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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저 | 이건수 역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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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75436 / 216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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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20세기 소설의 혁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 작은 씨앗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젊다. 젊은 작가의 책이기 때문에 젊다. 그러나 오래된 세상만큼이나 지긋하다.” ─아나톨 프랑스(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민음사 세계시인선 43번으로 출간된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은 젊은 신예 작가였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첫 작품집 중 산문시를 모았다. “20세기의 걸작 중 한 편이며, 이를 읽지 않고 문학을 논할 수 없다.”(T. S. 엘리엇)고 평해지는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미 이 작은 책 한 권에 씨앗으로 담겨 있다. 소설과 산문시라는 서로 다른 문학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 주위의 대상을 관찰하던 중 연상 작용에 의해 돌연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직관적인 인상들,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음악적 순환 같은 구성 등은 완성기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옮긴이의 말」에서) 이불 속에 데워진 내 손 안에서 네가 주었던 장미향 담배의 냄새가 되살아났다. 손에 입을 대고 한참 동안 나는 추억의 열기 속에서 애정과 행복과 ‘너’로 이루어진 진한 입김들을 발산하는 내음을 들이마신다. ─마르셀 프루스트, 「진주 목걸이」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향기를 맡으며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유명한 도입부는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프루스트는 향기(후각)뿐만 아니라 색(시각), 음향(청각), 손에 닿는 느낌(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과거로부터의 추억과 미래를 향한 상상력 등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곤 했다. 이번 시집 전반에서도 역시 이처럼 오감으로부터 시간을 넘나드는 감정과 추억, 몽상 등을 소환해내곤 하는 그만의 방식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뚜렷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관능에 의해 나의 도취감이 갑자기 증대하였다. 그것은 바로 단춧구멍에 끼워진 장미꽃이 내 콧구멍으로 사랑의 향기를 발산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마저 이해할 수 없던 어떤 감동으로 나는 기쁨에 휩싸였고, 이것이 도로시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마르셀 프루스트, 「꿈」에서 나는 멋진 만찬장에 도착했다. 내 행복감은 그곳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즐겁고 고마워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상냥함이 되어 햇살처럼 퍼져 나갔다. 내게 인사했던 그 작은 손이라는, 그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손길이 내 마음속에 이런 큰 기쁨의 불길을 지폈다는 생각에 내 기쁨은 은밀한 관능적 매력을 풍겼으리라. ─마르셀 프루스트, 「호반에서의 조우」에서 ● 예민한 감각으로 창조해내는 새로운 현실 “우리 중 그 누가 리듬도 각운도 없으면서 음악적이고, 물결치는 몽상처럼 유연하면서도 거친 기적을 꿈꾸어보지 않았겠는가?”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의 서문에서 상징주의 대표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일찍이 1862년 ‘산문시’라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은 『파리의 우울』을 발표하며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문시는 규정된 운율과 각운이 없으면서도 소설이나 산문과는 달랐으며, 다루는 대상과 주제 역시 종래와는 달랐던, 새로운 현실을 표현하기 위한 형식이었다. 현대시의 방향을 제시한 보들레르의 작품은 후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프루스트가 발표한 이 산문시들 역시 제목에 ‘몽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서부터 보들레르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질과 정신,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특징으로 하는 상징주의는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인간의 오감이 서로 교감하여 추억과 몽상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보들레르에게 오마주를 바치는 청년 프루스트의 풋풋한 열정과 훗날 현대 소설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작가의 위대한 시작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은 이 시집만의 매력이다. 욕망은 영광보다 더 우리를 도취시킨다. 욕망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꽃피우지만, 일단 소유하게 되면 모든 게 시들해진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꿈꾸는 것이 현실에서의 삶보다 더 낫다. 되새김질하는 짐승의 우매하고 산만한 꿈처럼, 어둡고 무거워 신비감이나 명확성이 떨어질지라도 꿈은 좋은 것. 삶 자체가 어차피 꿈꾸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은 무대에 올려질 때보다 서재에서 상상할 때 더욱 아름답다. ─마르셀 프루스트, 「꿈으로서의 삶」에서 프루스트는 길지 않은 일생 동안 파리의 사교계를 맴돌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미술과 음악, 문학을 보고 듣고 읽고 또 그에 대한 자신의 글을 남기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성하기 위한 그야말로 ‘은둔’의 세월이었다. 이렇듯 그의 실제 체험은 한정적이었을지 모르나, 예민한 관찰력과 예술에 대한 헌신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 즉 한때의 시공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함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그에게 예술이란 사랑과 같은 의미였다. “프루스트는 메타포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에게 음악은 절정에 한 번 도달하면 추락하여 중단되는 것이다. 사랑도 절정과 반복을 가졌기에 음악의 메타포가 통한다.”(「작품에 대하여」에서) 저속한 음악을 싫어할지언정 경멸하지는 말 것. 고급 음악보다 더 열정적으로 사람들이 연주하고 노래한다면, 조금씩 사람들의 꿈과 눈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쯤되면 저속한 음악도 당신이 존중할 만한 것이 되고 만다. 그 위치가 예술사 속에서는 하찮더라도, 인간들 감정의 역사에서는 굉장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저속한 음악에 대한 존중(사랑이라고까지 말하지는 않겠지만)은 단지 좋은 취향에 대한 선호이거나 그것에 대한 불신이라 부를 만한 것의 한 형태일 뿐만 아니라, 음악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 ―마르셀 프루스트, 「저속한 음악에 대한 찬사」에서 ● 프루스트가 가장 사랑했던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 풍부한 빛깔과 다채로운 음향의 세계에서 어우러지는 시와 그림 미술과 음악에 대한 프루스트의 애정과 관심은 단순한 기호에 그치지 않고 그의 문학과 내밀하게 조응하였다. 그는 당대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주의 깊게 읽고 보고 들었으며, 진지한 감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작품 속에 녹여 자신의 예술론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 책에는 프루스트 스스로 자신의 예술론을 그림으로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던 당대의 화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작품을 본문에 수록하여, 그의 문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화가이기도 한 휘슬러는,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평단의 악평을 받았고 ‘예술적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의 문제를 두고 러스킨과 공방을 벌인 소송으로도 유명하다. 휘슬러는 작품에 ‘교향곡(symphony)’, ‘야상곡(nocturne)’, ‘화음(harmony, 조화)’, ‘편곡(arrangement, 배치)’ 등을 제목으로 음악과의 상응을 추구했다. 또한 「흰색의 교향곡, No. 2: 흰 옷을 입은 소녀」, 「검은색과 금색의 야상곡: 떨어지는 불꽃」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의 소재가 구체적인 사물이나 풍경일지라도,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색채 자체였다. 시각과 청각의 호응을 이뤄내려는 노력은 프루스트를 매료시켰고, 그의 문학 여정 초기에서 후기까지 일관되게 드러나는 오감의 상호 교감이라는 지향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특히 포구를 그린 그림들이 많은데, 프루스트는 그의 사상에 큰 감동을 받고 결국 모든 것들을 화합하는 바다를 사랑의 메타포로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휘슬러는 「오팔빛 황혼: 트루빌」(1865), 「푸른색과 은색의 조화: 트루빌」(1865) 등에서 잔잔한 바닷가의 고즈넉함도 조화로 표현했지만, 좀 더 성숙한 시기가 되어서는 「푸른색과 은색의 조화: 보트 대기」(1897)나 「폭풍우, 석양」(1880)에서 보듯 혼돈 속에서의 조화로움도 담아냈다. 프루스트는 아마도 험난한 폭풍 속에서도 다시 조화를 이루는 바다와 같은 사랑을 꿈꿨을 것이다.“ ―김동훈(서양고전학자), 「작품에 대하여」에서 서양고전학자인 김동훈은 해설에서 20대의 프루스트가 남긴 이 ‘원숙하고도 젊디젊은’ 작품들을 “프루스트의 사랑 글쓰기”라 정의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사랑에 상처받고도 왜 없었던 일처럼 다시 사랑을 찾아 헤매는가? 사랑에 대한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 물음들은 평생 프루스트를 떠나지 않았다. 이 산문시들은 그 물음에 성실하게 임한 답변이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바다를 프루스트는 오히려 더 순수하고 순결하며, 섬세하다 여겼다. 우리는 사랑할 때 일종의 환상에 빠진다. 실연의 상처보다 다가올 황홀한 사랑을 상상한다. 그 환상이 과거 사랑의 흔적을 망각케 한다. 사랑의 흔적을 꽁꽁 숨겨둔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순수하고 순결하고 섬세한 사람이 누구인가? 프루스트에 따르면 새롭게 사랑하는 자가 가장 순수한 자다. ―김동훈(서양고전학자), 「작품에 대하여」에서 대지와는 달리 바다는 인간들의 노동과 삶의 흔적들을 지니지 않는다. 어떤 것도 머물지 않으며 스치듯 지나가기에, 바다를 건너는 배들의 항적은 그 얼마나 빨리 자취를 감추던가! 이로 인해 지상의 사물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바다의 엄청난 순수성이 생겨난다. 곡괭이를 필요로 하는 딱딱한 대지보다 바다라는 순결한 물은 훨씬 더 섬세하다. ―마르셀 프루스트, 「바다」에서

저자 소개

1871년 파리 근처 오퇴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드리언 프루스트 박사는 위생학의 대가로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유대계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었던 어머니 잔은 섬세함과 풍부한 교양으로 프루스트의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외가 쪽으로 친척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고향 일리예와 할머니와 피서를 갔던 노르망디 해변, 파리의 샹젤리제는 훗날 프루스트 작품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프루스트는 아홉 살에 천식에 걸리는데 이는 평생의 지병으로 그를 괴롭혔으나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창작에 몰두하게 되고 내면적인 분석에 전념하게 되는 등 그가 작가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다. 열한 살에 파리 콩도르세 중학으로 진학하여 상류사회 자제들이 모이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고전을 탐독하며 지적 교류를 했으며, 동인지 《향연 Le Banquet》을 발행하기도 했다. 또 사교계와 문학 살롱에 출입하면서 인간을 관찰하고 안목을 기른다. 1896년에 단편집 《즐거움과 나날 Les Plaisirs et les Jours》을 출판하고 1895~1899년에는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 있는 미완의 자전적 소설 《장 상퇴유 Jean Santeuil》를 썼다. 이 무렵부터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 드레퓌스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보수적인 상류사회 귀족들과 관계가 서먹해짐으로써 사교계와 점점 멀어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 《스완네 집 쪽으로 Du côté de chez Swann》는 1911년경 거의 완성했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1913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자비로 출판했으며, 이로써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하다가 1918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2권 《아가씨들의 꽃그늘에 l'Ombre des Jeunes Filles Enfleurs》가 발간된 후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그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성을 위해 수도사와 같은 생활이 계속되었다. 1923년 11월 새벽 세 시까지 《갇힌 여인 La Prisonniere》을 추고하다가 극심한 피로 때문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같은 날 오후에 사망한다. 1950년대에 발굴된 방대한 미발표 원고들은 그가 얼마나 문학적 정진에 힘썼는지를 보여주며, 사후 1925년 《도망간 여인》이 출판되고, 1927년 《되찾은 시간Le Temps Retrouve》이 간행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완간된다. 

역자 소개

  • 역자 : 이건수
연세대학교 불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프로방스대학교에서 프랑스 현대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세기 프랑스 시인들과 보들레르에 대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저주받은 천재 시인 보들레르』, 옮긴 책으로 기유빅 시선 『가죽이 벗겨진 소』, 본푸아 시집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 보들레르의 『벌거벗은 내 마음』, 『라 팡파를로』, 『보들레르의 수첩』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목차

튈르리 공원
베르사유 궁전
산책
음악을 듣고 있는 가족
여인들의 문예 취미
꿈으로서의 삶
거울 속의 나비 잡기
유물
월광 소나타
옛사랑 때문에 아직도 울어야 한다면
우정
상심(傷心)의 일시적인 효과
저속한 음악에 대한 찬사
호반에서의 조우
두 눈이 하는 약속
낯선 사람
꿈
추억풍의 그림들
들판에 부는 해풍(海風)
진주 목걸이
망각의 기슭
실재적인 존재감
마음속에서 지는 태양
달빛에 비추는 것처럼
사랑과 기대에 관한 고찰
숲속에서
마로니에 나무들
바다
해변
항구의 돛단배

작가 연보
옮긴이의 말: 대하소설의 거장 프루스트의 초기 산문시(이건수)
작품에 대하여: 프루스트의 ‘사랑 글쓰기’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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