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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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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걷는사람 시인선 [15]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암과 싸운 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겨내기 위해 썼던 글들을 묶는다.
유목민의 영혼을 위해 살았던 생애를 위해.
이겨내라 무한 힘주신 분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20년 3월
배교윤
나는 물의 욕망이 아니어서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오르지 않았다
내 몸속엔
어미 같은 화산도 있고
아비 같은 나무도 있어
그저
꿈꾸고 싶어서
나는 항상 바람과 같이 있었다
나는 수많은 새들이 지저귀지 않아도
저 먼 수평선에
바람의 악보를 그려 넣을 수 있다
—「섬」전문
동지 전 짧아진 길
마로니에 공원을 서성거리다
서울대병원 오랜 수령의
은행나무 위로 붉어지는
일몰의 하늘을 바라본다
저물 때만 잠시 아름다운
착시에 몸을 기대는 시간
꽃이 피었다 진
수척한 꽃대도
지는 해를 바라보던 나도
한순간 바람에
귀를 비우고 우두커니 서 있다
—「일몰에 기대다」전문
춥고 피곤한 날
서 푼어치밖에 남지 않은
눈빛으로
섬으로의 망명을 꿈꾸며
카프카를 읽는 오후
11월도 중순
응달진 자작나무 아래
낮게 씨를 달고 있는
시들어버린 꽃을 보다
문득 뜨거움이 울컥 치민다
시들어도 꽃은 우주의 중량을 품고 있구나
짧은 가을을 보내는
마른 꽃의 튼실한 무게
—「가을의 무게」전문
해운대 미포 앞바다에서 주운
검은 몽돌 한 개
눈물 같은 바닷물이 묻은
돌의 표면에 내 얼굴이 비친다
바닷물보다 짠 삶
쪼그라든 가슴으로
갯바람이 감겨오고
우주의 무게로
심장 안까지 들어오는 바다
천연덕스러운 물결 위로
익명의 갈매기들은 흔들리고
떼울음으로 다가오는 파도
바다의 푸른 이마 위로
흔들리는 흰 시간들
—「몽돌」전문
꽃 진 능소화 사이로
흐르는 구름의 주름들은
낮달의 자국이 선명한 왼쪽 가슴
푸르게 돋을 별을 기다린다
별자리 옆으로
흐르는 바람은
서로 어깨를 스치며 가고
흐드러지는 별
바람이 지나는 자리마다
우주의 부호가 되어
지상으로 내려온다
어둠에 선명히 새길
마지막 문장이 되기 위해
—「별똥별」 전문
1부 시간의 빛
섬
안개의 시간
구름의 시간
기울어지는 시간
바람의 시간
열매가 나는 시간
시간의 힘
기다림의 안쪽에 피는 꽃
이팝나무
사철나무
파도의 속말
마음의 경계
조응
안개
2부 저물 때만 잠시 아름다운
가을강
방사선 치료실을 나오며
청동물고기
아침은 느리게 오고
암 병동에서1
암 병동에서2
녹색 목도리를 뜨며
촛불
어떤 전언
병상 일기1
병상 일기2
시시포스의 하루
히말라야 핑크소금
목인박물관에서
일몰에 기대다
3부 빛이 없는 밤에도 별은 흐르고
흙도 없이
꽃이, 물이 되고 싶은 날
유월의 비망록
매미
미루나무 빗자루
샤콘느
가을의 무게
목련차
자작나무
새벽의 시
유목의 바람
메타세쿼이아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다
분리
녹턴
4부 흐르는 구름의 주름들
몽돌
바람의 귀
닥나무
개심사에서
진흙 속의 소가 저도 모르게
목어
꽃살문
목백일홍의 전설
구인사에서
옷이 멀다
되새
섬 속의 섬
얼음새꽃
별똥별
해설
수평선에 그려 넣은 바람의 악보
- 박남희(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