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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25569390 / 304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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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태풍이 상륙하여 폭우가 몰아치고 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는 오로지 그 순간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 올 때’가 아닌 ‘비 온 뒤’의 시간임을.” _본문 중에서
폭풍우가 쏟아지는 시간, 그 고통의 순간을 우리는 영원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우리는 비를 맞아 눅눅해진 땅 위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 작가는 도시 외곽의 정신병원 의사로,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만성 조현병 환자를 돌본다. 그는 환자들이 어제보다는 나아지기를, 조금 더 버텨주기를 기대하며 지난한 치료 과정을 함께한다.
작가는 비바람이 지난 뒤에도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 삶과, 만성 조현병 환자들의 삶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완전한 치유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에서도 우리는 비 온 뒤 질척이는 길을 그저 꿋꿋하게 걸어가야 한다. 우울과 피로로 흠뻑 젖은 일상에서 가늘게 빛나는 희망 한 줄기를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고통 그다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치매나 조현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환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끝날 기약이 없는 장기전에 동원된 병사의 삶과 닮았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 중 더러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많은 가족과 환자는 서운하더라도, 다들 제 갈 길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 그래도 누군가가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내심 바라며. _p24,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정신과 밥을 먹은 지도 얼추 20년. 이제는 나도 경청이나 공감, 해석 같은 것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져야지 의미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환자의 감정이 격동한다고 해서 꼭 치료적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란 것도, 더군다나 그것이 내 능력과는 별 연관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이 이 직업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히 결핍되어 있는 것이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이야기를 하며 울어볼 기회 한 번이 없었던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라는 것도. _p44, 이야기할 시간, 울어볼 기회
소수자에 대한 다른 표현과는 달리, 사용하면서 거의 아무런 감수성의 저해도 받지 않는 ‘미쳤다’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갑자기 내 차 앞을 끼어드는 운전자에게,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상사에게, 나를 버리고 떠난 전 애인에게 우리는 너무 쉽게 ‘미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 말은 누군가에겐 배냇병신, 귀머거리, 앉은뱅이, 곰배팔이, 사팔뜨기, 애꾸, 벙어리, 청맹과니, 문둥이, 언청이, 곰보 같은 말처럼 너무 당연하게도 상처가 된다. _p71, 듣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건대
환청이니 세계의 지도자니 하는 우리 눈에 낯설어 보이는 기이한 것들을 제외한다면, 조현병에 걸리지 않은 우리 삶이 그녀와 그렇게 많이 다를까 싶다. 젊어서 우리는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고, 자기는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믿고, 그런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하며 젊은 날을 보낸다. 그리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점차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중년의 호르몬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 날이 오기도 하고, 점차 둔해지는 정서를 통해 예전 같으면 기쁘고 슬펐을 모든 자극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_p130, 우리는 모두 그럴 거라고 믿었지
자신과 같은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고 쉽게 분노할 수 있었고, 또 그 분노를 쉽게 용인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온 것이 우리 윗세대다. 이남에서는 ‘빨갱이를 몰아내자’라는 구호로, 이북에서는 ‘미제의 각을 뜨자’라는 구호로. 하지만 그 시절을 그렇게 분노로 살아오지 않았던 사람들 또한 우리 곁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들이 있어서 어쩌면 우리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그 참화를 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생긴 분노는 때로는 살풀이처럼 풀어야 하지만, 때로는 승화시킬 필요도 있다. 그 승화의 방어기제를, 정신과 교과서에서는 ‘성숙한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_p253, 성숙한 사람은 화를 익힌다
프롤로그
: 사람으로 세상을 보는 일
1장 나는 그저 가만히 듣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중국집 전단지의 속사정
둘째 작은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이야기할 시간, 울어볼 기회
병무청은 내게 산재를 줬어
변치 않는 맛으로 일하기란
급할수록 버스에 두고 내리자
듣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건대
캐비닛은 대나무숲
자고로 전통은 도제식
나의 살던 의국은
다 큰 어른의 분노 발작
한국형 프로이트는 굉장히 바빠
북적이는 방의사의 작은 방
단 하나의 이유가 맞지 않는 이유
감정 없는 자들의 심리 상담
외딴 정신병원의 해명
미식가의 사색 니, 이 무 봔? 덴뿌라와 이북만두
2장 가늘게 반짝이는 순간
우리는 모두 그럴 거라고 믿었지
지나치게 가혹한 예정론
자의적인 소견서와 금아 선생의 실크 햇
참는 자에겐 식은 핫도그가 남나니
가스통 할배의 앞뒤 사정
나에게 가장 아픈 비수
영맨, 선반에 자존심을 두십시오
줄루어의 추억
강남에 솟아오르는 사우론의 탑
빈둥거리는 자의 고통
모두 제 위치에서만 보려 한다
각자의 마음에 감추는 북극곰
집에는 우리 아빠가 있으니까요
미식가의 사색 피진으로서의 김치밥
3장 구김진 날들을 다리며
저는 이 선생입니다
말이 놓이는 자리
청진기의 제자리
논밭을 하루아침에 밀어버리고 느닷없이
고향이 삭제되는 것을 본다
영국 왕을 모셨지
성숙한 사람은 화를 익힌다
얼음나라의 아무개손
이게 다 게임 때문이야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푸른 눈의 백정을 아십니까
시에라리온의 단 한 사람
이런 보호자, 저런 보호자
국가부도의 날
미식가의 사색 어쩌다 보니, 단골집
에필로그
: 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참고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