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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의 철학

아즈마 히로키 저 | 안천 역 | 리시올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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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292054 / 336쪽 128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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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관광객, 세계 곳곳을 기웃거리는 불손한 산책자 관광 그리고 관광객은 근대와 함께 태동했다. 19세기 대중 소비 사회의 형성은 노동자 계급에 여가를 가져다주었고, 이에 따라 근대 이전의 여행과는 구분되는 관광이 출현했다. 대중 관광 사업의 시초인 토머스 쿡은 계몽과 사회 개량의 신념을 갖고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여행을 대중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많은 반발이 뒤따랐는데, 관광을 경박한 행위로 여기는 시각 또한 그 영향이 남긴 결과라 볼 수 있다(중국 등 신흥 강국의 단체 관광객을 향한 따가운 시선도 그 현대적 예가 될 수 있다). 오늘날까지 관광객을 긍정적인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1990년 초판이 간행된 이래 관광 연구의 대표 저작으로 자리매김해 온 『관광객의 시선』(존 어리·요나스 라르센 지음)조차 2011년 3판에서는 관광 산업의 확산이 가져올 생태계 파괴와 테러 위협 등에 대한 경고로 논의를 마쳤다. 이런 시각에서 보는 한 관광객이란 글로벌리즘의 이면에 무지하고 탈정치적인 ‘들뜬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는 관광객의 출현을 발터 벤야민이 말한 산책자의 출현과 병행하는 현상으로 포착하며, 관광객이 함유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벤야민은 쇼핑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파사주를 목적 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을 산책자라 불렀는데, 지구화의 진전으로 전 세계가 쇼핑몰을 닮아 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산책자의 다른 이름이 관광객인 셈이다. 그리고 관광객\u003d산책자는 세계를 ‘우연적 시선’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갈 필요 없는 장소에 가 볼 필요 없는 것을 보고 만날 필요 없는 사람을 만나는” 존재, 우연을 촉발하는 존재다. 포스트모던 철학의 유산 타자의 철학을 관광객의 철학으로 갱신하다 이 책은 들뜬 존재로서 관광객의 정치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은이는 카를 슈미트, 알렉상드르 코제브, 한나 아렌트 등의 ‘진지한’ 정치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들이 공유한 ‘개인이 한 국가의 시민이자 국민이 된 후 세계 시민으로 나아간다’라는 성숙의 신화가 가진 맹점을 짚는다(이런 신화의 뿌리는 헤겔 철학에서 찾아진다). 세계 시민이 되기를 거부하는 테러리스트(나아가서는 ‘불량배 국가’) 같은 미성숙한 존재들을 이해할 수 없는 타자로서 원천 배제하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배제가 가져올 악순환을 우려한다. 20세기 말의 포스트모던 철학(대표적으로 지은이가 연구했던 자크 데리다 등)은 이런 근대 정치철학의 맹점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타자의 철학을 탐구했으나 정치적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퇴조했다. 지은이는 관광객의 철학이 이 타자의 철학을 갱신하려는 시도임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일본 비평의 앞선 세대를 대표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사상(그는 『윤리 21』, 『트랜스크리틱』 등에서 타자의 철학을 역설했다)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다. “타자를 소중히 하라는 말은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을 진보적 명제(‘타자를 소중히 하라’)로 돌려보내기 위한 “뒷문”으로서 관광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검색 알고리즘이 우연을 몰아낸 세계 21세기의 최선설을 비판하다 현대 세계는 우연을 배제한다. 인터넷이 일상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오늘날, 우리는 알고 싶은 사실이 있으면 관련 검색어를 검색 포털에 입력하는 것만으로 무수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IT 대기업이 운용하는 검색 알고리즘은 검색어와 연관성이 높고 사용자 평가가 좋은 웹페이지를 우선적으로 찾아 보여 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필요한 정보를 찾아 도서관이나 현장을 헤맬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러한 헤맴의 과정이 종종 우리에게 알고자 했던 정보 이외의 생생한 지식을 전해 주곤 했다. 검색 알고리즘은 이런 우연의 생산을 소거한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극도의 합목적성이 만드는 오류 없는 세계라는 점에서 철학적으로는 라이프니츠의 최선설을 연상시킨다. 기술 발전과 지구화는 세계에 풍요와 건강을 확산시켰다.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같은 저작이 보여 주듯 글로벌리즘의 성과는 오늘날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동기를 규정하기 어려운 무차별 테러나 배외주의의 확산 같은 부정적 경향성을 목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관광객의 철학』 일본어판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얼마지 않아 출간되었다). 지은이는 이런 상반되는 두 방향의 현상이 공존하는 원인을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동거하는 세계의 ‘2층 구조’에서 찾는다. 그리고 과거 볼테르가 『캉디드』를 통해 라이프니츠의 최선설을 반박했듯 관광객의 철학을 통해 이 현실의 타개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내셔널리즘과 글로벌리즘을 왕복하며 세계에 오배를 발생시키는 ‘우편적 다중’ 2000년대 정치철학 가운데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 『다중』 등 공동 작업이 글로벌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이론으로서 각광받았다. 이들은 글로벌리즘의 확산과 내셔널리즘(국민 국가)의 쇠퇴가 만들어 낼 세계 질서를 ‘제국’이라 명명하고 이런 흐름을 저항적으로 전유하는 전망을 제시했다. 또한 인터넷이나 미디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경을 넘나들며 제국과 대결하는 새로운 정치 주체로서 ‘다중’을 호명했다. 그러나 네그리와 하트의 예상과 달리 실제로 내셔널리즘은 쇠퇴하기는커녕(그럼으로써 누구나가 세계 시민으로 직행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기는커녕) 글로벌리즘의 확산에 반발하듯 오히려 기세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실천 주체인 다중의 정의도 지나치게 모호했다. 낭만적인 수사와 구호를 걷어 내면 이론을 실천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전략의 부재가 드러난다. 냉전 이후 이념의 시대가 저물면서 급진 정치철학은 기묘한 ‘부정신학’적 논리에 빠져들었다. 부정신학은 신의 존재를 ‘신은 ~이 아니다’라는 부정의 중첩을 통해 증명하려는 신학 논리를 뜻한다. 지은이는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이 적극적 규정을 기피함으로써 내용이 비워진 개념이라는 의미에서 ‘부정신학적 다중’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글로벌리즘이 가능하게 한 글로벌리즘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다중은 관광객에 선행하는 기획이었다. 따라서 관광객이 새로운 저항의 철학으로서 실효성을 가지려면 다중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먼저 자크 데리다 철학에서 추출한 ‘우편’ 개념을 제시한다. 관광객은 말하자면 ‘우편적 다중’이라는 것이다. 우편은 간단히 말해 언제나 배송 사고 즉 ‘오배’의 가능성을 함축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관광객은 자기 국경 안에 머물 때는 국민이지만 다른 나라에 체류할 때는 세계 시민의 체험을 한다. 관광은 내셔널리즘과 글로벌리즘을 왕복하는 운동이다. 관광객의 목적 없는 발길은 종종 우연한 마주침을 가져오고, 이들은 그 우연의 경험을 갖고서 다시 국민의 경계 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경험의 누적이 사회관계가 고착화되어 가는 현실에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철학적 논의에 실질성을 더하기 위해 현대 네트워크 이론의 성과(라슬로 바라바시와 레카 앨버트의 ‘무척도’, 던컨 와츠와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스몰 월드’ 개념 등)를 도입해 관광객 개념을 뒷받침한다. 관광객의 철학에서 가족의 철학으로 배외주의와 테러리즘의 시대를 넘어 연민의 전파로 맺어지는 ‘우연한 가족’의 확산을 꿈꾸다 철학서로서 이 책의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는 철학 텍스트에 대한 독해 못지않은 비중과 중요도로 문학을 다룬다는 점이다. 라이프니츠의 최선설을 비판한 볼테르의 『캉디드』, 헤겔 패러다임을 냉소한 도스토옙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기술 유토피아의 악몽을 예견한 필립 K. 딕의 『발리스』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관광객의 철학』이 제시하는 정치적 전망과 관련해 도스토옙스키는 큰 무게를 가진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서 『악령』을 거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르는 그의 작품 세계는 고독한 테러리스트의 내면에서 출발해 연민으로 맺어지는 새로운 연대성에 이르는 변증법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를 경유해 『관광객의 철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연대성’이란 무엇일까. 우선 지은이는 관광객의 철학이 공리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튼튼한 정체성의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공산주의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정체성의 중요성을 간파하고서 계급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론이 형해화된 것은 다중에 이렇다 할 정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기존 정치 이론들에서 나아가 에마뉘엘 토드 등의 인류학적 논의까지 검토한 끝에 “개인도 국가도 아니면서 자유 의지로 변경할 수 없고 정치적 연대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춘 개념”으로서 ‘가족’을 말한다. 관광객의 철학이 말하는 새로운 연대에 실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가족(의 철학)이다. 부정신학적 다중은 고독한 개인들의 결실 없는 단발적 연대를 거듭할 뿐이지만 우편적 다중은 우연한 마주침을 가족의 형성으로 이어 간다. 여기서 가족은 관광객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의 은유였던 것처럼 도래해야 할 정체성의 은유로 이해될 수 있다. 오늘날 가족을 말하면 혈연이라는 불변의 요소에 기반한 집단으로서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 이데올로기의 옹호자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지은이는 오히려 (일본의) 진보 진영이 원래는 중립적 단어였을 ‘가족’을 되찾아 오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엄밀히 따졌을 때 가족은 언제나 우연의 산물이다. 도스토옙스키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가족은 언제나 우연한 가족”이다. 가족을 가족이게 하는 본질적인 요인은 결코 혈연이 아니라 우연한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연민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은 혈연, 성별만이 아니라 때로는 종의 벽까지 넘어선다. 즉 가족의 철학은 연민에서 시작해 주워 온 길고양이와 만들어 나가는 관계까지 가족으로 포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관계를 적극적으로 가족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우연을 향해 자신을 열어젖히는 관광객이 되어라. 우연은 때로 섬뜩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다. 마치 신생아의 얼굴처럼. 그 만남에서 연민을 느끼고 책임을 배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나가라. 책 마지막 부분에서 지은이는 ‘나’의 죽음이라는 절대적 필연을 중심으로 구축된 (그럼으로써 나치즘과도 가까워졌던) 하이데거 철학을 비판한다. 하이데거 철학에는 가족이 없었고 부모됨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그를 전율케 한 ‘나’의 죽음은 끝까지 아이로 머물려 한 고독한 존재의 죽음이다. “아이로 죽는 데 그치지 말고 부모로서도 살아가라.” 그리고 “세계는 아이들이 바꿀 것”이다. 관광객의 철학을 거쳐 이른 가족의 철학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아즈마 히로키
저자 : 아즈마 히로키
1971년 도쿄도 미타카시에서 태어났다. 1994년에 도쿄대학교 교양학부 과학사·과학철학 분과를 졸업했고 1999년 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학술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가라타니 고진이 주재하던 비평지 『비평 공간』에 「솔제니친 시론」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2년부터 2010년대 초반에 걸쳐 게이오의숙대학교, 고쿠사이대학교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센터, 도쿄공업대학교, 와세다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에 출판사 콘텍처즈를 설립했고 2012년 겐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3년부터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출판사 운영에 전념하기 시작했으나, 현재는 겐론의 대표직을 사임하고 잡지 『겐론』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1999년 첫 저서이자 박사 논문이기도 한 『존재론적, 우편적』으로 제21회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장편 소설 『퀀텀 패밀리즈』로 제23회 미시마유키오상을 수상했다. 또 2015년에는 『약한 연결』로 제5회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2017년에는 『관광객의 철학』으로 제7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일반 의지 2.0』, 『테마 파크화하는 지구』 등 여러 저서를 발표했다.

역자 : 안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 일본 문학을 전공했으며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대 일본의 새로운 ‘계급’을 둘러싼 지적 지형도」, 「‘소설의 종언’ 이후의 일본 소설론」, 「대전환의 예감, 보이지 않는 윤곽」 등의 글에서 아즈마 히로키를 다뤘다. 옮긴 책으로 『일반 의지 2.0』(아즈마 히로키), 『약한 연결』(아즈마 히로키), 『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사사키 아타루),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다카다 아키노리)이 있으며, 2020년에는 아즈마 히로키를 인터뷰한 책을 한국에서는 『철학의 태도』로, 일본에서는 『철학의 오배』로 펴냈다.

역자 소개

  • 역자 : 안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 일본 문학을 전공했으며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대 일본의 새로운 ‘계급’을 둘러싼 지적 지형도」, 「‘소설의 종언’ 이후의 일본 소설론」, 「대전환의 예감, 보이지 않는 윤곽」 등의 글에서 아즈마 히로키를 다뤘다. 옮긴 책으로 『일반 의지 2.0』(아즈마 히로키), 『약한 연결』(아즈마 히로키), 『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사사키 아타루),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다카다 아키노리)이 있으며, 2020년에는 아즈마 히로키를 인터뷰한 책을 한국에서는 『철학의 태도』로, 일본에서는 『철학의 오배』로 펴냈다.


 

책 속에서

p.21
세계는 지금 전례 없이 많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20세기가 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관광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철학은 관광을 고찰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런 당연한 감각에서 출발한다.


p.82
20세기 후반의 인문 사상은 타자에 대한 관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불량배 국가의 대두는 바로 그런 논리의 설득력을 앗아 간다. 타자에 대한 관용은 분명 중요하나 관용의 태도를 취하려면 상대방도 어느 정도 성숙해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정당한 반론에 기존의 타자론은 거의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p.119
관광객의 철학을 사유하는 것은 대안적인 정치 사상을 사유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특정 국가에 속해 그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회로가 아닌 다른 회로를 통해 보편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길을 통해서인가? 익명이며 동물적 욕구에 충실하고 누구의 친구도 누구의 적도 되지 않는, 들뜬 기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객. 이들이 만약 공공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공공성은 어떤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의 물음이다.


p.161
제국 체제와 국민 국가 체제, 글로벌리즘의 층과 내셔널리즘의 층이 공존하는 세계란 한마디로 보편적 세계 시민이 되는 길이 사라진 세계다. 나는 그런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세계 시민이 되는 길을 만들고 싶다. 그것도 개인에서 국민을 거쳐 세계 시민으로 향하는 헤겔 이후의 변증법적 상승과는 다른 길을. 그것이 관광객의 길이다.


p.229
가족은 성과 생식만으로 정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가족은 어느 지역에서든 집단 거주, 경제적 공공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토드는 가족 형태를 분류할 때 거주나 유산 상속의 형식을 중시했던 것이다. 거꾸로 말해 함께 살면서 ‘한솥밥’을 먹으면 성이나 생식과 상관없이 가족으로 여기는 역학이 전 세계에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친밀성의 감각. 애정은 때때로 원칙이나 절차를 뛰어넘는다.


p.273
왜 도스토옙스키인가? 지금이 테러의 시대기 때문이다. 1장에서 논한 바와 같이 관광객의 시대는 테러리스트의 시대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이 테러리스트를 다루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신앙과 정의를 잃은 시대에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을 고민했던 소설가다.


p.317~318
어느 시대에나 철학자는 아이를 싫어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예전에는 아이였다. 우리 모두 섬뜩한 존재였다. 우연의 아이였다. 우리는 분명 실존적으로 죽는다. 죽음은 필연이다. 하지만 탄생은 필연이 아니며 우리 중 누구도 태어났을 때는 실존이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는 필연에 도달하는 실존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연에 노출되어 다음 세대를 만드는 부모가 되어야 삶을 완수할 수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관광객의 철학
1장 관광
보론 2차 창작
2장 정치와 그 외부
3장 2층 구조
4장 우편적 다중으로

2부 가족의 철학(서론)
5장 가족
6장 섬뜩함
7장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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