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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4959 / 184쪽 131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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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문학동네 시인선 [149]
출판사 리뷰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이야기의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묻는다면 아마도 전지적 작가 시점 이제 슬픔은 이야기를 아는 우리들의 몫이다 슬픔은 감당하는 것 -「참배」에서 시인은 시를 통해 슬픔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점(視點)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두의 기쁨이 반드시 개개의 기쁨이 되지는 않을 때가 있듯이 모두의 고통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무언가가 ‘개인’이 아닌 ‘전체’의 것으로 환원될 때 실체는 관념과 추상으로 쉽게 모습을 바꾼다. 홍지호에게는 두 종류의 슬픔이 있는데, 누군가의 고유한 슬픔과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전체의 슬픔이다. 슬픔이 없는 시점, 즉 시인에게 “전지적 작가 시점”은 모든 것을 보느라 누구의 슬픔도 보지 못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우리에게 간절한 것은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별적 시점이라고 하겠다. 덧붙여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슬픔은 ‘감당하는 슬픔’이다. 인간의 삶이 기쁨으로 가득차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당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대상의 실체에 가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당하며, 서사에는 슬픔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당하는 것. 반대로 전체가 개인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심호흡」에서는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보다/ 나와/ 너가 좋아/ 물 한 방울이/ 더 좋아 최대한 흩어진 채로 우리는/ 뭉칠수록 위험해지니까 휩쓸리거나/ 휩쓸리지 말자”라고 말하는 시인은 함께인 것이 안전하다는 오랜 믿음과 달리 ‘우리’를 휩쓸리거나 휩쓸린 상태로 규정한다. 흩어짐으로써 함께한다는 이와 같은 역설이 가능할까? 힌트는 「재」에서 얻을 수 있다. “불이 꺼져갈 때 태울 것을 찾아 흩어졌습니다. 마음에 불을 품고. 그러므로 우리는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붙이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누군가는 배우기 위해. 언 발을 녹일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찾았습니다.” 이를 통해 시인이 구상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힘의 우세나 무의식을 통해 결합된 물리적 ‘전체’가 아니라 감정과 의지를 공유한 채 ‘부분’으로서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껴보고 싶었지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끼고 싶어서 떨면서 자고 있는 너를 안았는데 자꾸만 따뜻해지는 것이다 자꾸 따뜻해지기만 -「기후」에서 「기후」에서는 부분과 부분이 연결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신체가 결정짓는 경계에 한계를 느낀 “나”는 “너의 추위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떨면서 자고 있는 너”를 안아본다. 그런데 상대의 추위를 느껴보기 위해 한 행위에서 오히려 둘 모두 온기를 얻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 사뭇 감동적이다. 이 온기는 결국 타인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케이크를 엎어버리는 장면에서는 혼자 웃다가/ 동시에 웃던 장면을 생각하면서 혼자 울었다/ 돌아가고 싶다 당신이 혼자/ 울고 있는 장면에는 자막이 없을 때/ 서로가 꼽는 명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당신이 혼자 울고 있었다고 그래서 우는 척을 했다고”(「시사회」) 회상하는 시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과도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당신이 혼자 울고 있는 장면에는 내가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자막이 없지만, 그럼에도 당신과 함께 울고 싶은 마음이 시인에게는 있다. 눈물에 포함된 성찰과 회한, 공감과 감동 등의 감정이, 흩어진 우리를 흩어지지 않은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시인은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홍지호의 시를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한 슬픔의 가장자리는 흩어지고 번지며 슬픔의 배치를 바꾼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노래를 못한다네 그것은 슬픈 일이라네 그것이 슬픈 일인 이유는 노래가 끝나도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서 앙콜을 외치지 않아서도 아니라네 (…)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네 언제나 누군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네 -「가창력」에서 우리가 홍지호의 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시에서 조금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슬픔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상대를 좋아하는 그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단순하지만 시급한 발견. 이를 통해 시인은 서로를 가까이할 수 없이 흩어지고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이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슬픔의 연유는 무엇인지 조용히 일러주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 시인의 말
어떤 땅에서는 걸을 때마다
개미들이 죽었다
쓰고
지우지 못한 문장들과
지워지는 방식으로 웅성거리는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2020년 9월
홍지호
여름이 버거웠습니다
암흑 속에서
많은 단어들이 웅성거림 속에 무력해집니다 보이지 않는 단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던
당신이 숲의 암흑 속에서 간신히
불안감
말했을 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었습니다
돌아서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불안한 신체의 일부 혹은 이 계절의 전부」에서
누군가의 커튼 사이로
빛이 통과하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의 행성에서는 떠다니지 못하는 기차
사람들이 가득했다
빈 좌석들과 상관없이
기차는 조금도 지연되지 않았다
알고 보면 모두
슬픈 일이다
―「정시성(定時性)」에서
우리는 모여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이 꺼지면 많은 것들이 흩어지겠고
우리는 모여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을 보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타고 있는 것과 태우고 있는 것
타면서 날아가버리는 것
혹은 타고 남은 것
불꽃은 간절해 보였다 대신 울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캠프화이어」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엄마는
고맙다고 할 때 슬펐던 거 같다
기도가 사람을 울게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는
슬펐던 거 같다
―「중보」에서
시인의 말 1부 간밤에는 정말 미안한 일이 많았다 월요일/ 화요일―철거/ 안국역 / 참배/ 토요일/ 가창력/ 천장에 달려 있는 것은 형광등 같은 것이 아니었고/ 컷트/ 까맣고/ 검은 개/ 토로/ 고향/ 로비/ 유기 2부 지금은 어디서든 삼청동에 살고 있다 동화/ 존/ 재/ 씽크홀/ 목요일/ 새들/ 금요일/ 하지―불안한 신체의 일부 혹은 이 계절의 전부/ 너무 상투적인 삼청동/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도넛의 구멍을 표류하는/ 불면/ 자장 3부 내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코트/ 어떤 객실에서는/ 리듬 앤 블루스/ 정시성(定時性)/ 포기하고 싶다면/ 형/ 회화/ 심호흡/ 번개가 천둥을 기다리는 시간 혹은 천둥이 번개를/ 그 친구는 그 노래로 백만불을 벌었대/ 구멍/ 화요일―조성/ 수요일―환절기/ 가위에게(?) 4부 내가 썼던 문장들이 나 때문에 거짓말이 되었다 주기/ 파인/ 캠프화이어/ 일요일/ 못/ 데킬라/ 몰탈/ 거목/ 중보/ 화목/ 3월과/ 조화/ 이상(理想) 5부 나는 기록해두었기 때문에 기록되었다 파동/ 해변/ 초원(初願)/ 네온/ 정원에서/ 어둠과 정원에서/ 산책/ 코카인/ 시사회/ 은밀/ 존재/ 기후/ 왈츠/ 내 손목에 해설| 슬픔의 기원| 박혜진(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