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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폐와 시장

민영기 저 | 한울아카데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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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46065222 / 288쪽 152 x 224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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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수령 중심의 공동체에서 황금주판을 두드리는 혼종체제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수령공동체’는 사실상 와해되었다. ‘생산의 완전계획화’, ‘소비의 배급제’, ‘무역의 국가독점’이라는 3대 원칙은 모두 무너졌으며 북한 사회를 지탱해온 근간인 집단주의적, 사회주의적 도덕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 북한 사회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물질적, 문화적 토대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책은 북한 변화의 숨은 동인으로 화폐를 주목한다. 떠들썩한 흥정을 동반하는 시장이 북한 변화의 주범으로 종종 언급되어왔지만, 이 책은 그 이면에 은폐되어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모든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화폐야말로 현재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지배하는 ‘최고존엄’임을 입증하고 있다.

북한에서 화폐란 무엇인가?
족쇄가 풀린 화폐가 북한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1990년대 이전까지 배급제는 북한의 수령공동체를 지탱하는 근간이었다. 배급제를 통해 수령에게는 찬란한 후광이 씌워졌고, 숭배와 복종의 메커니즘이 전 국가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배급제가 무너지고 개개인이 생존을 위해 돈에 의존하게 되면서 북한 사회의 주신(主神)은 수령에서 화폐로 바뀌었다. 이 책은 1947년 화폐개혁을 시작으로 북한 사회에서 수령공동체가 완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에 화폐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며, 이미 시장화가 깊숙이 진행된 북한에서 화폐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들을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심도 있게 고찰한다. 이 과정에서 이 책이 포착하는 화폐의 보편적이고 본원적인 성격들은 자본주의 체제로서 화폐가 북한 이상의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갖는 함의들 역시 적잖이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식량을 배급하는 사회에서 시장을 배급하는 사회로
북한을 연구하는 다수의 학자들은 북한의 시장을 ‘자생적 시장’으로 규정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잣대로 북한의 시장화를 평가하며 북한의 시장이 결국 자본주의 시장의 형태를 갖출 것으로 전망한다. 그에 반해 이 책의 저자는 북한의 시장이 자본주의적 기제에 의해 작동하기보다는 권력에 의해 조정되고 통제되는 현실을 주목한다. 이 책은 북한이 사실상 시장을 ‘배급’하는 사회임을 갈파하며, 북한에서 국가가 어떻게 시장을 제도화하고 권력에 복속시켜왔는지를, 즉 북한의 시장이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님을 논증한다. 아울러 이 책은 북한 사회에서 권력과 지배계급이 시장을 길들이고 시장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암암리에 혹은 노골적으로 벌이는 ‘전략적 사보타주’의 작동방식을 면밀히 파헤치고 있다.

화폐권력에 대한 최후의 쿠데타, 2009년 화폐개혁의 진상
어떤 의미에서 북한 경제의 역사는 화폐라는 ‘맘몬’에 족쇄를 채우거나 풀면서 이를 길들이려는 끊임없는 시도의 과정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8.3인민소비품운동(1984년)’, ‘1992년 화폐개혁’, ‘7.1경제관리개선조치(2002년)’, ‘2009년 화폐개혁’ 등 북한의 굵직한 경제 조치 및 정책들을 살펴보며 그 의의와 한계들을 짚어낸다. 특히 이 책은 2009년 화폐개혁을 ‘시장세력’과 ‘반시장세력’의 충돌로 간주해온 기존의 시각을 넘어서, 그것이 북한에서 이미 강고한 입지를 구축한 화폐카르텔을 향해 북한 내 근본주의 세력이 가한 최후의 쿠데타였다는 점에 역사적 중요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로 북한 사회는 더 이상 이전의 사회주의 공동체로 복귀할 가능성이 소멸했고, 시장과 권력이 기묘하게 결합한 혼종체제로 확고하게 이행하게 된 것이다.

“잡아가려면 잡아가라, 우리는 장사한다”
화폐와 시장을 통해 보는 북한 민중의 삶
수령공동체가 붕괴된 이후 화폐적 관계는 북한 사회와 주민들의 삶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하며 이를 변화시켜왔다. 그것은 ‘자본주의적’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워도 분명 ‘비사회주의’적인 것이었다. 이 책은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서의 화폐에 주목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더 이상 책임지지는 않으면서도 여전히 통제하고 수탈하려 하는 체제 권력에 맞선 북한 주민들의 오랜 생존 투쟁 과정을 화폐와 시장을 통해 조명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이탈하고 오히려 직장에 돈을 갖다 바치기까지 하는 노동자들의 삶,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로 집약되는 주민들의 몸부림, 북한의 독특하고 모순적인 경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돈주’, ‘알쌈’, ‘해결사’ 같은 존재들, 지속적인 사보타주를 통해 민중의 부에 빨대를 꽂아온 북한 당국과 권력자들의 행태가 화폐를 중심으로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묘사된다.


출판사 리뷰

북한 사회와 경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하는 명쾌한 해설서 여러 부문에서 북한 경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회복되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고립과 봉쇄에 붕괴할 듯 보였던 북한 경제에 생기를 불러일으킨 힘은 무엇일까? 무너진 계획경제와 국가 재분배시스템을 대체하여 경제를 복원하는 힘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을까? 지금 북한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1945년 해방 이후 북한 경제를 이끌어왔던 거시적 메커니즘의 변화를 조망하고 북한 변화의 숨은 동인인 화폐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북한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다 종합적이고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동안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자본주의화’나 ‘시장화’ 측면에 맞춰져 있었다고 한다면, 이 책은 ‘화폐’와 ‘화폐화’에 초점을 둠으로써 북한 경제를 보다 새롭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이 화폐와 시장의 작동을 통해 폭로하는 북한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과 분열상은 북한 경제의 회복이라는 현상 이면에 잠복해 있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불안요소들을 함께 포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민영기
저자 : 민영기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북한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의 화폐와 금융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상생하는 경제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주요 연구로는 ?화폐공동체의 성립과 수령공동체의 균열?(2014), ?북한 경제체제의 변화에 관한 연구?(2016), ?북한의 경제질서 재편과 “관료적 시장”의 형성?(2016)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수령공동체에서 돈은 결코 적절한 매개물이 될 수 없었다. 화폐로 서로의 의무감을 청산하는 것은 인간관계 중에서 상대가 상대를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공동체는 개인적, 물질적 이해가 아닌 전체의 도덕적 가치에 의해 생산과 배분을 조직했다. 이른바 ‘도덕경제(moral economy)’이다. 도덕경제에서 개인의 가치는 다른 사람들, 즉 공동체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화된다. 수령공동체 내부에서 물적 재화의 생산과 분배는 정치·사회관계와 일체화된다. 제도적으로 분리된 경제시스템은 없다. 경제제도의 독자성은 부정된다. 수령공동체는 수령을 중심으로 한 온갖 종류의 감성적, 전통적 유대로 강력하게 결합되었다. 주민들의 공속성(共屬性)을 바탕에 둔 사회적 관계는 더욱 결속력을 높여갔다. (84쪽: 제1장 “수령공동체의 완성” 中)

고난의 행군은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가는 무능했다. 주민들은 점점 국가를 믿지 않게 되었다. 오직 자신의 능력에 기댔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위기로 재정이 없는 국가는 기업에게 오히려 성가신 짐이 될 뿐이었다. 오히려 국가는 엄혹한 시기, 주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삶의 기회마저도 앗아가려 했다. 1991년의 농민시장 단속과 1998년의 시장규제가 그것이다. 1991년 비사회주의 현상의 확산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농민시장 단속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완화했던 농민시장을 모두 10일장으로 환원했다. 장날은 월 3회로 엄격히 제한하고 반입된 물건의 양에 따라 2원 내지 5원의 장세를 징수했다. 그러다 1993년 들어 이 같은 조치를 다시 완화하여 매일장을 재허용했다. 북한은 노동자들의 공장복귀조치 등을 통해 시장경제의 확산을 막으려 하기도 했다. 비사회주의적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총을 들고 장사행위를 막아도 주민들은 말을 듣지 않았으며 저항까지 했다. ‘눈물의 골짜기’를 지난 주민은 옛적 그 ‘착한 백성’이 아니었다. (107쪽: 제2장 “공동체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확장” 中)

등가체계의 와해는 주민들에게 화폐물질에 수량을 부여하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주민들 스스로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무상으로 제공되었던 재화나 서비스에 가격이 붙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나 의료인의 업무시간 외 진료행위도 공짜가 아니었다. 개인들이 가진 재주를 남을 위해 쓰는 일도 모두 정가가 매겨졌다. 주민들은 “배웠으면 일정하게 물질적 자극을 줘야 되는 것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거래는 화폐로 결제되고, ‘흥정’이 북한 전역에서 일반화되었다. ‘공짜’는 거의 사라졌다. 화폐는 주민들의 의식 속에서 강력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공동체가 반포하는 등가가 무너진 대신, 주민들 머릿속에 화폐물신과 ‘정가’ 결정 기계가 하나씩 들어앉았다. (137쪽: 제2장 “공동체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확장” 中)

북한 당국은 시장을 없앨 능력이 없다. 사실 없애려는 의지도 없다. 다만 주민들을 권력에 의존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을 ‘패대기’치는 연기를 할 뿐이다. 시장에 촉수를 박은 권력으로 인해 부는 차등적으로 배분되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었다. 시장은 돈을 빼앗아 오려는 권력집단과 뺏기지 않으려는 주민과의 투쟁장이 되어갔다. 당국의 단속과 통제마다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위에서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주민들의 말처럼 굳세고 영악하게 압박을 버티어 갔다. (156쪽: 제2장 “공동체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확장” 中)

북한에는 기존 권력에 ‘대척점으로 상정할 시장권력’은 없다. 시장권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권력자의 비호 아래 존재한다. 북한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신정(神政)’의 서사구조가 여전하다. 시장에서 부를 일구었다고 감히 수령 권위에 대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에서 자라난 신흥부유층이 권력층과 대척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순진무구한(naive) 발상이다.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관찰자들이 범할 수 있는 오류이지만 그릇된 관점이 고정되면 곤란하다. 북한 신흥부유층은 대부분 권력층이다. 설사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161~162쪽: 제3장 “경제질서의 재편과 ‘관료적 시장’의 형성 中)

북한은 시장메커니즘의 전면적 작동을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선천적으로 반시장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반시장적 조치를 통해, 시장을 국가의 통치제제에 완전히 복속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근대 영국에서 왕실의 인가를 받은 금세공업자에게만 은행업을 허용한 것처럼, 북한의 최고권력자는 시장을 자신의 가신들에게 분봉(分封)하고 있다. 북한은 계급혁명을 통해 착취 없는 평등사회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 소련 당시 당과 국가의 관료계급을 지칭했으나 현재는 공산주의 국가의 특권 계급을 광범위하게 가리킨다)’의 발호는 북한 사회에서도 예외 없는 일이었다. 기존의 공동체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북한의 국가계급은 사회경제적 자산을 정치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163쪽: 제3장 “경제질서의 재편과 ‘관료적 시장’의 형성 中)

2000년대 들어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비사회주의 현상 가운데 하나는 ‘황색바람’, 즉 금지된 자본주의 문화를 소비하는 행위이다. 중국을 통해 유입된 ‘한류’가 큰 줄기가 되었다. 한류의 바람은 시장의 확산과 더불어 북한 내의 대도시들은 물론이고 지방 구석구석까지 이르렀다. 현재 한류는 북한의 최고위층까지도 즐기는 지경이 되었다. 북한 간부들도 뇌물을 받고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각종 한류 물품들을 눈감아주고 있다. 압수한 물품들은 폐기시키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시청하기도 한다. 또 뇌물을 주는 한류 유통업자들이 간부들 집에 가서 함께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다. 간부 집에는 검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남한 상품들 역시 북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류는 주민들에게 주입되는 정치적·도덕적 자극을 무력하게 만든다. 나아가 남한에 대한 동경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우려도 있다. (216쪽: 제4장 “화폐적 관계의 확산과 주민들의 변화” 中)

화폐개혁은 북한의 지배계층 중 계획경제를 고집하는 근본주의 세력이 화폐카르텔에 휘두른 ‘철퇴’였다. 그러나 그것은 빗나갔다. 빗나간 철퇴는 주민들을 내리쳤다. 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미 자본가의 반열에 오른 화폐권력의 피해는 미미했고, 주로 시장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하층 주민들과 중소상인들만 피해를 입었다. 외화보유 비중이 높은 ‘돈주’들은 모두 화폐개혁의 격랑을 빠져나갔다. 당, 검찰, 보위부 등 국가 권력기관에 박혀 있는 ‘알쌈’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들은 이미 동업자였다. 돈주로 대표되는 화폐권력자들은 국가권력의 ‘단속’을 세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았다. 화폐개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화폐개혁을 통해 잠재적 경쟁자인 새로운 상인계층들을 제거하게 되었다. 이로써 화폐는 소수에게 더욱 집중되는 계기를 잡았다. (232쪽: 제4장 “화폐적 관계의 확산과 주민들의 변화” 中)

목차

서론변화하는 수령의 나라
제1장 수령공동체의 완성
제2장공동체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확장
제3장경제질서의 재편과 ‘관료적 시장’의 형성
제4장화폐적 관계의 확산과 주민들의 변화
결론 황금주판을 두드리는 혼종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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