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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401644 / 32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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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오늘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
말은 짧게 여운은 길게,
철학자의 기묘하고 우아한 상상 47
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사실은 길을 잘 모른 채 안내를 해왔다고 고백을 해온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세상이 미쳐버려 모든 것을 둘로만 나누게 되었을 때, 동료들이 다가와 토마토와 같은 중도우파 과일은 비겁한 맛이 나니 먹지 말라고 강요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른스러움이 점수로 매겨져서 시시각각 측정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떤 어른으로 세상을 살아내야 할까? 만약 철학자라면 우리와 다른 선택을 할까, 아니면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을까.
늦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에, 나는 눈을 감았다
하루에 한 번,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불 꺼진 방에 누워 가만하게 천장을 쳐다보며 오지 않는 잠을 불러올 때다. 하루를 반추하며 문득 ‘오늘 나는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을까’라는 물음을 새삼스럽게 던지다 보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는 한동안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생각들과 함께 쏟아지는 잠에 침잠할 것이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그렇게 심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속삭임이 그리운 밤, 그림과 함께 보면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철학 우화다. 우리와 괴리된 고담준론이 아니라 때로는 절절하고 대체적으로는 쓸데없지만 일상에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철학적 고민들을 47가지 기묘하고 우아한 동화로 은유했다.
독자들은 철학자가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떠올렸던 기발한 상상을 마치 CF 한 편 보듯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접할 수도 있고, 친구와 술래잡기를 한 다음 어둑한 골목길을 따라온 그림자를 돌아보듯 두고두고 여운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낯설게 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굳이 거창한 철학적 고민이 아니라도 각자의 일상에서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개인적 체험과 공감으로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같은 글과 글 같은 그림, 아버지와 딸이 나눈 묘한 대화
한 장의 그림은 때때로 한 편의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보는 이가 곰곰이 들여다 본 시간만큼이나 사연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각 글을 시각자료로서 보충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미를 품은 그림을 매 에피소드마다 곁들여 독자들이 쉽게 다가가 쉽지 않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삽화는 글쓴이의 장녀인 삽화가 김지현이 그렸다. 이러한 독특한 사연은 글쓴이(김한승 국민대 교수)가 철학 논문을 쓸 때마다 재미있게 시작하고자 논문 도입부마다 삽입한 짧은 창작 이야기들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의 논문을 읽어온 그린이가 중학생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해 삽화가가 될 때까지 철학자에게 답장하듯 그림으로 그 감상을 전하던 것이 하나둘 쌓였다.
그래서 삽화들 가운데에는 글을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충실하게 이미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 질문하듯 받아치거나 글을 이어받은 후일담 성격을 가진 것들도 있어 아버지와 딸이 담소를 나누거나 다투듯 글과 그림이 서로 도우면서도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콩트이기도 하지만 철학과 그림이 마흔일곱 번 교차되는 통섭이자 아버지와 딸이 글과 그림으로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사는 게 정글정글할 때, 가끔 철학자처럼 딴생각
저자는 이 책의 글과 그림을 정글에 비유한다. 그동안 철학책들이 논리 체계를 정교하게 쌓아 길을 제시해주는 도시라면, 아직 정제되지 않은 사유가 글과 그림으로 날뛰는 이 책의 이미지는 도시 속 정글에 가깝다. 정글은 단순히 문명과 대비되는 밀림의 어수선함을 가리키지 않는다. 정글에는 모험을 떠난 소년이 있고, 야한 색을 가진 독버섯도 있으며,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비밀의 숲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자면 반드시 철학 개론을 떼보겠다는 식의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탈출해보는 짜릿한 상상일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는 아마도 다음과 같지 않을까. 가끔 눈을 돌려 일상을 낯설게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귀꺼풀이 돋아나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싫은 소리에 귀를 닫고 듣기 좋은 말만 듣고 살았다.
어느 날 귀꺼풀이 돋아났다. 말이 통하지 않던 아버지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강아지들
다리 밑에서 진짜 주인을 기다리는 집 나온 강아지들을 봤다.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왜 들개는 있는데 들강아지는 없는 걸까?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세상이 미쳐 모든 것을 둘로 나눴다. 심지어 과일도 좌우로 나눴다.
아버지는 토마토가 비겁한 중도우파니까 먹지 말라고 하신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 거울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무승부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내가 이겼다. 아니, 내가 졌다.
첫사랑 독점의 법칙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말은 틀렸다.
첫사랑을 독점하는 몇몇 빌어먹을 자식들 때문이다.
“오랜 추적 끝에 찾은 원수는 사형수 감옥에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나는 원수가 사형을 당하기 전날, 그의 마지막 식사에 독을 섞음으로써 가까스로 복수에 성공했다. 나는 원수가 그대로 사형을 당하면 복수를 위해 살았던 내 인생이 김빠진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수에 성공한 나는 감옥에 갇혔다. 사람들은 내 복수가 김빠진 맥주처럼 헛된 일이라고 수군댔다. 우리는 김빠진 이야기를 두려워한다. 잠깐의 특별한 순간과 대부분의 김새는 일들로 이뤄진 우리 삶의 진실을 들킨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새는 일로 이뤄진 평생을 특별한 순간에 바쳐 내 인생을 소설처럼 완결 짓고 싶었다.” _〈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 중에서
“수도꼭지에서 물이 두 방울 떨어졌다면, 이 두 물방울은 질적으로 동일하지만 수적으로는 동일하지 않다. 두 개의 대상이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동일하지 않다면, 각각은 스스로를 독특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구별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토이스토리〉를 보면서 ‘영화 속 장난감들은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디는 자신과 질적으로 동일한 인형들이 여럿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디는 자신이 대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점이 우디의 놀라운 점이 아닐까?” __〈평범하게 비범한 인형의 꿈〉 중에서
“김교수가 좌파라고 규정하는 열매관은 자기 보호를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먹히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그가 우파라고 규정하는 열매관은 자기 방어를 열심히 해 이를 통해서 더 많은 개체가 살아남는 전략을 취한다. ‘좌파의 극단에 딸기가 있습니다. 블랙베리, 라즈베리도 모두 극단적 좌파에 속하죠. 이보다 완화된 좌파, 또는 중도 좌파로 포도를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우파의 극단에는 두리안과 파인애플, 또 수박 같은 과일이 있는데, 이중에서도 코코넛은 우파의 왕입니다. 단지 껍데기가 두꺼운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손만 가지고는 벗겨낼 수조차 없죠.’”__〈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 중에서
“중고 인공 장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다음은 시장에 나온 중고 인공 심장에 두 개에 관한 광고인데, 이 둘을 비교해 보면 그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1년밖에 사용되지 않아서 신품과 마찬가지인 인공 심장입니다. 아직도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20년 간 아무 문제가 없었던 인공 심장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20년도 문제없습니다.”
보통 중고 물건은 덜 오래된 것일수록 가격이 높다.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그렇다. 하지만 인공 장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공 심장을 1년 동안만 사용했다는 말은 그 인공 심장을 사용한 사람이 1년 만에 죽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__〈아주 오래된 심장〉 중에서
“언론에서는 그를 ‘방부제 미녀’라고 불렀다. 이 표현은 나이가 들면 얼굴이 썩는다는 걸 전제하는 것 같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가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을 시작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박쥐처럼 철봉 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랜 시간 동안 중력을 받게 되면 피부는 아래로 처지기 마련이야. 땅에 두 발을 딛고 있으면 안 되겠다.’ 그는 삶을 이등분해 반을 철봉 위에 거꾸로 매달려 살았다. … 어느덧 그의 나이는 환갑을 지났지만 그의 피부에는 주름이 거의 없었다. 철봉에서 인생의 반을 보내느라 온몸의 근육은 극도로 발달했다. 볕도 쬐지 않아 피부도 창백했다. 그는 여전히 젊어 보였지만 이제 그를 찾는 광고주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방부제 미녀락 부른다. 하지만 그 뜻은 전혀 달랐다. 이를테면 사놓고 잊어버렸지만 전혀 부패하지 않은 단팥빵과 비슷했다.” __〈유통기한이 사라진 박쥐인간〉 중에서
들어가는 글 생각의 정글에 대한 안내서
1부 정글 위 무지개
요람에서 무덤을 설계합니다/목동의 파리가 캘리포니아로 간 까닭은/맛이 좋은 맛의 달인 임팔라/북극에 살던 반달곰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큰 나무 밑에선 작은 나무라도 자란다/신기하거나, 기괴하거나 겨울 단풍/귀꺼풀/눈빛만으로는 용서를 구할 수 없다/다이어트 자본주의/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행 보험/잠들 듯 그대에게 다가가니/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아이들/다리 밑에서 주워온 강아지들/원숭이는 소망한다, 소망을 소망하기를/평범하게 비범한 인형의 꿈/나에게 액셀을 힘껏 밟아
2부 정글 속 사람들
체 게바라 사과와 히틀러 파인애플/티끌 빼기/인생은 김빠진 맥주로 만들어진다/사물의 얼굴/이미 끝난 비극을 기도하는 사람들/꿈을 파는 사람과 꿈을 주는 사람/행복이 사라질 때 행복은 완성된다/거울 앞에서 나에게 가위바위보/어느 날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모른다고 사과했다/70억 명 모두가 연예인인 세상/오늘도 거짓말처럼 손이 시린 정글/첫사랑 독점의 법칙/축구는 감독의 예술, 감독은 선수의 감옥/유통기한이 사라진 박쥐인간/오늘도 달콤한 시지프 씨의 하루
3부 정글로 간 철학자
결혼반지는 복잡한 세상의 액막이/김소월의 이름으로 즈려밟으소서/노래를 뺏는 사람들/공평함은 공정한가?/엄마는 아이의 추억으로 아름다워진다/아주 오래된 심장/개 귀에 제2외국어/에밀레 종소리, 에밀레종 소리/올드보이 울트라맨/셋째 아이에게서 배우는 최고와 최선의 차이/삼회전 점프의 실패를 성공하기 위하여/내 은밀한 즐거움을 당신은 모르실 거야/아들 둘을 잃은 대신 두 아들을 찾은 어머니/바다를 지워 바다를 담은 풍경화/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어
나가는 글 기쁜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