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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870688 / 20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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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뭇결이 아름다운 느티나무로 몸체를 만들고 가장자리에는 일부러 붉가시나무를 대어 튼튼하게 짠 직사각형의 나무화로 앞에 말할 상대도 없이 오로지 혼자, 좀 외로운 듯이 앉아 있는 삼십 안팎의 여자. 남자 같은 훌륭한 눈썹을 언제 밀었는지, 눈썹이 있던 자리는 아직도 밀어버린 흔적이 파랗게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눈도 번쩍 뜨일 것 같은 비온 후의 푸르른 산색을 남기면서 녹색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콧날이 오뚝 선 데다 눈매도 날카롭게 치켜져 있고, 게다가 막 감은 머리를 무자비하게 둘둘 말아 올려서 묶은 비비 꼰 종이를 다 보이게 장식 삼아 내놓고는 거기에 한 자루의 비녀를 푹 꽂아 여성스러운 매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림을 하고 있지만, 거무스름하면서도 촌티 나지 않는 얼굴에 부러울 만큼 까맣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한 가닥 두 가닥 흐트러져서 내려와 있는 모습은 나이 든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풍채이다. -11쪽
몸집은 속세의 비린내 나는 음식을 피했기 때문에 마치 학처럼 야위었고, 눈은 인간 세상의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증 나서 반은 늘어져 있는 듯하고, 원래부터 흩어지고 파괴되는 이 허무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슴속에 의욕의 불길이 치솟는 일도 없고, 참된 열반의 경지를 깨쳐 만사에 집착하는 일도 없어서 탑을 일으키고 절을 세우고 싶다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덕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교화되기를 바라면서 모여드는 학도들이 아주 많아서, 그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도 원래 있던 그대로의 건물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조금 더 법당이 넓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이 근원이 되어서, “덕이 높으신 스님께서 새로 규모를 넓혀서 절을 세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하면서 이것이 팔방으로 알려지니까, 개중에는 영특한 제자들이 있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방으로 뛰면서 간노지 건립을 위해 기부하길 권하며 다니는 자도 있고, 뭐나 되는 것처럼 스님의 덕이 높으심을 연설하면서 부자들에게 권하여 기부하게 하는 신도도 있었다. -30쪽
몇 번이고 금방이라도 말을 꺼내려고 하면서도 잘 열지 못하는 입을 겨우겨우 열어 혀의 움직임도 더듬거리면서 “오층탑 말씀인데요…. 부탁드리러 온 것은 오층탑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갑자기 엉덩이까지도 치켜들고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가슴속에 있는 것을 이마나 겨드랑이 밑에 나는 땀과 함께 간신히 쥐어짜내자, 큰스님은 뜻하지도 않게 웃음 지으면서 “뭔지 모르지만 나를 무섭게 생각하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말하면 되네. 부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던 모습으로는 뭔가 깊이 생각해 온 것이 있을 테지. 자, 어려워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말하면 되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디까지나 자비로운 마음 씀씀이. -40쪽
큰스님은 혼자서 남몰래 한숨 쉬시고, 그만큼의 솜씨를 갖고 있으면서 허무하게 파묻혀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구나. 옆에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인데 하물며 당사자로서는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아아,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사람에게 공을 세우게 해서 오랫동안 품
어 온 소원이 어긋나지 않게 해주고 싶구나. 초목과 함께 썩어가는 인간의 몸은 원래부터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 는 것이다. 설사 아낀다 해도 아낀 보람도 없고 머물게 하려고 해도 머물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가령 목수의 길이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진심을 쏟아서 목숨을 걸고, 욕
심도 대개는 잊어버리고, 비열하고 더러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저 끌을 잡고서는 잘 파는 것만을 생각하고, 대패를 쥐고는 잘 깎을 것만을 생각하는 마음의 존귀함은 금에도 은에도 비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남길 아무런 흔적도 없이 무익하게 무덤 속에 묻혀서 저세상으로 가는 길의 선물로 가져가 버리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딱한 일이다. 뛰어난 말도 좋은 주인을 만나지 않으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듯이 인간도 기회가 닿지 않으면 마음대로 일하지 못하는 그 슬픔은 인격 높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으로 말하자면 다를 데가 없는 것이다. 오냐오냐, 내가 우연히도 주베의 가슴속에 품은 값을 따질 수 없는 극히 귀중한 보석의 미광(微光)을 인정한 것이야말로 인연이로다. 이번 공사를 그에게 맡겨서 하다못해 작은 보답이라도 그의 성실한 마음에 얻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셨다. -46쪽
겐타도 묵묵히 말없이 귀를 기울이고 명을 기다린다. 어느 쪽이 어떻다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두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아는 큰스님도 또 좀처럼 입을 열 실마리가 없어 잠시 조용했었는데 “겐타, 주베, 둘 다 듣게나. 이번에 세우기로 한 오층탑은 단 하나인데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자네들 둘. 두 사람의 부탁을 양쪽 다 들어주고는 싶으나 그것은 원래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일. 한쪽에게 부탁하면 한쪽이 탄식할 테고, 그렇다고 누구로 정해서 맡겨야 한다고 하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무를 보는 스님들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결정할 수도 없는 일. 그러니 이 결정은 자네들의 상의에 맡기기로 하겠네. 난 상관없어. 자네들이 상의해서 정리하는 그대로 할 테니까 집에 돌아가서 잘 상의해 오게.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니까 그렇게 알고 돌아가도 되네. 자 확실히 말을 다 했으니 이젠 돌아가도 되네. 그런데 오늘은 나도 한가해서 심심하니 이야기 상대나 되어서 잠시 있어 주게. 속세의 소문 거리 등을 나에게 들려주지 않겠는가? 그 대신 나도 지난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둘 셋 어제 찾아낸 것을 이야기해 들려주겠네.”라며 웃는 얼굴은 상냥하고, 친구를 만난 듯 두 사람을 대하는데 자,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가? -52쪽
“오오, 그쪽은 그럴 마음가짐이었구나. 이쪽은 여느 때처럼 성질이 급했기에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나 돼서 자네가 올지 모를 것 같아 일부러 찾아올 만큼 바보였구나, 하하하. 그런데 주베, 자네는 오늘 하신 큰스님의 그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며 들었는가. 둘이서 차근차근 깊이 상의해 오라고 말씀하신 끝에 하신 부자의 두 아이 이야기. 그것 때문에 일부러 상의하러 왔는데 자네도 이미 대충 분별은 해 놓았겠지? 나도 몹시 불끈하는 성질이지만 알고 보면 그 비유하신 말씀대로 서로 화를 내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일. 절대로 서로 적도 아닌데 나도 염치없는 말만 하지는 않겠네. 결국은 서로가 깊이 심사숙고해서 같이 낸 결정이 필요한 거니까 내 욕심은 완전히 접어 두고 생각을 정리해서 왔지만 역시 자네의 생각도 딴마음이 없는 것을 듣고 싶고, 게다가 또 어떻게 되든 간에 나도 남자가 아닌가? 더러운 계략을 마음속에 품지는 않겠네.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고 온 것이라네.”라며 말을 잠시 멈추고 주베의 얼굴을 보니까 고개를 숙인 채로 그저 “네, 네.”라고 대답만 할 뿐, 흐트러진 머릿속에 대여섯의 흰머리가 순식간에 사방 등의 빛을 받아서 언뜻언뜻 보일 뿐이다. -71쪽
남편은 남자다워서 자기 생각을 밖으로 내색을 하지 않지만, 오키치는 아무리 털털하다고는 해도 역시 여자의 심성은 작은 것이라서 집을 드나드는 이들의 간노지 탑의 땅 굳히기가 오늘 끝났다 기둥 세우는 의식은 어제 끝났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분하고 짜증스러워한다. 그리고는 질투의 화염이 치솟아 올라 “네 이놈 주베, 은혜도 모르는 놈. 우리 남편의 마음이 관대한 것을 다행으로 기어올라서 잘도 이름을 날리고 입신까지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이름을 날리고 입신을 했다면 우선은 인사라도 하러 와야 할 텐데, 시치미를 떼고 우쭐해서는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기만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냥 지나칠 정도로 성질이 좋은 우리 남편도 남편이지만 밉살스러운 굼벵이 녀석도 또 굼벵이 녀석이고.”라고 말하면서 뭔가 있을 때마다 수도 없이 이러쿵저러쿵 핏대를 올리면서 화를 내고, 자기 머리 옆의 귀밑머리를 긁어 올리면서도 “에이 답답해라.”라면서 죄 없는 머리카락을 막 쥐어뜯는가 하면, 한 푼 얻으러 거지가 와도 날카롭게 화내는 소리로 매몰차게 거절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126쪽
땀 흘리고 힘줘 일하는 그 사이에 총감독인 굼벵이 주베. 모두가 하는 일을 둘러보는 겸사겸사 먹줄 통 대나무 붓 곱자를 가지고 마음속에 있는 오층탑의 모습을 실물로 만들어내기 위한 지시와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잘라라 저렇게 파라. 여기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해서 거기에 이만큼은 경사지게 해라. 위로 부풀어 오르기를 얼마만큼 하고 들어가는 것을 얼마만큼 하고 입으로도 알려주고 끈으로도 길이를 알려주고 어려운 것은 나무 조각에 곱자를 직접 대고 써서 알려주기도 하고 가마우지처럼 매처럼 날카로운 눈초리로 빈틈없이 필사적으로 힘을 내면서 때마침 한 젊은이에게 조각할 그림을 그려 주려고 여념 없이 일하고 있는 바로 그때. 멧돼지보다도 더 빠르게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세이키치.
분노에 찬 얼굴은 불덩어리 같은데 쫙 찢어진 눈을 한층 더 크게 뜨고는 “야 이놈, 굼벵이. 죽어버려.” 하고 대갈일성을 하니까 주베가 깜짝 놀라서 돌아보는 순간. 정면으로부터 바위도 깨지라고 내리치는 것은 번쩍번쩍하리만큼 아주 잘 간 도끼날에 세로로 손잡이를 끼운 것으로 목수에게 있어서는 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있었겠는가? 피할 시간도 없이 왼쪽 귀가 잘려 나가고 어깨 끝이 조금 잘리긴 했지만, 일을 그르쳤다며 다시 들이닥쳐 내리치는 것을 도망가면서 내던지는 못 통
역자의 말
일러두기
오층탑
작품 해설
작가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