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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서정이라는 환을 좇아서

정과리 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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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6199 / 573쪽 / 813g /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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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집필을 마치며 나는 2000년 가을에 충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로부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로 적을 옮겼다. 그해 여름에 『문학과사회』 술자리에 해당 과의 교수 한 분이 나를 찾아온 게 발단이 되었다. 나는 전화로 방문 의사를 들었을 때 술 한잔하고 싶었거니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게 연세대 국문과에 와서 시를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나의 ‘역사의 페이지’는 그렇게 장을 바꾸게 되었다. 이는 한국문학 연구사의 페이지에도 ‘잉크칠을 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 국문학과 교수가 되면서 나는 평소에 게을리 대했던 식민지 시기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게 되었고, 그에 대한 연구들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국문학의 뿌리에 대해 많이 배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공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차츰 한국문학 연구 상태가 아주 부실하다는 점에 놀라 안타까운 마음이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상태는 연구의 내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연구 범위, 대상, 주제는 물론 연구 태도, 방법론, 마음의 이론, 시각을 망라하는 총괄적인 ‘연구 체제’를 아우르는 한국식 연구 풍토를 넘어, 우수 논문을 선별하는 기준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적 문제들 및 한국 교수진 및 연구 집단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식·문화·문학장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현상되어, 차라리 하나의 종족적 관습을 이루고 있다고까지 할 만하였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나 자신이 한국문학의 과거에 무심했던 만큼이나, 한국판 ‘스콜라 스티크scolastique’로부터 형성된 고정관념들에 깊숙이 침윤되어 이러한 상황을 반성적으로 살피지 못하고 추수하는 자세를 스스로 방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오늘날의 한국문학(차라리 한국학) 연구 풍토와 조선시대의 주자학적 정신환경을 연결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어쨌든 김구 선생도 걱정하신 문제이니, 정말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장문의 백서를 쓸까 요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겨우 운만 띄운 형편에서도 살벌한 바람이 폭풍의 전조처럼 몰아치는 게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니, 정말 그랬다가는 세상의 개선을 위해서 한 일이 거꾸로 땅 꺼짐이 다중 폭발을 일으킬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다만 겨우 한 걸음이라도 이 울타리를 벗어나는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실마리에 한 올을 보태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나는 근대 초엽의 문학들을 다시 들여다보았고, 그에 대한 연구들을 가능한 한 꼼꼼히 되살피고, 좀더 온당한 해석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간신히 문제들을 간추려 분명한 윤곽 안에 배치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는 이르렀으니, 문학 이해의 차원에 국한해서 그걸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 소개

1958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불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제13회 대산문학상 평론상과 제16회 김환태평론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글숨의 광합성》(2009), 《들어라 청년들아》(2008),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2005), 《영원한 시작》(2005), 《무덤 속의 마젤란》(1999), 《문명의 배꼽》(1998), 《스밈과 짜임》(1988)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현대시에서 서정성의 확대가 일어나기까지」(2006), 「치유로서의 예술─황순원의 「소리 그림자」의 경우」(2005), 「한국적 서정의 정신 작업─박재삼의 시 한 편을 예로 들어」(2003)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나는 2000년 가을에 충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로부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로 적을 옮겼다. 그해 여름에 『문학과사회』 술자리에 해당 과의 교수 한 분이 나를 찾아온 게 발단이 되었다. 나는 전화로 방문 의사를 들었을 때 술 한잔하고 싶었거니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게 연세대 국문과에 와서 시를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나의 ‘역사의 페이지’는 그렇게 장을 바꾸게 되었다. 이는 한국문학 연구사의 페이지에도 ‘잉크칠을 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

 

국문학과 교수가 되면서 나는 평소에 게을리 대했던 식민지 시기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게 되었고, 그에 대한 연구들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국문학의 뿌리에 대해 많이 배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공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차츰 한국문학 연구 상태가 아주 부실하다는 점에 놀라 안타까운 마음이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상태는 연구의 내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연구 범위, 대상, 주제는 물론 연구 태도, 방법론, 마음의 이론, 시각을 망라하는 총괄적인 ‘연구 체제’를 아우르는 한국식 연구 풍토를 넘어, 우수 논문을 선별하는 기준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적 문제들 및 한국 교수진 및 연구 집단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식·문화ㆍ문학장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현상되어, 차라리 하나의 종족적 관습을 이루고 있다고까지 할 만하였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나 자신이 한국문학의 과거에 무심했던 만큼이나, 한국판 ‘스콜라 스티크scolastique’로부터 형성된 고정관념들에 깊숙이 침윤되어 이러한 상황을 반성적으로 살피지 못하고 추수하는 자세를 스스로 방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오늘날의 한국문학(차라리 한국학) 연구 풍토와 조선시대의 주자학적 정신환경을 연결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어쨌든 김구 선생도 걱정하신 문제이니, 정말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장문의 백서를 쓸까 요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겨우 운만 띄운 형편에서도 살벌한 바람이 폭풍의 전조처럼 몰아치는 게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니, 정말 그랬다가는 세상의 개선을 위해서 한 일이 거꾸로 땅 꺼짐이 다중 폭발을 일으킬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다만 겨우 한 걸음이라도 이 울타리를 벗어나는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실마리에 한 올을 보태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나는 근대 초엽의 문학들을 다시 들여다보았고, 그에 대한 연구들을 가능한 한 꼼꼼히 되살피고, 좀더 온당한 해석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간신히 문제들을 간추려 분명한 윤곽 안에 배치할 수 있는 지경에까지는 이르렀으니, 문학 이해의 차원에 국한해서 그걸 간단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머리말을 대신하여」 중

 

목차

머리말을 대신하여: 국어국문학과로 적을 옮기고 나서

1부 시의 그루터기로 모이는 잔가지들
한국 현대시에서 서정성의 확대가 일어나기까지
「진달래꽃」이 근대시인 까닭 혹은 몰이해의 늪에서 꺼낸 한국시의 특이점
‘서정’을 규정하는 이 땅의 희극에 대해서: ‘한국적 문학 장르’ 규정 재고―‘세계의 자아화’라는 허구 혹은 ‘보편적 자아’의 끈질김
이른바 ‘순수 서정시’가 출현한 사태의 문화사적 의미
한국적 서정시를 태동시킨 김영랑의 시와 박용철의 시론
한국적 서정의 정신적 작업―박재삼의 시 한 편을 예로 들어

2부 최초의 인간들
독자들이 뜨겁게 태우는 시인, 이상
1930년대 황순원 시의 선진성
조국 건설의 과제 앞에 선 한 해방기 지식인의 특별한 선택과 그 시적 투영―설정식 시에 나타난 민족의 형상
윤동주의 시는 어떻게 이해되어왔는가
윤동주가 우리 마음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는 사실의 의미
일본인들의 윤동주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3부 폐허 위의 존재 껍질
존재의 열림을 살다 ―김수영
김수영의 마지막 회심―김수영과 프랑스 문학, 그리고 자코메티적 변모
교과서에 갇힌 김수영
삶의 상상적 치환 ―김춘수
그는 강변에서 ‘사의 찬가’를 불렀다 ―하길종 시집, 『태를 위한 과거분사』를 읽고
어느 시인의 매우 오래된 과거의 깜박임―최하림 시인의 영전에서

4부 내 심장에 점화되는 이미지
통으로 움직이는 풍경―김명인 시의 독보적인 우화론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돌출적인 사건―이성복
순수한 자기의 시―박남철
여성적인 것이 실재한다는 말의 의미―김혜순
‘겨울나무’ 이미지의 변천사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김혜순의 「겨울나무」까지
한국 현대시를 통해서 본 우울과 의지의 현상학
시인이 귀향할 때는 뭔 일이 있다

5부 한평생의 불길
자유의 모험으로서의 현대시조
세상의 풍요에 저항하는 이의 가난의 먼 행로
수직의 윤리학과 반고의 상상력―허만하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에 대해
현대시의 궁지를 어떻게 헤쳐 나가리―발견과 구성 사이
청마 시에 대한 친일 시비 유감
나선상(螺旋狀) 문자의 세계―이재복 문학전집에 부쳐
가난을 구제할 소명을 사랑으로 이끈 시

수록 글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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