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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20
- 2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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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세이/기행 > 에세이 > 사진/그림/카툰에세이
반디앤루니스 리뷰
도시의 나이테
켜켜이 쌓인 시간의 조각품
간판은 가게를 소개하는 안내판이자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에서는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도시의 삶을 들여다본다. 현대 도시, 특히 서울은 짧은 시간에 산업화의 모습이 축적되어 다양한 간판의 모습이 존재하게 되었다. 함석판에 적힌 붓글씨, 유난히 많이 보이는 지방 이름의 간판, 도시의 야경을 만들어내는 네온 간판, 주인들이 직접 만든 DIY 간판, 외래어 표기법 이전에 생겨난 흥미로운 단어가 담긴 간판 등, 시대의 흐름을 담은 간판의 흔적을 따라 도시의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컴퓨터 폰트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지역마다 동네 장인들이 고유한 서체로 한글 간판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간판은 장인의 고유한 서체를 가진 수공예품이기도 하다. 이런 간판들이 하나둘 모여 동네의 특성을 만들고, 도시를 구성하게 되었다. 저자는 따스한 시선으로 간판을 바라보며, 공간과 사람이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건넨다.
출판사 리뷰
주목해서 살펴본 이름들은 1970~90년대에 만들어진 오래된 가게의 간판이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만들어진 폰트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 레이저 커팅으로 규격화된 간판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생겨난 조금은 더 사람 냄새 나는 글자에 매력을 느낀다. 주인이 직접 쓰기도 하고, 솜씨 좋은 친구가 만들어주기도 하고, 동네 간판 장인에게 부탁하기도 하면서 알음알음 만들어진 간판에서는 분명한 개인의 취향이 느껴진다. / 11쪽, ‘이름을 찾아서’ 중에서
쌍둥이 간판은 제조업이 터를 닦고 있었기에 생겨날 수 있었던 정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슷한 글씨체와 생김새 때문에 모두 같은 간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진 맞춤형 간판인 것이다. 을지로에는 함석판 위에 붓글씨로 적은 간판을, 문래동에는 새시 문을 선팅해 만든 시트지 간판을 만들며,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공업사의 구조를 반영해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46쪽, ‘쌍둥이 간판들’ 중에서
분명 간판은 거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지만, 효과가 있을 때까지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꾸어보고 덧붙여보면서 만들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가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계속 변모하는 간판은 거리에 생기를 더하고 그 역동성은 도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던 고민의 흔적, 노력의 과정이 간판의 형태가 아닐까. / 59쪽, ‘직접 만든다, DIY 간판’ 중에서
간판에는 그 시대의 정서가 스며 있다. 그래서 같은 이름이라 할지라도 주인과 손님에게는 다른 뜻을 가진 고유한 이름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그저 기능적인 표지판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간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사람이 보인다. 규모가 작아도 분명한 뜻을 담고 있음을, 저마다 의미를 가지고 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 85쪽, ‘부르고 싶은 이름에 대하여’ 중에서
모퉁이는 반듯하게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모퉁이는 필연적으로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형이다. 동네 전봇대에 다닥다닥 붙은 광고지, 스티커들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이는 한 지점, 무언가 흘러오고 부딪치고 변화해가야만 하는 위치인 것이다. 과정을 담고 있기에 불완전하게 보이지만, 그래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끝없이 이어지고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삶처럼 말이다. / 163쪽, ‘모퉁이에서’ 중에서
조금씩 보수하며 오래된 간판을 계속 유지하는 가게들. 나이 들어가는 간판을 보며, 새롭게 만드는 일 못지않게 소중히 여기며 고치는 힘도 길러야 함을 배우게 된다. 기술이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형용사는 보통 ‘뛰어난’, ‘획기적인’이지만, 과정을 보여주는 ‘신중한’, ‘고유한’이라는 표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버리기보다 고쳐 쓰려는 마음가짐은 대단한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 216쪽, ‘버리지 않는 마음’ 중에서

1장. 간판이 있는 자리
이름을 찾아서
시간의 조각품
손으로 만든 글자들
쌍둥이 간판들
직접 만든다, DIY 간판
도시의 나이테
부르고 싶은 이름에 대하여
서울에는 왜 지방 이름의 간판이 많을까
단어에도 세월이 담겨 있다
그림, 가장 오래된 전달 방식
그때 그 가게
무궁무진한 시간이라는 가치
2장. 간판에 쌓인 시간
이어 쓰는 간판, 이어지는 신념
형제라는 이름으로
작은 문화 해설사들
모퉁이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가게, 변하지 않는 이정표
간판의 모습을 닮은 주인장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가꾸는 사람들
열린 문
머리카락보다 많은 이야기가 쌓인 곳
동네 슈퍼 앞에서 보자
버리지 않는 마음
에필로그. 기록은 나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