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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앙앙앙 [어나더커버 에디션]

시리즈 : 창비시선 [454]

류진 저 | 창비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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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4435 / 200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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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창비시선 443권. 2016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류진 시인의 첫 시집. '여름'과 '겨울', 총 두개의 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실제와 가상을 교묘하게 뒤섞으며, 한달음에 읽히는 특유의 속도감을 선보인다. 류진 시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놀라운 입담은 "쉬지 않고 시를 끌고 가는 동력이면서 멈추지 않고 시를 읽게 하는 매력"(김언, 추천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류진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 2016년 『21세기문학』 등단 후 4년 만에 출간하는 첫 시집입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기획대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한발짝 물러나 새로이 시를 배열하자 그 사이에서 새로운 화성이 떠올랐는데 이를 듣게 되어 기쁩니다. - ‘시인의 말’에 언급된 다양한 텍스트를 보면 평소 시인이 읽고 보는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되는 듯합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그 안에서 시를 쓰는 일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전과 도감, 인터넷의 여러 정보, 좋은 예술작품 등을 통해 배우고 거저 줍고 있으며, 밖에서 돌아다닐 때엔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모두 읽어두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시인의 말’에는 제목으로 따온 원 작품을 밝혔고 반은 만화책 제목인데, 무엇보다 학식이나 담론 따위를 내놓아 읽는 이를 압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내세울 수 있는 학식이랄 게 없을 뿐 아니라, 학식은 언제나 더 큰 학식에 눌리니까요. 문장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면 좀 반가운 정도로만, 모르고 읽어도 무리 없이 맥락이 맺히도록 구상을 하려 애썼어요. 요즘은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거창하게 일상이라 부를 것이 딱히 없는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을 제하면 읽고 쓰고 놀고 자며 지냅니다. 이 네가지가 그때그때 균형이 다릅니다. 일상 안에서 시를 쓴다는 말은 그러니까 일상 안에서 일상을 지내는 일이 되겠네요. 요즘은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요. -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시집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김언 선생님과 조재룡 선생님의 탁월한 말씀을 읽으면 좋습니다. 거기에 한마디 보태자면 저는 ‘책’에 안착하는 시를 쓰려고 애쓴다는 점입니다. 모니터에 출력되는 글은 스크롤링을 하며 읽어야 하는 점 외에도 지면에 인쇄된 글과 다른 공간성과 장소성을 갖습니다. 여기는 지면보다 좁아요. 저는 책에 달라붙을 수 있는 에크리튀르를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항상 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성합니다. -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후회가 남는 시가 많습니다. 단어가 설익은 일이나 구성이 성긴 문제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낼 당시에 제가 경솔하고 시야가 좁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팔달시장…」에서 저는 “발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고 적었는데, 그렇게 소략하여 이야기하기에는 실은 우리 삶에서 그런 사람을 서로 만나기까지 수천번의 실패와 심연을 겪지요. 심지어 영영 만나지 못한 채 바닥만 더듬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저는 가벼움과 리듬을 유지하며 그 좌절을 통째로 담아낼 역량이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그 구절의 연과 연 사이를 볼 때마다 제가 저질러버린 나락을 느낍니다. 원고를 정리하며 그러한 모든 잘못을 책에서 빼버릴 수도 있었지만, 기록해두어 언제나 제가 반성하기 위해 남겼습니다. 그러니 모든 시에 애착을 느끼네요. 너무 뻔한가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원고를 정리하느라 밀린 책을 읽겠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그간 닫지 못한 일들을 닫을 예정입니다. 책 속에서 _ 쥐를 거대하게 그리고 싶으면 내가 작아지면 됩니다 꼬리와 수염을 한 면에 그리려면 꼬리에서 수염에서 지켜보면 됩니다 속마음을 베끼려면 그 마음보다 괴로워야지 너의 포효가 휘어 내려가서 내 음성도 구부러졌습니다 네 마음 무겁다 싶으면 멀어지면 되고요 ―「러시아식 역원근법」 전문 나는 하지 않습니다 살라고 견디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도, 혁명 몰라요, 알 바 아닙니다 그럴싸한 고통 주먹 쥐세요 던지세요 만일 공중에 돌이 맺힌다면 그 손에서 떠나간 눈빛일 테지요 넘어졌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꽃덤불이었습니다 너는 잘 맞혔습니다 나는 좋은 과녁이었습니다 도끼 곁에는 나란히 비 ―「리치킹」 부분 무화과 그늘이 이마에 묻혀줄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석류의 붉음이 바닥에 고일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개개비의 깃이 공중에서 녹을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브체프 브라체크」 전문 삼각형을 그립니다 도형 안에서 제일 먼저 고독한 수 삼이지요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야 속으로 미끄러진 비누처럼, 멍멍히 (…) 영혼 같은 건 블라디보스토크의 타조보다 널렸다 아무도 안 살려고 하네요 팔리지 않네요 그중 한 삶을 내가 삽니다 내가 살 겁니다 내게 감사하십시오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부분 세계가 나로 호흡하는 게 아닐까 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아니라, 내 입을 벌려 들숨을 불어넣고 날숨을 빨아 마시는 것, 세계 (…) 씩씩하지 나는 쓸모 있습니다 쓰다듬어주세요 ―「순간의 마귀」 부분 시인이 뱉는 말이란 갈라진 뱀의 혀와 같습죠 한쪽 갈래로 제삿밥에 침 흘리다 다른 갈래론 소년의 넓적다리나 핥는 법 (…) ‘시인님 눈은 왜 이리 커요?’ 네 모습을 잘 보기 위해서란다 ‘시인님 귀는 왜 이리 커요?’ 너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란다 ‘입은 왜 이리 커요?’ 아뿔싸! 호기심 많던 가엾은 세계를 물어 죽여버렸네 ―「부록: 어찌하여 나는 비겁하고 치사하며 우아하게 되었는가」 부분

저자 소개

1987년 출생. 2016년 《21세기문학》 신인상 당선. 
밴드 '선운사주지승'에서 활동 중.

머리말

시인의 말                                                                                  

오로지 우리가 톱날 박힌 건초를 씹는다.
피의 원심력과 언어의 구심력으로 우리는 착지한다.

전우주멀리울기대회(2016)
팀 버케드의 『새의 감각』이 동기를 주었다.
크거나 작게 욺이 아니라 멀리 운다는 것. 대위법.

되겠습니다(2017)
공동체와 세계문학.
제발 ‘행복’이란 말 써보기, 반복, 따옴표, 언어의 총동원.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2018)
쇼스타코비치의(?) 『증언』을 읽으려다 내가 썼다.
대위법, 러시아식 유머, “내게 감사하십시오”라는 태도.

펠리컨(2019)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도상에서 상징으로
어둠과 어두움; 나를 더 거리 두어 팽개치기;;

(…)

이외 기억해두었다 써먹은 것: 열차포 구스타프, 비스마르크 추격전, 데데킨트의 절단, 환태평양 불의 고리, 『死人の声をきくがよい(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거라)』, 「바지를 입은 구름」의 “배춧국”

2020년 4월
류진

 

책 속에서

쥐를 거대하게 그리고 싶으면
내가 작아지면 됩니다

꼬리와 수염을 한 면에 그리려면
꼬리에서 수염에서 지켜보면 됩니다

속마음을 베끼려면
그 마음보다 괴로워야지

너의 포효가 휘어 내려가서
내 음성도 구부러졌습니다

네 마음 무겁다 싶으면
멀어지면 되고요
―「러시아식 역원근법」 전문

나는 하지 않습니다 살라고 견디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도, 혁명
몰라요, 알 바 아닙니다 그럴싸한 고통
주먹 쥐세요 던지세요 만일 공중에 돌이 맺힌다면
그 손에서 떠나간 눈빛일 테지요

넘어졌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꽃덤불이었습니다

너는 잘 맞혔습니다
나는 좋은 과녁이었습니다
도끼 곁에는 나란히 비
―「리치킹」 부분

무화과 그늘이 이마에 묻혀줄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석류의 붉음이 바닥에 고일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개개비의 깃이 공중에서 녹을 때
나는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브체프 브라체크」 전문

삼각형을 그립니다
도형 안에서 제일 먼저 고독한 수
삼이지요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야 속으로 미끄러진 비누처럼, 멍멍히

(…)

영혼 같은 건 블라디보스토크의 타조보다 널렸다 아무도

안 살려고 하네요 팔리지 않네요
그중 한 삶을 내가 삽니다 내가
살 겁니다 내게 감사하십시오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부분

세계가 나로 호흡하는 게 아닐까 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아니라, 내 입을 벌려 들숨을 불어넣고
날숨을 빨아 마시는 것, 세계

(…)

씩씩하지
나는 쓸모 있습니다
쓰다듬어주세요
―「순간의 마귀」 부분

시인이 뱉는 말이란
                  갈라진 뱀의 혀와 같습죠
한쪽 갈래로 제삿밥에 침 흘리다
다른 갈래론 소년의 넓적다리나 핥는 법

(…)
‘시인님 눈은 왜 이리 커요?’
네 모습을 잘 보기 위해서란다
‘시인님 귀는 왜 이리 커요?’
너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란다
‘입은 왜 이리 커요?’
아뿔싸! 호기심 많던 가엾은 세계를 물어 죽여버렸네
―「부록: 어찌하여 나는 비겁하고 치사하며 우아하게 되었는가」 부분


 

목차

여름
우르비캉드의 광기
6월은 호국의 달
비스마르크 추격전
칭다오 지네튀김
5월은 가정의 달
환태평양 불의 고리
팔달시장이 집 앞으로 몰려오기 전까지는 멸망하지 않는다 사람이 낳은 자는 너를 죽일 수 없다
데데킨트의 절단
마죽 무서워
¿꿈의 포로 아크파크?
존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
이정재
신체 포기의 각서
마음 포기의 각서
외야수
크와트로 바지나
열차포 구스타프
다음 대상의 무게를 구하시오
악몽 망고
펠리컨
볼링 붐

겨울
러시아식 역원근법
되겠습니다
편안했습니다
리치킹
홍금보
사유사
어제 안 한 퇴화
시브체프 브라제크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オレノカチダ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때때로 겨울이 나타나는 이상한 풀밭 점묘
나탈리아 세르게예브나 본다르추크
구미호
김영만
백종원
전우주멀리울기대회
누레예프의 눈보라
서정의 짐승
권태의 괴물
순간의 마귀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리자
부록: 어찌하여 나는 비겁하고 치사하며 우아하게 되었는가

해설|조재룡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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