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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02584 / 138쪽 110 x 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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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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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폴커 미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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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매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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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 [22]
출판사 리뷰
하루의 과업을 무사히 마쳤으니 뿌듯할 것 같은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마음은 우중충하다. 잠자리에 들기는 일러 텔레비전 앞에서 뉴스를 본다. 어느 순간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한밤중이거나 다음 날 아침이다. 자고 났는데도 피로는 여전히 눈과 어깨, 목에 매달려 있다. 후회막급이다. 목욕탕에 갔어야 했는데. (p.8)
탕에 들어가기 직전,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야심한 밤, 꼬들꼬들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막 집어 들 때와 견줄 만한 순간. 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 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바로 그 찰나를 위해 기꺼이 눈바람을 맞으며 빙판 위를 살살 디뎌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는가. 희뿌연 먼지를 마시며 때에 절어 살면서도 그 1초 때문에 발목에 또 힘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p.18)
그곳에서 난생처음 열탕에 들어갔다. 열탕은 어른들의 탕이다. 열탕에 ‘어린이는 못 들어갑니다’라고 적혀 있진 않지만 어린이가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던 시절에는 도저히 열탕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열탕은 목욕 연차가 내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아줌마, 할머니의 공간이었다. 열탕에 손끝을 넣어보면 화끈거렸다. 그런 물에 들어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른들이 어린 내 눈에는 무척 신비로워 보였다. (…) 탕 끝에 살짝 앉아 발 하나 담갔다가 빼고 넣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몸을 담근 순간, 온몸을 꼬집는 듯한 느낌이 전신에 퍼졌다. 나 죽었다 싶은 찰나에 온탕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원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pp.30-31)
대중목욕탕을 비롯해 특급호텔 사우나와 24시간 찜질방을 포함한 목욕업 등록 업소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년 사이 3천 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킨 목욕탕들의 굴뚝에서는 이제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오래된 목욕탕은 카페나 쇼룸으로 바뀌기도 한다. 더는 찰랑거리는 물빛으로 반짝일 수 없는 목욕탕이라니, 문득 서글픔이 밀려온다. 며칠 전 동네 단골 목욕탕에 갔더니 요금을 천 원 깎아주는 할인 행사 중이었다. 이것이 천 원의 행복이라고, 목욕 마치고 흰 우유 공짜로 마시는 셈이라고 좋아하다가 순간 불안해졌다. 장사가 잘 안 되어 할인 행사 중인가. 영원한 것이 없다는 말이 목욕탕에도 해당되는 줄 몰랐다. (pp.31-32)
딸의 몸이 자라면서 지혜도 늘었다는 걸 목욕탕에서 알게 되었다. 잘 자라고 있구나. 감탄은 그만하면 되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때를 밀 차례였다. 딸 손등을 밀고 나니 잠시 고민이 되었다. 손등만 밀면 될까? 아니면 목욕탕에 온 김에 온몸을 밀어줘야 하나? 나와 동생들을 목욕탕에 데려와 한 명씩 차례로 밀어준 엄마 생각이 났다. 그렇게 우리 셋을 다 밀어주고 나서 엄마 몸도 밀었을 텐데, 엄마 딸인 나에게는 왜 그런 기운이 없는 것일까.
자괴감에 빠져들기 직전에 딸이 나를 건져 올렸다. 딸은 내 손의 반도 안 되는 손에 때수건을 끼고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 감격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엄마, 때 나온다!” (p.75)
이제 불면증과 우울증, 무기력증에서 벗어났지만 간간이 잠들지 못하는 밤과 우울을 떨치기 어려운 낮은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한다. 꼼짝하기 싫은 기분이 다시 발목을 꽁꽁 싸매는 날도 왕왕 있다. 그래서 2주에 한 번, 못 가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목욕탕에 가려고 애써왔다. 때수건으로 손발을 밀고 발바닥 각질을 제거하고 그럴 기운이 없는 날은 목욕관리사님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하면 내게 달라붙은 질척하고 음습한 기운을 떨쳐내고 깨끗한 몸과 새로운 기분으로 생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p.133)
“일본에서 할머니 한 명이 혼자 목욕하는데, 정말 느리게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정갈하게 씻는 것을 봤다. 씻는다는 것이 숭고한 일이구나 하고 느꼈다.” 일본의 온천 120여 곳과 한국의 온천과 목욕탕 74곳을 방문한 목욕 문화 기록자 안소정 씨의 『한겨레』 신문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목욕탕을 들락거리다 보면 누군가에게 숭고미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온 세상 목욕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곳으로 향하는 내 발길을 끊지 않는 한, 그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p.136)
목욕탕에 갔어야 했는데
온탕 애호가쯤으로 해두자
어른들의 탕
어린 몸, 젊은 몸, 늙은 몸
요다 여사님의 세신 포스
목욕탕집 남자
목욕 동행
중국 목욕탕과 M 언니
“통?”
목욕탕 원정
목욕탕에서 살아나기
그래도 목욕탕에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