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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4

시리즈 : 악녀 카루나가 작아졌어요 [6] , 제로노블 [64]

문이경 저 | 제로노블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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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3023357 / 480쪽 147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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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안 돼.”
카루나가 속삭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카루나를 감쌌다. 카루나는 바람 속에 잠겨 손을 뻗었다. 발치에 가득 쌓였던 풀잎이 그 바람을 타고 공터 여기저기에 흩날렸다.
녹음의 조각이 닿는 곳마다 검은 기운이 사그라졌다. 까맣게 죽은 땅에 풀이 자라고 꽃이 피었다. 나무를 감고 있던 덩굴이 검은 기운을 휘어 감았다. 검은 기운에 닿아도 말라비틀어지거나 까맣게 썩지 않았다. 오히려 넝쿨과 풀, 꽃잎에 닿아 사라지는 건 검은 기운 쪽이었다. 파스슷- 검은 기운은 재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리센의 어깨가 부서져 내렸듯 그렇게 덧없이.
공터는 단번에 검은 얼룩을 벗었다. 바람의 가호를 입고 녹음에 감싸였다. 녹음은 검은 기운에 당해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감싸 안았다.  그들의 몸에서 검은 얼룩을 걷어내고,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숨이 붙어 있던 자들은 다시 생명을 얻었다. 이미 마지막 숨을 내쉰 이들은 리센처럼 덤불로 엮은 둥지에 고이 담겼다. 죽음으로 눈의 땅에 맞선 전사에 대한 예우였다.
그워어어어어-
크아아아!
― 카, 루나.
카루나와 눈이 마주쳤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널, 만나.
옆의 존재가 말을 이어받았으나 곧이어 넝쿨에 감싸여 사라졌다.
― ……기 위해, 나는.
― 기다렸는데.
― ……이날, 을.
눈의 땅에서 온 존재들이 연이어 말을 전하며 무너져 내렸다.
― 카루, 나.
― ……카, 루나…….
― 카.
― 루……나…….
― 카루…….
그들은 사라지며 오직 하나의 이름만을 부르짖었다. 그 음울한 목소리가 녹음으로 가득 찬 공터에 돌림 노래처럼 울렸다. 카루나는 공터에 가득 찬 자신의 이름을 들으며,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지끈지끈, 아려 왔다.
‘왜?’
그 정체 모를 슬픔에 집중하려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자 미처 흘리지 못했던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렸다. 그 눈물은 리센 때문도, 만신창이가 된 늑대 때문도 아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저 부름 때문이었다.
낯선 목소리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립게 느껴졌다. 그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이 서글프게 울렸다.
‘그래, 내가 카루나야. 여기에 있어.’
입을 열어 답하고 싶었다.
‘왜 날 그렇게 찾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왜 라안과 리센을, 세나를……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
묻고 싶었다.
“…….”
하지만 끝내 카루나는 답하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참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치고 죽은 사람들을 배신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차마 할 수 없었다.
카루나는 자신을 부르며 소멸하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단 한 번도 그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 카…… 나…….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가 손처럼 생긴 몸의 일부를 카루나에게 내밀었다. 카루나는 물기 진 눈으로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을 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지우며, 바닥에 닿은 손을 주먹 쥐었다.
손안에 녹음이 잡혔다. 싱그러운 풀잎, 부드러운 꽃잎, 촉촉한 한 줌의 흙. 카루나는 눈을 감고 그 존재를 외면했다. 늑대가 발을 들어 마지막 존재를 짓이겼다.
― 포, 기…… 할 수 없어. 이게 끝, 이 아니…….
마지막 존재는 카루나가 틔워 낸 흰 제비꽃에 파묻혀 스러졌다.
크르르-
적이 모두 덧없이 사라지자, 늑대가 붉은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은 여전히 핏빛이었다. 아직 늑대의 발작은 끝나지 않았다.
‘……를 위해. ……를 ……기 위해.’
눈의 땅에서 온 존재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공터에는 아직 위험한 것이 남아 있었다. 자기 자신.

목차

Chapter 9. 녹음 아래의 그림자
Chapter 10. 미처 매듭짓지 못했던 것들에 대하여
Chapter 11. 그 이름 조종(弔鐘)으로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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