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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걷는사람 시인선 [15]

이진희 저 | 걷는사람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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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784 / 143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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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72년 제주 중문에서 태어났고 서울과 안양의 변두리에서 잠시, 그리고 수원에서 주로 성장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2006년 계간 『문학수첩』으로 등단했다. ‘1월 11일’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 《실비아 수수께끼》

머리말

시인의 말

다시라도 나는
지금과 똑같은 세계를 만들어내겠지만

사랑하네
쓸모없지만 빛나는 것들
2020년 4월
이진희

책 속에서

나는 진실만을 말하지
물론 맹세할 수 있어 이까짓 거짓말
내 앞의 당신은 달콤해야 하니까
당신 앞에선 달콤한 말만 선물할 거니까

커다란 리본을 달아서
커다란 선물을 보낼게
커다란 상자에 넣어서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커다란 페이크를 만들어줄 테야

—「페이크」 부문


까마득한 고층에서 훌쩍 뛰어내리자
세상이 사라졌다

축하받을 존재와 축하의 장소가 확실했다
무궁한 손뼉들과 향기로운 꽃다발들

해외 입양아던 젊은이가
친모를 찾고 있었다,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였는지 알고 싶습니다

곁눈질로 보았다
걸레질을 하던 나의 어머니가
텔레비전 앞에서 가슴을 쥐어뜯던 모습

출구가 차단된 동굴에 차오르는 매운 연기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기일인지도 모르는 날

겨우 몇 묶음의 폐지를 두고
살인이 저질러지기도 하는데

거짓말처럼 살아가고
거짓말처럼 태어나고
거짓말처럼 죽어가는

—「만우절」 전문


아무리 아름다울지라도
이곳 눈부신 정원에 이식된 꽃들은
지친 표정을 들키는 즉시 뽑혀나가고

오늘 아침 고용된 앳된 악사들은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는 밤의 전경을
노련하게 연주해야 하는데

남아도는 우유처럼 버려질 물질을 생산하느라
한밤중에도 불 밝힌 먼 곳의 공장들

—「재의 맛」 부분


그때로부터 먼 훗날
바람의 병사들이 검은 돌담을 무시로 타넘던
추운 밤들을 생각하는 오늘

나는 어쩌다가 생겨났다
지금의 내가 아닐 수도 있었던 나는
어쩔 수 없어져서 태어났다

그날, 나의 어린 엄마가
도망칠 배편을 어렵사리 구해놓은 그날
시집간 막내딸 어찌 사는지 궁금했던 외할아버지가
언제 가마 하는 기별 없이 섬에 내리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았겠지
엄마 배 속에 든 나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랬던 그때가 지금에 이르다

그 옛집 어두컴컴한 건넛방 무쇠 발판 재봉틀로
밤마다 엄마가 기워 나간 건
도무지 알 수 없는 심란한 미래

어쩌다가 이런 시가 쓰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은 오늘
이상하다 발이 몹시 시리다
차가운 무쇠 발판을 밤새 맨발로 구른 것처럼

—「무쇠 발판 재봉틀」 전문


나의 애인들 지금이야
다저녁에 훌쩍 지나간 계절이지만

불이고 물이고 칼날이면서 솜털이던
사랑 비슷했던 사랑으로 한때 나는 나의
슬픔과 분노 결핍과 망설임을 메꿔왔는데

그 슬픔과 분노, 결핍과 망설임이
나의 가장 오랜 애인이었는데

한때 전부였으나 이제 아무렇지 않은
한때는 공포였던 연애도 탈 대로 타버려
손가락을 대보면 부드러움만 남아 있다

—「지난 애인들에게」 부분

 

목차

1부 사랑은 있고 사랑은 없고 사람 같은 사람은 희박해지고 있다지만
생활
공기 속에서
철원
봄에서 여름-겨울방학 일기
삼거리 국밥집
사랑한다
벽장 속 까마귀
미파솔 라시도 시라솔파
그것이 되어가는 느낌
재의 맛
베를린
느린 슬픔
탐구생활
아주 이따금 쓰는 일기

2부 썩기 직전 가장 향기로웠던
그곳의 그것
칼
옥미에게
저물녘의 빛
페이크
만우절
일곱 살
내 의자
이런 질문
정서건설이력철거전문
세 개
지난 애인들에게
사거리 빵가게
끝과 시작
지난여름

3부 이것만으로 충분한 기분
무쇠 발판 재봉틀
공놀이
사랑의 유령
싱크홀
배꼽
아주 조금의 설탕
그 개
먼 불빛
어떤 사소한 감정에 대하여
안개 군락지에서
아이스크림 일기
돌멩이
읍니다
믿음의 문제
다녀갑니다

4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
능에서의 한나절
붉은 방
둥, 둥둥
버티컬
햇빛에 대한 미사
벌레였던 저녁
직업학교 맞은편 사진관
껌
봄날의 어두운 산책
아버지
도덕 선생님
탁자 아래
밤늦은 역사에서의 독서
강아지 울음소리 요리법
다시 한 번

해설
엉망이라는 비질서와 진창이라는 바닥에서 우리 함께
- 정기석(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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