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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저 | 산지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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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456803 / 208쪽 127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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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박향
저자 : 박향
다락방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손수건만 한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조금 더 자라 문학소녀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하고 곧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 만에 첫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를 펴냈다. 이후 작품집 『즐거운 게임』, 『좋은 여자들』을,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 『에메랄드 궁』, 『카페 폴인러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
가 알겠어』를 펴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제5회 현진건문학상 대상, 제12회 부산작가상, 제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머리말

*작가의 말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한 달은 아니라도, 한 번쯤은 그 바쁜 시간을 똑 떼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용하고도 여유롭게 엄살 같은 걸 떨어 보고 싶었다.
2019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간 오랜 친구와 나는 제주도의 작은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묵은 동네와 그 주변, 그리고 아주 가끔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주변을 거닐고 그곳의 풍광을 찍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아서 그날 기분에 따라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책 속에서

첫 문장                                                           
오전 11시 45분 비행기였다.
                 
                                 
P. 15-16  
무엇보다 우리는 좀 여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장소를 옮긴 것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알게 될 것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이 봄날의 기운처럼 우리 곁으로 왔으면 했다. 떠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님을, 우리 인생이 여행 그 자체임을 느껴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다.


p. 27-28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서서히 바다에 젖어들고 있었다. 태양은 동그란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댔다. 하늘도 바다도 핏빛이었다. 멀리 작은 등대도 해안의 작은 집들도 핏빛 속으로 스러져 갔다.


P. 104
지나고 보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서 모든 걸 망쳐 버리는 때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좋은 파도가 와도 놓쳐 버리거나 방심하다 바다에 빠져 버리기도 했다. 기다린다는 것, 가장 좋은 때를 알아챈다는 것은 지금도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패한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래의 여자』 속 남자처럼 그 시간들이 모여서 기다리는 법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도를 타 넘으며 패들을 멋지게 회전시킨 젊은이의 모습이 눈부신 윤슬 사이로 흩어져 내렸다.


P. 195  
오늘도 제주 노을을 보러 간다. 어쩌다 보니 제주의 서쪽에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코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각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 속에 있는 그 순간, 우리를 가득 채우는 풍만함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슬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억과 망각의 순간이 뒤섞이며 우리를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시간을 차마 입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목차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출발
노을에 젖다
한밤의 방문자
거문오름과 어깨동무하다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는
밥 잘해 주는 친구
보말과 허브가 있는 바다
기다림에 대해
좋아요
팔찌 네 개
초록이 또렷해지면
맥주 두 캔과 꼬깔콘 한 봉지
바다에 취하고
순이삼촌 이야기
햇살 가득 한담산책로를 걷다
너는 춤추고 나는 책 읽고
노란길이 있는 마을
똑똑아, 안녕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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