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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록 박상준 유고집 | 나에게 기쁨이 되어준 고전속 한 구절

박상준 저 | 조계종출판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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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801444 / 300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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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온 얼굴이 범벅이 된다 해도 깨고 나면 꿈속의 일 어릴 적 사고로 오래도록 아팠다. 그런 지은이에게 안성준 선생은 ‘견로(見老)’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벌써 노인처럼 보인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일찌감치 어깨가 노쇠해버린 사람’이란 뜻의 견로(肩老)를 살짝 비튼 것이다. 저자는 꿈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기바산인(奇婆散人)’이라고도 하고 ‘하하하(下下下)’라고도 불렀다.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천지에 빌붙어 사는 하루살이 신세(寄??於天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를 전용해 사바세계(娑婆世界)에 잠시 빌붙어 사는 별로 쓸모없는 인간이란 뜻에서 ‘기바산인’이라 하였습니다.” “아래 ‘하(下)’가 셋이면 하하하(下下下)지요. 대여섯 살부터 팔순 노인의 몸뚱이로 사셨다니, 어쩔 수 없었건 스스로 선택했건 일찌감치 많은 걸 내려놓고 살았겠군요. 이것도 내려놓고, 저것도 내려놓고, 내려놓고 산다는 그 생각도 내려놓았다면 하, 하, 하지요.”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게 세상 이치지만 고통이란 평생을 같이 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 편히 잠 한번 자보았으면 간절히 원하지만 도통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다. 저자는 불가항력의 아픔에 저항하는 몸부림처럼 그런 시간들마저 유심히 마주보았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 불교를 알게 되었고, 어쩌다 한문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주운 시구(詩句) 하나 게송(偈頌) 한 구절에 기이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통증이 가라앉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났으니, 아름다운 시나 경전 속 게송 한 수는 나에게 명약이요, 아픔을 함께한 둘도 없는 벗이었다.” 아무리 허사라 해도 삶은 소중하고 아무리 잠꼬대라 해도 왠지 싫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시가 무엇이길래 게송이 무엇이길래 저자에게 그토록 명약이 되었을까? 저자는 시를 두고 아픔의 절제된 표현이라 했다. 게송은 한곳에 꽂혀 옴짝달싹 못하는 마음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뻥 트이게 하는 힘이 있다. 단 몇 마디 말로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와 게송에 배경 설명을 붙이고 감상을 더할수록 군더더기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까닭에 대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히말라야에 직접 발을 디딘 사람에겐 히말라야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다들 주머니가 넉넉하고, 시간이 넉넉하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쩌면 노인께서 쓰레기라 표현하신 ‘히말라야에 대한 말’은 선뜻 히말라야로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들에겐 노인께서 쓰레기라 표현하신 그 ‘말’이 나름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기도 하지요.” 부처를 마주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도 중생, 너도 중생, 둘러봐도 모두 중생뿐이라면 ‘말’을 전하지 않고서 어떻게 해탈(解脫)과 열반(涅槃)을 짐작할 수 있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경전이나 게송에 해설을 붙이고 설명을 하는 일이 부질없다 볼 수 있겠지만 목마른 중생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 물 한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생을 위하는 자가 부처이지, 중생을 나 몰라라 하면 그게 어디 부처입니까? 어쩌면 부처님은 자신의 말이 ‘헛소리’나 ‘쓰레기’ 취급당할 날이 오기를 고대하는 분일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헛소리’ 취급당할 줄 뻔히 알면서도 그 헛소리로 중생들의 아픈 속내를 다독이고 희망을 일깨운 사람, 그런 분이 아니라면 ‘부처’라 불리지도 않았겠지요.” 저자는 시와 게송을 통해 부처를 만날 수 있었기에 육신의 고통도 잊을 수 있었다 하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기쁨이 되어준 일이 당신에게도 혹 기쁨이 될지 모른다는 따뜻한 마음, 꿈 속 나들이 같은 소중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진다. 《몽유록》은 저자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선물인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상준
저자 : 박상준
1961년에 제주도 대정읍 무릉리에서 출생하였다. 198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진학하여 불교학을 전공하고, 보문(普門) 송찬우 선생을 사사하였으며, 1991년에 직지사 중암으로 출가하여 관응당(觀應堂) 지안(智眼) 대종사를 시봉하였다. 이후 동국대학교 역경원에 근무하며 한글대장경 역경위원과 한국불교전서 번역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퇴사 후 2019년 9월 18일에 갑작스런 병환으로 사망하였다.

책 속에서

옳은 말씀이다. 산은 말이 없다. 인간들이 말을 할 뿐이다. 히말라야의 웅장함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비행기 표를 끊어 네팔이나 부탄으로 날아가고, 자장면 맛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중국집으로 가서 한 그릇 사주면 될 일이다. ‘히말라야’와 ‘자장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은 사실 그럴 수 없을 때 하는 짓들이다. 게다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말로는 히말라야의 웅장함을 끝내 알 수 없고, 자장면의 감칠맛도 알 수 없다. _ 19쪽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오래다보니, 무엇을 향해 움직이기보다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남들은 “사색(思索)에 잠긴다”느니 “철학에 심취했다”느니 고상한 표현들을 써주었지만, 그건 불가항력의 아픔에 저항한 나만의 몸부림이었다. 사실 그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 불교를 알게 되었고, 어쩌다 한문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주운 시구(詩句) 하나 게송(偈頌) 한 구절에 기이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통증이 가라앉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났으니, 아름다운 시나 경전 속 게송 한 수는 나에게 명약이요, 아픔을 함께한 둘도 없는 벗이었다. _20쪽

“부처님, 그 숫자조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과 번뇌를 어떻게 언제 다 없앤답니까?”
부처님께서 혹시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맞아, 자네 말대로 빼기를 하려들면 힘들어. 아마 죽을 때까지 용을 써도 별로 표가 나지 않을 걸. 하지만 곱하기 0을 해봐. 그러면 한순간이야. 아무리 큰 숫자라도 곱하기 0을 하면 한순간에 사라지지.” _27쪽

똑똑한 척 유난 떨어봐야 소란스러운 원숭이 꼴을 면치 못한다. 원숭이놀음이라도 제법 그럴싸하면 그래도 다행이다. 머리가 텅 빈 원숭이들의 놀음이니, 봐줄만한 게 있을까? 제대로 기어올라 도 시원찮을 나무를 물구나무를 서서 거꾸로 기어오르겠다고 난리법석들이니 원…. 경허 스님은 쯧, 쯧, 혀를 찼을 것이다. _33쪽

‘풀강아지’는 제사 지낸 음식을 싸서 대문 밖에 놓아두고 짚으로 엮은 물건이다. 애지중지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애견대비(愛見大悲)가 있고, 이런저런 인연을 따지지 않고 베푸는 무연대비(無緣大悲)가 있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뭐 그리 허물될 것은 아니지만 자칫 지나치게 되면 그 마음을 받는 사람이 질식당하는 심정이 될 수 있다. _52쪽

목차

자서自序

제1부 | 봄날의 꿈

봄날의 꿈 | 《금강경》 야부송에서
생각을 생각해 보았더니 | 《금강경》 야부송에서
거울 없는 거울 | 경허선사 〈지리산 영원사〉에서
온몸으로 글 읽기 | 구양수 〈취옹정기〉에서
오뚝이 | 김시습 〈만의〉에서
풀강아지 | 《노자》에서
하나로 연결된 세상 | 두순조사 〈법신송〉에서
지극한 선 | 《대학》에서
머물 자리를 알아야 | 《대학》에서
산마루 넘는 구름처럼 | 만공선사 〈도비산 부석사에 올라〉에서
허공에 풍선껌 불기 | 만해선사 시에서
대장부란 | 《맹자》〈등문공 하〉에서
놓아주어라 | 《맹자》〈양혜왕〉에서
마음의 바탕화면 살피기 | 《맹자》 〈진심장〉에서

제2부 | 깊어가는 가을밤에

깊어가는 가을밤에 | 백거이 〈고추독야〉에서
거미줄 위에서 함께 춤을 | 백거이 〈대작〉에서
저 모습이 내 모습 | 새벽 종송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 소동파 게송에서
조용히 스쳐가는 맑은 바람처럼 | 소동파 〈전적벽부〉에서
그리운 어머니 | 신사임당 〈대관령 넘어가는 길에 친정집 바라보며〉에서
지는 꽃 바라보며 | 송한필 〈작야우〉에서
유리수에 갇힌 눈동자 | 《전등록》 〈약산장〉 이고 게송에서
공감 | 《유마경》 〈문수사리문질품〉 영역본에서
달그림자 | 《유마경》 〈관중생품〉에서
배려할 것인가, 배려받을 것인가 | 《유마경》 〈향적불품〉에서
길 잃고 산 바라보기 | 율곡 〈산중〉에서
가을비 | 이백 〈경정산에 홀로 앉아〉에서
문자로 그린 그림 | 왕유 〈서사〉에서

제3부 | 한 잔 올리오니

한 잔 올리오니 | 우집 〈한월천〉에서
사랑하는 임이여 | 이옥봉 시에서
멋들어진 한 판 | 《장자》 〈서무귀〉에서
기술 너머의 도를 터득해야 | 《장자》 〈양생주〉에서
우물 속 개구리 | 《장자》 〈추수〉에서
수성에서 물 길어다 토성에 배추 심기 | 진묵대사 시에서
봄 같지 않은 봄도 봄이다 | 정몽주 〈봄〉에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던가 | 《중용》에서
물 밖에서 하는 물고기 호흡법 | 《중용》에서
모두 지난 일, 담아두지 말자 | 《채근담》에서
더위를 식히며 | 《채근담》에서
눈 속에서 피는 매화의 향기 | 황벽희운선사 게송에서
카테리니행 기차는 떠나고 | 함월해원선사 〈취송 스님을 애도하며〉에서
법을 구하는 창자는 어디에 | 해안봉수선사 게송에서
사흘 닦은 마음 | 혜소국사 말씀에서
연극이 끝나고 | 허응보우선사 임종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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