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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쯤에서 나를 만난다

박돈규 저 | 더좋은책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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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이 책에 실린 명사들의 인생 강의는 문득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하늘의 구름처럼, 여기쯤에 서 있는 나는 잘 살아내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금 사유하게 될 것이다. - MD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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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98015237 / 348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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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박돈규
저자 : 박돈규
1973년 충북 청원 출생.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불어불문학을 부전공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연극을 공부하다 2000년부터 조선일보에 몸담았다. 기자로 20년 일하는 동안 공연, 영화, 출판 등 경력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채웠다. 뉴스를 발견하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삶의 겉과 속,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배관공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월요일도 괜찮아』 『비행기에서 10시간』 『뮤지컬 블라블라블라』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나무를 잘라보면 동서남북에 따라 목질이 다르다. 북쪽은 추위를 견뎌 나이테가 촘촘하고 강도가 높다. 남쪽은 무르다. 같은 느티나무라도 물가에서는 빨리 성장한 대신 푸석푸석하다. 자갈밭에서 자라면 나이테를 따라 균열이 있다.
사람도 매한가지다. 어느 부분은 단단하고 어느 부분은 유연하고 어느 부분은 나약하다. 어떤 시절은 뜨거웠으나 어떤 시절은 후회로 남아 있다. 기자에게는 질문이 톱이다. 어느 방향으로 어떤 힘과 속도로 묻느냐에 따라 나오는 응답이 달라진다. 아주 가끔 우아한 단면이 나타난다. 그 사람이 지닌 인생의 무늬다.
-「들어가며」 중에서

일본에서 대삼관(大三冠·3대 기전 동시 석권)과 그랜드슬램(7대 기전 정복)의 신화를 일군 바둑기사 입에서 이 낱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후회.’ 입단 50주년을 맞은 조치훈 9단은 프로 생활 반백년의 감회를 묻자 “후회가 많아요”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후회’라는 단어가 낮고 무겁게 들렸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술 먹는 시간 줄였다면 더 잘했을 텐데, 하고 후회해요. 더 많은 승리, 더 많은 타이틀을 놓쳐서만은 아녜요. 저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바둑만 보고 살아온 인생이잖아요. 더 열심히 했다면 스스로 만족하는 바둑을 두었을 테고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바둑기사 조치훈」 중에서

강수진은 멀리 볼 줄 모르는 무용수였다. 2013년에 펴낸 자서전은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사람들은 제게서 기똥찬 성공 비결을 듣고 싶어하지만 저한텐 그런 게 없어요. 사실 지루한 반복처럼 보일 겁니다. 저는 내일을 믿지 않아요. 오늘 하루, 똑같은 일과를 되풀이하면서 조금 발전했다고 느끼면 만족해요.”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 그녀는 먼저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다. 거기서 얻어낸 상상력을 몸에 집어넣는다고 했다. 동양인이라는 게 장점이 되는지 묻자 흥미로운 답을 들려주었다. “난 어릴 적 한국에서 엄한 교육을 받았고 춤도 한국무용부터 배웠어요. 열다섯 살에 모국을 떠났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요즘 한국의 젊은 무용수보다는 내가 더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강한 뿌리가 인내심과 표현력에 도움을 줍니다.”
발레는 남녀가 함께 호흡해야 좋은 춤이 나오는 예술이다. 강수진은 “파트너에도 ‘그냥 파트너’ ‘OK 파트너’ ‘베스트 파트너’가 있다”면서 “내가 남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려고 하면 저도 베스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숱한 인터뷰를 했지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기사에 실리지 않았다’고 자서전에 썼다. 그녀가 기대한 문장은 ‘강수진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하여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 낸 사람이다’였다.
-「발레리나 강수진」 중에서

마지막 인사할 때 유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염할 때 참여하시라고 권합니다. 마지막엔 얼굴 보고 만져드리고 좋은 말만 해주세요. 울음은 전염됩니다. 고인 수의에 눈물 떨구는 거 아녜요. 그럼 무거워서 못 떠납니다. 귀가 제일 나중에 닫히니까.

무슨 뜻인가요?
1996년에 말기 암 환자 두 분을 염한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부자였고 한 분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부자는 인상을 쓰고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표정이 맑았고요. 알고 보니 돌아가신 뒤에 유족이 좋은 말만 하고 염불도 들려드렸대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터득한 철학도 있는지요.
오늘 하루도 잘 살아야겠다, 이거지요 뭐. 인생무상이라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지요. 제 손으로 복되게 모시니 위대한 일이라고 자부합니다.
-「장의사 유재철」 중에서

공병우 박사는 세 번 죽었지만 눈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다. 물려받은 가장 큰 지혜는 무엇일까. 아들은 아버지가 쓰던 말투로 답했다.
“까꾸로 살라우!”
평안도 사투리였다. ‘거꾸로 살라’는 뜻이다. “그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처음엔 우습게 생각했지요. 나이 들어보니 그 말뜻을 알 것 같습니다. 다들 근심 없이 편안한 삶을 바라지만 그것이 제대로 사는 길은 아니라는 거예요. 안이하게 살지 말라는 충고였습니다.”
-「안과의사 공병우」 중에서


목차

들어가며 … 4

PART 1
구름을 보면서 피곤을 풉니다
바둑 챔피언 조치훈의 ‘후회’ … 12
인생을 ‘음미’하겠다는 발레리나 강수진 … 33
가수 장사익이 가진 ‘주름’ … 52
철학자 김형석과 ‘구름’ … 72

PART 2
어둠은 빛을 더 빛나게 한다
야구선수 박찬호를 만든 ‘98패’ … 96
안과의사 공병우와 ‘거꾸로’ … 118
사회봉사자 가부라키 레이코와 ‘아나타(あなた)’ … 138
대통령 염장이 유재철이 말하는 ‘죽음’ … 159

PART 3
내부의 이방인이 속삭였다
탈북화가 선무가 찾은 ‘자유’ … 182
언론인 알파고의 ‘카라반’ … 206
당구선수 스롱 피아비와 ‘설거지’ … 226
시각장애인 최정일·조현영 부부의 ‘마음’ … 244

PART 4
무엇이 사라지는지 그들은 안다
문장 수리공 김정선이 솎아낸 ‘적의것들’ … 268
판사 천종호의 ‘호통’ … 288
작가 무라타 사야카와 ‘보통 사람’ … 310
‘유니크’한 배우 유해진 …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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