 매연 냄새를 맡으며 깊숙한 곳을 향해 한 발씩 내딛었다. 스산한 기분이 들어 뒤돌아보았을 때 사위는 어둠뿐이었다.
강은 2인치의 점검창에 플래시를 비췄다. 누군가의 눈동자가 보였다. 플래시 불빛이 반사되었는데 주저하는 눈치 없이 어둠 저편으로 사라지는 눈동자. 강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피터의 편지」, 224~225쪽

목차

형사 K의 미필적 고의
동파
관리인
잡식동물의 딜레마
실종
카라반
피터의 편지

해설
카운터─팩트체크
윤재민(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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