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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01245102 / 48쪽 210 x 2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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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평범할 것 같던 어느 날, 우리 집이 사라진다면
미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엄마 아빠는 고된 몸을 일으켜 서둘러 일터로 향합니다. 작은 집, 그보다 더 작은 창문 사이로 해가 들면 남매는 여느 때처럼 둘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고등어 반찬을 보고 해맑게 밥상 앞에서 몸을 흔들어 대는 동생을 오빠는 조용히 바라봅니다.
“이 닦기 싫어.” “어젯밤에도 씻었는데 왜 또 씻어.”
동생은 언제 신났었냐는 듯 금세 오빠를 향해 불평을 오물거리지만, 오빠가 칫솔질을 멈추지 않을 것도, 꿀밤을 주지 않을 것도 다 아는 눈치입니다.
동생은 제일 좋아하는 쨍한 개나리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한껏 기분이 들뜹니다. 늘 오가는 산책길이지만 오늘은 꽃들이, 나무가, 구름이 말을 거는 것 같아 더 신이 납니다. 오빠가 파란 모자를 푹 눌러쓰는 이유를 동생이 알 리 없지요.
동생에게 오빠는 ‘힘 센 사람’입니다. 엄마 아빠가 없어도 밥 차리고 씻기고 놀아 주고 힘들다 하면 척척 업어 주는 큰사람입니다.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 끌어 줄 내 편입니다. 그래서 열 살 남짓, 응석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의 어린 오빠는 지면에서 발을 떼고 구름사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읊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빠와 손잡고〉는 함께 밥 먹고 호흡하고 곤한 잠을 청할 ‘우리 집’을 잃은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잠든 남매를 두고 일터로 향하는 부모, 그런 엄마 아빠 대신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첫째, 그저 오빠만 같이 있으면 불편할 일도, 무서울 것도 없는 어린 막내가 처한 현실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리뷰
폐기된 일상을 일으키는 힘
전미화 작가는 <오빠와 손잡고>의 시작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이십 몇 년 전, 어느 동네의 철거 현장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부모에게 방치된 영화 속 네 남매의 일상이 마치 뉴타운이라는 화려한 미래 뒤에 잊혀진 철거민 가족의 현실과 오버랩되는 듯합니다. 어떤 현실이든 아이와 어른을 구분해 찾아오진 않을 테지요. 작가의 시선이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일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고정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겁니다.
포크레인의 굉음과 함께 철거가 시작되고, 일상을 지탱하던 공간이 폐기물 조각이 되어 평지에 나뒹굴 때, 엄마 아빠 없는 집에서 남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더 꼭꼭 숨어 버리는 일뿐입니다. 동생은 오빠 손을 꼭 잡은 채, 오빠는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을 동생이 알아챌까 동생을 더 꼭 끌어안고 시간을 버티겠지요.
“엄마 아빠는 우리가 어디에 있어도 잘 찾아.”
한 번도 얼굴을 정면으로 보이지 않지만, 아빠 등에 업힌 오빠의 옆얼굴에서 엷은 미소가 읽힙니다. 엄마 등에 업혀 쌕쌕 잠든 막내는 어느 때보다 단잠에 든 모양입니다. 남매가 어디에 있든 엄마 아빠는 남매를 반드시 찾으러 올 거라는 믿음, 더 높은 산동네 어딘가로 가더라도 이 네 식구가 함께일 거라는 무언의 전제가 어린 남매가 부여잡은 희망의 표상일 겁니다. 고등어 반찬을 보고 신이 나 춤을 추고, 꽃이며 나무, 구름에게 인사를 건네는 막내의 재잘거림이 한숨 섞인 엄마 아빠의 호흡에 엷은 웃음을 선사하듯 말이지요.
우리, 손잡고 걸어요
<오빠와 손잡고>의 초안이 완성된 것은 10여 년 전입니다. 그간 전미화 작가는 <미영이>, <달려라, 오토바이>, <씩씩해요>, <물싸움> 등의 그림책을 통해 일용직 노동자 가족의 현실, 죽음이나 빈곤으로 인한 부모의 부재에 처한 아이의 일상, ‘모두’를 살게 하는 힘 등에 주목하며 지금 우리의 이야기들을 소신 있게 다뤄왔습니다.
20여 년 전 철거로 어느 동네가 사라지던 그때나, <오빠와 손잡고>의 초안을 완성하던 10여 년 전이나, 전국 각지에 새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오늘날도 주거지는 우리에게 주요한 화두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고를 당하거나 근근이 운영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며 이젠 살던 집에서마저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 엉망이 된 집터와 같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뉴스는 과거로부터 쌓아 왔던 이 화두의 가치에 새로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어린 막내가 오빠의 손을 잡으며 재잘거릴 힘을 얻고,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오빠가 아빠 등에 업혀 있는 순간만큼은 어린 제 나이의 아이가 되어 안식을 얻듯, 서로를 감쌀 손바닥만한 온기야말로 치유와 공존의 시작점이라는 보편적인 사실이 새삼스럽게 맺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