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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건너뛰기

이주호 저 | 브릭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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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093064 / 170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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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저자는 여행을 가면 꼭 그곳에 묻힌 예술가나 철학자들의 무덤을 찾아다닌다. 헨릭 입센, 사르트르, 고흐, 나쓰메 소세키, 윤동주, 신해철. 오래 전 죽었거나, 살아 있을 때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던 사람들.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불멸의 가치를 내뿜고 있지만 현실의 그들은 그저 자기 몸만 한 무덤에 가만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위대한 인간의 무덤 앞에 서면 인간에겐 죽음만이 명백하고 삶은 오히려 꿈인 듯 흐릿해진다. 누군가에게 악취미로 보일 수도 있는 남의 무덤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위대한 작품을 사소한 일상 안에서 만나보는 과정이었다. 『무덤 건너뛰기』는 신앙 없는 순례, 적당히 타협적이고 다분히 자조적이며 절대적인 자기 불신에 빠져 있는 저자가 무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삶은 어디까지 저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자문하는 전례 없는 순례기이다.
신라 불교의 기틀을 세운 승려 자장,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천재 시인 허난설헌과 역적으로 극형을 당한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 그리고 조선 최초의 가톨릭 신부 김대건. 불교와 도교, 가톨릭을 넘나드는 이 여정은 짧고 강렬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들처럼 확신에 찬 삶을 살 수 있을까? 인간은 꼭 확신과 목적을 갖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저 들풀처럼 살다 가면 안 되는 것일까? 이 무덤 순례를 마치고 나면 나는 나를 어디까지 파고들어 갈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이주호
저자 : 이주호
여행매거진 <브릭스>를 만들고 있다. 『오사카에서 길을 묻다』 『도쿄적 일상』을 펴냈고, 『말 걸어오는 동네』 『홍콩단편』 『규슈단편』을 함께 썼다. 여행을 빌미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책 속에서

 

 
무덤을 찾아가 사흘이 지나도 끝내 부활하지 못한 육체들이 기어이 그들 키만 하지 않았을까 싶은 깊이에 안장되고 말던 순간을 되짚다 보면 그가 인간이었다는 면에서만큼은 나와 같았다는 것을 아주 약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봐서는 앞으로도 절대 기대해선 안 될 ‘인간의 위대한 삶’이란 게 정말로 실재했구나.
_9p.

나의 신념은 나만의 굳은 의지로 자생한 게 아니다. 본래의 나란 건 있을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적절한 ‘타인의 취향’에 섞여 자신의 취향을 연기하듯 구사하고 산다.
_29p.

인간은 희극보다 비극에 몰입이 쉽고, 그래서 나 또한 삶을 적이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내심은 비극에 매달려 살고 있었다. 비극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었다.
_53p

자장은 확신 없이 살았고, 나는 그 모습에 쉽사리 이입되고 말았다. 그는 삶을 절대적인 비극으로 설정했다. 아직 의심을 거둘 수 없음, 어쩌면 죽는 날까지 확신할 수 없을지 모름.
_55p.

시간, 인간의 시간에 휩쓸려 언젠가 노년에 이르게 된다면 사라질 나의 육체는 평균 수명의 확률에 달린 것이지 종교적 구원의 대상이 아니다. 죽는 순간 내가 맞이하게 될 건 엔젤이 아니라 나의 의식과 육체의 이별이다. 최후의 바이바이. 나라는 육체의 동일성을 상실하는 순간까지가 내게 관련된 문제다. 천국, 지옥, 환생, 그건 내 삶의 영역이 아니다.
_75p.

허균은 형, 누나 허난설헌의 시를 모아 〈하곡집〉과 〈난설헌집〉을 엮는다. 〈난설헌집〉은 중국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몇 년 뒤 일본에서도 출판되며, 삼국의 여성 문인 중 제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조선 문인의 작품 중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조선과 여자라는 조건에서 이룰 수 있는 건 사후의 영예가 전부였던 거다.
_92p.

생의 목적은 그저 태어남이 전부 아니었을까. 사소한 것과 중대한 것을 구분하지 않고, 중대한 일과 사소한 일이 내 의도 밖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더라도 그게 기쁜 줄도 슬픈 줄도 모르는 나이가 되어 가면, 그건 내가 깨달은 것일까, 체념한 것일까. 태어난 것 말고 주어진 게 없었던 것 같았다. 이후 내 몸에 얹어진 것들 모두 내 의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떠밀려 안게 된 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_98p.

오랜 시간 무엇이 되고자 했으나 부득이 내가 되었고, 이제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내겐 숭고함 같은 게 없는 걸까? 더 절망하기 전에 쿠팡에 싸게 나온 누군가로 갈아입고 싶다.
_163p.

목차

1. 자장의 비명, 그리고 뼈를 둘러싼 몇 가지 가설
순례가 아니래도 만담이 아니래도 / 일연일까 문수일까, 몇 가지 상황 / 택시를 기다리며, 심약한 만담 / 다분히 오케이한 와중에 생겨난 의문들 / 비극에 몰입해 살아간다 / 읽어야 할 건 자장이 아니라 다음 장이다 / 콜롬비아가 아니라도, 케냐가 아니라도

2. 허균의 유언, 유언을 유언이라 하지 못하고
예외적 인간의 형성 / 지구의 뜻이 인간의 뜻과 다를지라도 / 옛사람은 말이 없고, 졸업은 해야 했다 / 도를 도라 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 도교 30일 미완성 / 난새처럼 처절하게, 길동처럼 잔혹하게 / 빈 무덤, 두 동강 난 비석

3. 김대건의 필사적 생존, 오직 순교를 위한
4인실의 3인, 나머지 방은 비었음 / 나부끼는 비극을 보라 / 욕망 없이, 두려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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