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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635080 / 264쪽 130 x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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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유르스나르의 구두, 스가 아쓰코의 구두
스가 아쓰코는 유르스나르의 어릴 적 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평생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그 이외의 신발을 신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었을 거라고. 반면에 자신의 신발에 대해서는 한탄조로 말한다. “발에 꼭 맞는 신발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가고 싶은 곳, 가야만 하는 곳 모두에 내가 가지 못한 것은, 또는 가는 걸 포기한 것은, 모두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갖지 못한 탓”이라고.
『유르스나르의 구두』는 동경하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아 헤매는 스가 아쓰코의 여행기이기도 하다. 그 노정에서 초등학교 동창생, 유학생 시절의 기숙사 친구, 짧은 생을 살았던 남편 등이 소환되어 옛 기억을 들려준다. 유르스나르의 작품과 인생, 여행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겹쳐놓고 솜씨 좋게 엮어나간 끝에 이르러, 스가 아쓰코는 신발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려는 뜻을 내비친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드디어 다리가 약해지면 대체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 그 나이가 되어도 아직 신발을 맞출 만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나도 유르스나르처럼 옆에서 똑딱 하고 단추를 잠그는, 초등학생의 신발 같은 부드러운 가죽 신발을 신고 싶다.”
그러나 옮긴이의 말마따나 스가 아쓰코가 이미 꼭 맞는 신발을 찾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르스나르의 발에 꼭 맞는 구두 못지않게 스가 아쓰코의 신발이 얼마나 그녀에게 잘 어울리고 완벽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작가가 작가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
스가 아쓰코는 친구의 권유로 유르스나르의 작품을 접한 뒤 이내 매료된다. 그리고 작가의 궤적을 좇아 파리, 로마, 아테네, 마운트데저트섬 등을 돌아보며 작품과 작가의 삶을 더듬는다. 작가가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는 방식은 여럿이 있을 테지만,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또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유르스나르의 구두』야말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이 작품에는 작가로서, 세상의 흐름에 거스르는 삶을 살며 문장을 닦아온 한 여성 작가를 향한 공감,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정밀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강인한 지성으로 떠받쳐지고 누르고 누른 고전적인 향기를 발하는 유르스나르의 문체와, 그것을 기워 깊은 지하수처럼 흐르는 삶에 대한 정념을 넣어 짠 섬세하고 때로는 환상의 세계에서 헤매며 노는 그녀의 작풍에 수년 전부터 나는 매료되었다.
유르스나르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쓰고 싶다, 하는 의식이 조금씩 내 안에서 싹트고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살았던 궤적과 나의 그것을 글 안에서 교차시켜 하나의 직물처럼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연기 같은 희망이 이 책을 쓰게 했다.(작가 후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유르스나르
유르스나르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설립 약 350년 만에 최초로 여성 회원이 된 소설가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프랑스어를 빛낸 작가와 학자들로 구성되는데, 그 회원이 된다는 것은 최고의 지성임을 뜻한다. 유르스나르는 『알렉시 혹은 공허한 투쟁에 관하여』로 인상적인 데뷔를 하고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이 두 작품은 주인공이 동성애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유르스나르 자신이 여성을 사랑한 여성이었으며 그녀가 사랑했던 남성들은 모두 동성애자였다. 이 “평범하지 않은 타고난 성향”을 빼놓고는 유르스나르를 이야기할 수 없다. 유르스나르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고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유르스나르는 문학을 사랑하고 방랑벽이 있던 아버지를 따라 여행하는 삶 속에서 읽고 쓰는 것을 익히게 된다. 비행기가 아닌 기차와 배로 여행을 하던 시절, 유르스나르는 쉼 없이 여행하며 “견고함과 우아함을 겸비한” 글을 남겼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사랑하는 그레이스 프릭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프랑스어와 괴리된 그곳에서 프랑스어 작품을 쓰다가 여든넷에 삶을 마쳤다.
오랜 세월 숙성시킨 글의 힘
유르스나르는 스물한 살 때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구상하기 시작했으나 완성한 것은 사반세기가 지나서였다. 자료를 모으고 쓰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어쨌든 나는 너무 젊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책이 있”다고 적었다.
한편 스가 아쓰코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묵히며 숙성시킨 추억을 재료로 삼아 글을 써 예순이 넘어 발표하기 시작했다. ‘예순이 되기 전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책’이었을까. 오랜 세월 묵히며 곱씹어온 생각이 담긴 글은 각별한 감동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어제의 일기장인가 싶을 정도로 또렷한 기억이 튀어나와 독자를 놀래기도 한다. 긴 시간 정제를 거친 기억과 생각의 정리, 그것이 스가 아쓰코의 글이 과거에 박제되지 않고 세월을 뛰어넘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
플랑드르의 바다
1929년
사막을 간 사람들
황제의 뒤를 좇아
숲속의 신전
검은 폐허
죽은 아이의 초상
조그마한 하얀 집
후기처럼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