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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김미승 저 | 다른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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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332930 / 200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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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김미승
저자 : 김미승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고 있다.
이따금, 마주하는 풍경이나 사람 그리고 어떤 상황 속에서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꼭 붙잡고 따라가다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곤 한다.
2000년 계간 <작가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청소년 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가 선정되었다.
쓴 책으로 청소년 소설 《저고리 시스터즈》, 《세상에 없는 아이》,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 가는 시간이 환하다》, 동화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서방바위와 각시바위》, 《상괭이와 함께 떠나는 흑산도, 홍도 여행》, 《소곤소곤 설화모리》(공저)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치, 러시아는 나무도 살갗이 하얘.”
쑤라는 괜히 자작나무 껍질을 손톱으로 벗기며 투덜거렸다. 하얀 자작나무 껍질 위에 놓인 자신의 손등이 유난히 노랗게 보였다.
‘여긴 눈도 많이 오니까 세상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사람들 피부도 하얗고…….’
쑤라는 괜히 억지를 부리고 싶어졌다. 자신의 피부가 러시아 아이들처럼 하얗지 않은 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부모님이 조선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칙칙한 피부색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아버지의 나라 조선에도 눈이 올까? 그곳에도 자작나무가 있을까?’
쑤라는 문득 아버지의 나라 조선이 궁금해졌다. _18쪽

상자 안에는 자그마한 마트료시카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상점에서 파는 마트료시카 인형과는 달랐다. 대개 마트료시카는 스카프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통통한 러시아 여자 모양인데, 이건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인형이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와, 아버지가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시다니.’
인형을 여니 그 안에 좀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고, 또 열어 보니 인형이 또 들어 있었다. 쑤라는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마트료시카 인형을 나란히 세워 놓고 바라보았다.
‘내 안에 다른 내가 둘이나 있네!’ _29쪽

오늘 탄광에 끌려온 뒤 처음 맡아 보는 생선국 냄새에 뱃속이 꼬르륵꼬르륵 요동을 쳤다. 앞에 늘어선 배식 줄이 까마득히 길어 보였다. 드디어 현도 차례가 되자 가슴이 설렜다. 바로 앞에 선 박진태가 받은 국에 청어 조각이 담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자기 것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자신의 국에는 살점은 없고 앙상한 가시와 국물뿐이었다. 국 통을 기웃거려 봤지만 청어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운 좋게 조각이 박진태에게 간 것이었다. 저 맛난 것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현도는 박진태의 식판에서 냉큼 청어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 순간 박진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박진태는 현도의 입을 벌려 청어 조각을 빼내려고 했다. 현도는 뺨을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그래도 입을 앙다물고 벌리지 않았다. 이대로 맞아 죽는다 해도 고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입속에서 느껴지는 청어 맛이 황홀했다. 현도는 고기를 꿀꺽 삼켰다. 순간 주먹이 날아오고 발길질이 쏟아졌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반장님,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_114~115쪽

기다려도 기다려도 배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며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연히 시비가 붙어 나뒹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감당하기 힘든 절망감에 바다를 쥐어뜯기라도 하려는 듯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무심한 바다는 파도를 밀었다 당겼다 하며 저 홀로 놀고 있었다.
조용히 오도마리 항구를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어디로 갔을까?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갈 곳은 다시 막장뿐이었다. 그렇게 떠나는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자꾸만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보면 자신들을 태울 배를 더 먼저 발견할 수 있으니까. 쑤라 일행도 언덕에 자주 올라갔다. 다들 퀭한 눈으로 멀리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뿐이었다. _189쪽

목차

카레이스키 007
아버지의 이름 027
열차 안에서 044
바니노 항구 059
검은 섬, 가라후토 068
탄광촌 사람들 087
마트료시카와 뜸북새 102
나는 사람입니다 116
과외 선생 130
밟아도 아리랑 151
음모 166
돌아오지 않는 배 180
작가의 말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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