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1990 독산동 세 여자들 이혜숙 산문집

이혜숙 저 | 북인 | 2020년 09월

북트리

정가
$26.00
판매가
$14.3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29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9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91165120122 / 272쪽 152 x 223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5,120
  • 16,200
  • 16,200
  • 17,82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2001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모아 〈이혜숙 글방〉을 열어 아이들하고 냉이 캐고 메뚜기 잡으러 다니면서 한 10년 철들기를 미루고 잘 놀았다. 우리 집 마당을 안전지대로 여기는 고양이 몇 마리와 꽃밭을 돌보느라 멀리 가는 것을 주저한다. 생산성 없는 일에 몰두하고 시간에 매이지 않는 집순이 신분을 최고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수필집 『나는 팝콘이다』, 『아직도 들고 계세요?』, 『꽃을 솎는 저녁』을 냈다. 2018년에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산문집 『1990 독산동 세 여자들』을 내게 되었다. 남에게 내밀 기회가 없던 명함에 〈일현수필 문학회〉, 〈현대수필 문인회〉 회원이라고 적혀 있다.

책 속에서

「에필로그/ 거기, 사람이 있었네」 중에서

골목의 시간은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하교 시간이면 골목을 가득 메우던 여학생들의 높은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분식점 대신 ‘마실호프’가 있는 풍경.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장생건강원 앞을 지나고, 삼색 등이 돌아가는 이발소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이발사가 그 연배로 보이는 노인의 머리를 깎고 있는 풍경. 현대부동산, 홍어 전문, 순댓국이라는 간판으로 이어지는 골목 풍경….
골목이 늙어버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낡은 건물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길을 걷는 동안 한번도 어린애를 보지 못했다. 그때는 걸음마를 하는 아기, 세발자전거를 배우는 아이들과 젊고 앳된 엄마들이 골목에 나와 있었는데. 어린애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쇠락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변함없을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변한 모습이 늙어버린 골목이라니. 사람보다도 더 늙어버린 골목…. 간판마다 프랜차이즈라면 낯설 것 같았는데, 차라리 그게 나을 뻔했다.
영희, 지수가 있었더라면 오랜만에 한잔하자며 골목을 돌다가도 마실호프 같은 데는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어두침침한 건 고사하고 생맥주가 오래돼서 김샌 맛일 것 같아서다. 밥을 먹기 위해서 홍어집이나 닭볶음탕집에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영희가 차린 밥상과 지수네 가게에서 오징어, 땅콩에 마시는 맥주와 비교할 수 없다면서 골목을 빠져나왔을 게 분명하다. 영희의 문방구도, 지수의 화장품가게도 사라져 셋이 무릎대고 앉을 곳이 없어졌으니….
문득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내내 영희와 지수를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뿔뿔이 흩어진 후 저마다 살기 바빠 놓친 친구들을….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만약에’로 시작하는 상상 속에서 곁에 있는 영희와 지수는 30년 전 모습 그대로다. 나이든 얼굴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여전히 보름달인 영희, 깎은 밤톨 같은 지수. 그 골목에서 그들을 빼놓고는 어떤 추억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추억은 나 혼자가 아닌 셋이서, 거기에 다른 이웃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독산동 골목 동네에는 사람이 있었다. 이야기가 있었다. 숨길 것도 보탤 것도 꾸밀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 웃프고도 짠내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이야기들이….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 골목을 서성이고 있다. 연극은 오래 전에 끝났고 관객도 배우도 떠난 지 한참 되었는데, 어쩌다 낯선 무대 위에 올라온 배우처럼 나는 내가 낯설었다.
돌아 나오는 길, 골목대장은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내게 했던 질문을 거두지 않았다.
“누구요? 왜 왔소?”
혹시라도 우리가 떨어뜨린 청춘 한 조각이 어느 담벼락에 낙서로 남았거나 길바닥에 뒹굴고 있는 건 아닌지 찾고 싶어 왔다고 하면 대답이 되려나. 아니면 고맙고 정겨웠던 얼굴들, 사람 그리운 줄 몰랐던 시절이 있어서 내 청춘은 초라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 대답이 되려나….
골목을 나서면서 안부 한 줄 슬쩍 흘려놓았다. 영희에게, 지수에게,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당신들도 그러리라 믿어요, 진심으로.”

목차

프롤로그 | 우리는 그때 젊었다 · 6

1 | 비밀수첩
비밀수첩 18
그 여자의 두 얼굴 27
결혼학교 동창생 44
온 동네가 키운 아이 55
영희의 철수는 꽝이었다 65
누군가는 청춘이 지겹다 한다 79
피터팬이었던 남자 93
우리 동네에 유명 가수가 산다 109
진영슈퍼마켓 마녀 보살 121

2 | 보고 싶지만 찾지 않기로 했다
진짜 철수가 나타났다 140
골목 동네 인생극장 153
위태로운 연인 165
인생을 흔든 영화 세 편 179
의사도 무당도 다 선생님 194
재수 좋은 날 208
엄마가 살아냈던 힘은 217
쌀 사기 위해 글을 쓰다 235
보고 싶지만 찾지 않기로 했다 247

에필로그 | 거기, 사람이 있었네 · 258

작가의 말 | 진짜 아름다운 사람 사는 이야기 · 27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