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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020131 / 172쪽 14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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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고양이는? 여행은? 아침마다 해가 뜨고 새로운 날이 오는 게 그렇게도 신기하고 좋은지 우다다, 변함없이 신나고 열정적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벌써 수백 번은 돌아봤을, 크지도 않은 집의 귀퉁이마다 낯설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양 꼼꼼하고 조심스레 돌아본다. 코를 킁킁거리고 앞발로 톡톡 쳐보다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길 반복이다.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는 얼굴이나 손길인데도 질릴 줄 모르고 빤히 바라보다가는 문득 새로이 큰 결심이라도 내린 것처럼 슬그머니 다가와서 찬찬히 살피고 코로 냄새를 맡는다. 마주하는 사람에게도 덩달아 어떤 설렘이나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사랑이 막 시작되려 할 때처럼 마구 애정이 솟아난다. 그렇게 애정을 담되 낯설게 볼 줄 알고, 또 미련 없이 돌아설 줄도 안다. 쓰다듬거나 안아달라며 마구 보채다가도 충분하다 싶으면 훌쩍 내려서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 가히 어딘가에도 매이지 않는 올곧은 여행자의 자세답다. 삐노의 짙은 파랑 눈빛과 대비된 새하얀 털빛은 인도의 타지마할을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달래의 초록빛이 일렁이는 눈빛은 요정들이 산다는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의 초록 물빛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호안석처럼 묵직하고 몽환적인 아리의 노랑빛 눈은 이집트 시와에서 마주했던 장엄한 사하라사막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어디 하나 뭉툭하거나 날카롭지 않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몸은 그 자체로 호주의 울룰루나 사하라사막의 듄에서 느꼈던 자연스럽고도 우아한 선을 닮았다. 게다가 녀석들이 우아하게 움직일 때 거죽 아래에서 불끈거리는 근육의 움직임이라니, 두브로브닉이나 울릉도 앞 먼바다의 두터운 파도가 미묘하게 움직이는 그 섬세함을 꼭 닮았다. 녀석들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여행의 매력과 닮았다. 다른 종의 생물이니 당연한 일 같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워낙 다른 게 많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습관이나 패턴이 있는 건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많은 고양이를 접하고 길러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기들끼리도 장난치다가 엉뚱한 짓으로 튀어버리는 걸 보면 고양이들끼리도 말이 통하기는 하려나 의심스럽기도 하다. 대충 눈빛이나 꼬리의 움직임, 분위기로 어림짐작이나 할 뿐 끝내 낯설기만 할 테니, 사람과 고양이의 만남이란 생판 처음 접하는 나라의 외국인 아니 외계인과의 조우에 비길 만큼 엄청난 일 아닐까. 그런 데다가 녀석들이 바라보는 세상이란 걸 따져보자면 사람들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거다. 고양이 눈이란 사람 발목쯤에나 달려 있는 셈이니 눈높이가 다르고, 대체로 시각에 기대는 사람과는 달리 후각에 기대어 세상을 감각하고 있을 텐데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인간으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P. 21 정말이지 고양이의 앞발은 대단한 물건이다. 내게 ‘어느 손가락이게' 놀이를 시전할 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고양이의 기분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꼬리 못지않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P. 31 그러고 보니 이스탄불 곳곳에서 길냥이들을 많이도 만났다. 원래 이스탄불이 대륙간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고 중요한 항구 거점이다 보니 계속 새로운 종류의 고양이들이 유입됐다고 한다. 머나먼 이국에서부터 항해해온 배들은 으레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한두 마리씩 싣고 있기 마련이었고, 그 녀석들이 지금 이스탄불의 이 다채로운 고양이들의 조상이 된 거라고.
P. 56 처음 취직 준비를 할 때 자기 소개서에 줄창 그 표현을 써먹었다. ‘고양강아지’라고. 틀에 박힌 자기소개서 항목 중 하나인 ‘본인의 성격을 묘사하고 장단점을 말하시오’였던가, 그 비슷한 항목에 항상 욱여넣었던 단어였다. 고양이처럼 야무지고 자존감이 강하면서도, 강아지처럼 성실하고 충성심도 높다, 뭐 이런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P. 69 제 멋대로이고 혼자 세상사는 표정이지만, 사실은 애교도 많고 살가운 동물, 고양이에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성에서 만났던 공장 직원들, 음식점 접대원들도 모두 그 표현에 맞춤해 보였다. 그네들을 칭하기에 가장 적당한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내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샅샅이 검열하던 북한 군인까지도 무표정한 ‘츤츤함’ 가운데 왠지 ‘데레데레함’이 느껴졌다면 나만의 착각이었을런지.
프롤로그 - 여행보다 강한 마력, 고양이
1부 - 고양이로의 여행
이집트 다합, 처음으로 고양이를 품던 순간
프랑스 파리, 플리마켓에서 만난 고양이 인형
터키 이스탄불, 고등어케밥이 불러낸 똥고양이들
보스니아 모스타르, 하드보일드 버전 <캣츠>의 세상
네팔 히말라야, 인간과 고양이의 거리 두기
싱가포르, 이 정도면 29금 스킨십을 즐기는 고양이
베트남 하노이, 전설의 고양강아지 등장하다
일본 아키하바라, 코스프레 구경 대신 고양이 까페
북한 개성, ‘츤데레’ 고양이 왕국에 다녀오다
용산 남일당, 고양이의 위로라도 도움이 된다면
서해 승봉도, 하얀 고양이와 무아지경 플라워댄스
서울 둔촌동, 고향 잃은 고양이들과 내 영역
2부 - 고양이와의 여행
내 첫 고양이는 맥주가 되었다
고양이와 AI 로봇의 무쓸모 대결
고양이 울음소리를 가장 많이 내는 사람
천재 고양이, 전쟁을 개시하다
세상은 놀이터요, 만물은 놀거리라
셋째 고양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난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다
아기 고양이에 대한 이상과 현실
약쟁이 고양이들의 먹는 재미 지켜주기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집사의 자세
고양이에게 피임약과 섹스 토이를!
맥주를 떠나보내던 날
에필로그 - 맥주와 달래와 아리와 내가 아는 고양이들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