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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채 저 | 로담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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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6411659 / 40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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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1권 마크팰리스에 대단한 사람이 이사를 왔다. 지나가던 거주민을 붙잡고 ‘2동 1202호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하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활짝 웃으며 대답할 터였다. “아, 당연히 알지! 그 잘생긴 총각이 거기에 살잖아.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더만? 몸이 참 좋아.” 2동 1-2라인 최상층에 사는 남자를 보기 위해서는 오후 아홉 시를 넘어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됐다. 남자는 매일같이 한 시간 반을 꼬박 운동한 후에야 자리를 떴다. 남자가 아파트 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몸 좋은 젊은이’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모든 입주민이 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데에는 2동 대표의 공이 컸다. 고상한 사모님과 거리가 먼, 2동 대표 김말숙은 집마다 방문해서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왕년에 잘 나가는 성우였던 말숙은 극적인 톤으로 1202호 남자의 소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들어 댔다. “해주 씨, 내가 말했잖아. 그 총각이 아주 괜찮다고. 지난번에 내가 주차하다가 모르고 그쪽 차를 살짝 긁었단 말이야. 근데 어머나, 전화하니까 너무 착한 거 있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소임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러 볼륨을 키웠다. ‘엄마가 어서 말숙 아줌마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부엌은 말숙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총각이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데 아우, 너무 목소리가 좋은 거야. 나 홀라당 넘어갈 뻔했지 뭐야. 우리 남편은 무슨 살진 돼지가 꿱꿱 대는 것 같은데. 어휴, 그래서 내가 우리 남편한테 전화를 잘 안 해. ‘여보세요’에서 ‘여보’, 소리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니까? 잠깐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맞아, 하여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더라고. 내려와서 보지도 않았어. 같은 입주민이니까 좋게 넘어간다는 거지. 이 얼마나 심성이 고운 청년이야?” 말숙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고, 그런 착한 청년이 어쩌다가 파혼을 당했는지 몰라. 신혼집이라고 아주 예쁘게 꾸몄던데. 리모델링도 싹 하고. 내가 그 인테리어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안방 침실에만 2천이 들었대, 2천! 젊은이가 참 능력도 좋아. 최근에 파혼만 안 했으면 딱 우리 둘째 딸이랑 맺어주는 건데. 아휴, 식을 2주밖에 안 남기고 파혼당하다니. 참 안됐어.” 소임은 이제 말숙이 자리를 뜰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1202호 남자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건 기승전결 중에 결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세 시에 402호 들르기로 했는데. 아이고, 정현 엄마 기다리겠네. 나 이만 가볼게, 해주 씨. 커피 잘 마셨어.” 종종거리며 부엌을 나서던 말숙은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소임을 발견했다. “아이고, 소임아! 아가씨가 그렇게 늘어져 있으면 못 써. 다른 아가씨들은 열심히 가꾸고 있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니? 볼이 터지려고 하잖아. 예쁜 얼굴 왜 자꾸 못나게 만드니? 운동 좀 하자, 응?” “괜찮아요. 저는 살찐 상태가 좋아요. 안녕히 가세요, 말숙 아줌마.”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말해서 무엇하리. 말숙은 간지러운 입을 안고 1201호를 떴다.

저자 소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하루하루 절감합니다. 
그 길을 가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 시기가 맞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사람들. 우연히 마주친 새로운 인연에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도전과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즐겁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시기에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책 속에서

1권
마크팰리스에 대단한 사람이 이사를 왔다. 지나가던 거주민을 붙잡고 ‘2동 1202호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하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활짝 웃으며 대답할 터였다.
“아, 당연히 알지! 그 잘생긴 총각이 거기에 살잖아.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더만? 몸이 참 좋아.”
2동 1-2라인 최상층에 사는 남자를 보기 위해서는 오후 아홉 시를 넘어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됐다. 남자는 매일같이 한 시간 반을 꼬박 운동한 후에야 자리를 떴다. 남자가 아파트 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몸 좋은 젊은이’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모든 입주민이 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데에는 2동 대표의 공이 컸다. 고상한 사모님과 거리가 먼, 2동 대표 김말숙은 집마다 방문해서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왕년에 잘 나가는 성우였던 말숙은 극적인 톤으로 1202호 남자의 소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들어 댔다.
“해주 씨, 내가 말했잖아. 그 총각이 아주 괜찮다고. 지난번에 내가 주차하다가 모르고 그쪽 차를 살짝 긁었단 말이야. 근데 어머나, 전화하니까 너무 착한 거 있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소임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러 볼륨을 키웠다.
‘엄마가 어서 말숙 아줌마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부엌은 말숙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총각이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데 아우, 너무 목소리가 좋은 거야. 나 홀라당 넘어갈 뻔했지 뭐야. 우리 남편은 무슨 살진 돼지가 꿱꿱 대는 것 같은데. 어휴, 그래서 내가 우리 남편한테 전화를 잘 안 해. ‘여보세요’에서 ‘여보’, 소리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니까? 잠깐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맞아, 하여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더라고. 내려와서 보지도 않았어. 같은 입주민이니까 좋게 넘어간다는 거지. 이 얼마나 심성이 고운 청년이야?”
말숙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고, 그런 착한 청년이 어쩌다가 파혼을 당했는지 몰라. 신혼집이라고 아주 예쁘게 꾸몄던데. 리모델링도 싹 하고. 내가 그 인테리어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안방 침실에만 2천이 들었대, 2천! 젊은이가 참 능력도 좋아. 최근에 파혼만 안 했으면 딱 우리 둘째 딸이랑 맺어주는 건데. 아휴, 식을 2주밖에 안 남기고 파혼당하다니. 참 안됐어.”
소임은 이제 말숙이 자리를 뜰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1202호 남자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건 기승전결 중에 결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세 시에 402호 들르기로 했는데. 아이고, 정현 엄마 기다리겠네. 나 이만 가볼게, 해주 씨. 커피 잘 마셨어.”
종종거리며 부엌을 나서던 말숙은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소임을 발견했다.
“아이고, 소임아! 아가씨가 그렇게 늘어져 있으면 못 써. 다른 아가씨들은 열심히 가꾸고 있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니? 볼이 터지려고 하잖아. 예쁜 얼굴 왜 자꾸 못나게 만드니? 운동 좀 하자, 응?”
“괜찮아요. 저는 살찐 상태가 좋아요. 안녕히 가세요, 말숙 아줌마.”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말해서 무엇하리. 말숙은 간지러운 입을 안고 1201호를 떴다.


 

목차

prologue
1. 소문의 그 남자
2. 은근히 거슬려
3. 헬스장은 전쟁터
4. 적, 원수, 화상, 혹은 라이벌
5. 휴전 협정
6. 친교 수립
7. 남의 결혼식
8. 맞선
9. 옆집에서의 31분
10. 상대적 박탈감
11. 돈 안 갚고 도망간 원수
12. 설마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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