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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4050635 / 28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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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해리 포터로 삶을 읽어내는 문학 에세이. 한겨레신문사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와 격월간 『민들레』, 네이버 개인 블로그(blog.naver.com/don3123) 등을 통해 2005년부터 꾸준히 글을 써온 육아 칼럼니스트 신순화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의 세상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써나간다.
마흔한 편의 글에는 해리 포터의 성장기와 젊은 시절 저자의 소중한 기억이 겹쳐 있다. ‘나는 해리 포터를 읽으며 어른이 되었다’라는 부제처럼 시리즈가 진행되는 사이 해리와 독자들은 함께 자란 셈이다. 더불어 저자는 마법 세계와 현실 세계를 겹쳐내기도 하고 대조해보기도 하면서 삶에 대한 부드러운 성찰을 이끌어낸다.
출판사 리뷰
말이라는 마법, 마법이라는 기적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해리의 여정을 생각했다. 저자는 젊은 시절 해리 포터를 읽으며 마법 주문과 마법 지팡이를 소망하기도 하고, 원하는 것을 척척 해내는 마법사들의 삶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법 세계에서도 소원을 뚝딱 이루어주는 마법은 없고, 마법사라고 해도 고난이도의 마법을 부리기 위해서는 수없이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마법 세계에서의 삶을 상상하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있는 ‘필요의 방’이나 ‘소망의 거울’ 등을 꿈꾸었지만, 다시 읽을 때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로 끊임없이 돌아온다. 우여곡절, 좌절감, 열등감, 두려움 등으로 앞이 캄캄할 때 해리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던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리의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오게 된다. 이제 용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해리의 여정을 생각한다. 자신도 마법사라고 속삭인다. 처음 해리 포터를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열리면서, 그는 자신이 가진 귀한 마법을 깨닫는다. 그것은 말이라는 마법이다. 얼마나 강한 줄도 모르고 내뱉은 그 많은 말들이 실은 모두 마법이고 예언이었음을. 그러니까 이 책은 어쩌면 마법을 꿈꾸는 ‘머글’들의 이야기, 지혜가 필요한 삶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해리 포터에 대한 열렬한 마음이 담긴 추억담이기도 하다. 외로운 이들에게는 고요하고도 꽉 찬 온기를,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나눌 무엇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는 건강한 책의 세계를 제시한다. 작가가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로 건네는 따뜻한 말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우리는 집 주위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 중 탐탁한 것들을 골라 다듬어서 마법 지팡이를 만들었다. 큰아이는 그 마법 지팡이에 나름대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제 것은 호랑가시나무 가지에 불사조의 깃털을 넣은 것이고, 동생 것은 무화과나무 가지에 유니콘의 피를 넣은 것이라던가? 아이들은 자기만의 마법 지팡이를 만들어 멋들어지게 휘두르며 책에 나온 온갖 주문을 상대방에게 날리면서 놀고 또 놀았다. (11~12쪽)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을 마법 세계와 연결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에 빠져들다 보면 우리가 사는 곳도 신비한 세상과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다. (18쪽)
막내는 ‘랭록’ 주문을 좋아한다. 이 주문을 외우면 혀가 입천장에 딱 붙어서 말을 할 수가 없다. 막내는 이 마법을 내가 자기에게 잔소리할 때 쓰고 싶단다. 엄마 혀가 딱 붙어서 더이상 잔소리를 못 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나한테 야단맞을 때 막내가 살짝 “랭록”이라고 소곤거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나야말로 아이들이 내게 말대꾸할 때 ‘랭록’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한다. (23쪽)
나는 어떤 기억들을 꺼내보고 싶어질까. 어떤 사람의 기억을 엿보고 싶을까. (39쪽)
나도 한 번씩 그런 감정에 사로잡혔다. 미래에 대한 불안, 현실에 대한 막막함, 안 풀리는 관계에 대한 불안함 등이 커지면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살아갈 자신이 없어지고,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 것 같고, 끝없는 무기력과 두려움이 나를 통째로 사로잡아 옴짝달싹 못 하던 순간들. 돌아보기고 싫을 만큼 무섭고 끔찍했다. 그런 감정들,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56쪽)
행복을 행복이라고 알아챌 수 있는 마음, 즐겁고 기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말들, 내 행복을 나누며 그의 행복을 일깨워주는 지혜. 이런 것들에 열심히 마음을 내고 싶다. (60쪽)
하루의 분노는 잠들기 전에 꼭 풀 것, 집을 나서는 가족에겐 화를 내지 말 것. 이 두 가지는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 마음이 추우면 어느 곳에서도 나 자신을 온전하게 펼치기 어렵다. (73쪽)
그런 사람이 있다. 유난히 말귀를 못 알아듣고, 금방 설명해준 내용도 잊어버리고, 뭐만 했다 하면 실수하고, 둔하고 답답한 사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누군가가 끊임없이 챙겨줘야 하는 그런 사람. 네빌이 딱 그런 아이다. (113쪽)
좋아하는 일은 힘이 세다.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떤 어려움일 닥쳐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게 하는 일, 매일매일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고 꼭 이루고 싶어 몸과 마음이 달뜨는 일. (…) 조지와 프레드처럼 어려서부터 한결같이 재미있고 신나고 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에 재능까지 있는 데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111쪽)
소중한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공허만이 남는 것이 아니다. 오래오래 그 슬픔을 응시하다 보면 그 속에 그로부터 받았던 것들이 더 크게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32쪽)
해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간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론과 헤르미온이라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세 아이는 상상할 수 없이 어렵고 복잡한 일들도 어른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성과 노력을 해결해나간다. (156쪽)
진심 어린 관심의 힘이 한 존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집요정 크리처에게서 본다. (158쪽)
‘완장’이라는 말이 있다. 자격이나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서 만들어 차는 팔띠를 가리킨다. 완장 자체는 그저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완장을 차는 순간 달라진다. 완장이 나타내는 권력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 ‘해리 포터’ 소설 속에서 완장은 배지다. (…) 말포이는 반장이 되자마자 거들먹거리며 해리에게 언제든 잘못하면 방과 후에 나머지 공부를 시키겠다고 협박을 한다. (181~182쪽)
아메리카 토착민들은 친구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말한다. 기쁜 일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함께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라는 뜻이리라. 해리와 론, 헤르미온은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 제일 어려운 시련을 함께했다. 서로의 슬픔을 기꺼이 등에 지고 지극히 외롭고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왔다. 서로의 슬픔을 나눠 지고 갔던 친구가 나에게는 있었나. (208쪽)
세상 모든 이야기에는 ‘우리’가 담겨 있다. 환상의 세계를 그린 마법사 이야기도 그렇다. 마법 지팡이도 없고 하늘을 나는 빗자루도 없고 눈앞에 있는 고양이를 꽃으로 변하게 할 수도 없지만, 우리도 특별한 마법을 부릴 수 있다. 얼마나 강력한지도 모르고 부려왔던 마법이다.
우리는 ‘말’이라는 마법을 쓴다. (269쪽)
어둠은 두렵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란 쉽게 공포와 혼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어둠은 내 곁에 있는 것도 보이지 않게 한다. 나 혼자 남겨진 기분만큼 존재를 약하게 하는 것은 없다. 깊은 어둠은 심지어 나 자신조차 다 덮어버린다. 내 손과 내 몸, 내 존재마저도 사라진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면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루모스’라고 외치면 빛이 생긴다. 어둠은 물러가고 모든 것이 보인다. 내 곁에 있는 사람도, 나 자신도 빛 속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내가 있는 세상을 알아볼 수 있으면 내가 해야 할 일도 보인다. 비로소 내 앞에 놓인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다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는 동안 늘 이 주문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274~27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