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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우편취급소

시리즈 : 현대시 기획선 [34]

염창권 저 | 한국문연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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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2628 / 142쪽 132 x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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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염창권 시집 『한밤의 우편취급소』는 크게 5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흉터〉, 〈石耳〉, 〈비〉, 〈허스키〉, 〈못걸이〉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60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했다.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1994년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해서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신춘문예에 시조(≪동아일보≫, 1990), 동시(소년중앙문학상, 1991), 시(≪서울신문≫, 1996)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움이 때로 힘이 된다면≫, ≪햇살의 길≫, ≪일상들≫ 등이 있고, 비평집으로 ≪집 없는 시대의 길가기≫가 있다. 저서와 논문으로 ≪새 초등 국어과 교육론≫(공저), <동화에 제시된 죽음 모티프와 교육적 함의>, <교과서 수록 아동문학텍스트의 서술 양상 연구> 외 다수가 있다.

머리말

시인의 말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나이든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반갑다. 또 서글프다.

그 기간이 좀 오래되었다.

그때와 지금을 뭉뚱그렸다.

책 속에서

[ 대표시 ]

한밤의 우편취급소

소리 나는 쪽으로 한쪽 귀가 쏠렸어,

가랑비 속으로 누군가 오고 있는데 뿔이 달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마른 낙엽 긁어모으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은데 너는 올 수가 없으니 반짝이는 빈 우산을 펼쳐둔 곳에 네 자리를 정해 놓고 기다릴게

경적도 없이 바퀴가 지나가는 우편취급소엔 잉크가 말라붙은 종이가 잠들어 있지, 희붐한 창문 아래 색깔도 감촉도 중력도 없이 잠들어 있는 넌, 내 허무와 비참의 수신처일 터인데

잠이 덜 깬 공복감, 비릿한 키스, 아니면 입술 맛 같은 건 포장할 수 없지, 단지 네게 보내려는 건 타다만 검은 심지, 빈 접시에 남겨진 얼룩, 뭉개진 칫솔, 끈 풀린 속옷가지

벌써부터 영원에 홀려버린 엽서들은, 맥박이 마구 뛰면서 날아가려고 파닥여서 물에 불은 커다란 우표로 눌러두었지, 그때에 톡, 톡, 이교도의 손가락이 아프게 내 가슴골을 노크했어,

두 번의 충격으로 심박기가 출렁이고 눈에 비친 유리창 너머로 검은…… 얼굴이, 문자로 전송할 수 없는 사물과 신체들이 쌓여 있는 복도를 스쳐갔지,

그게 너야?


하루

뒷집 마당에
검은 구덩이 새로 패였다

줄을 서서 배웅하던 나무들
말을 잃고 묵묵히 젖은 산그늘을 끌어 덮었다

담벼락에 나란히 기댄 의자들도
햇볕에 졸던 한쪽 귀를 벌써 어둠에 묻었다

굴뚝에서 거먼 길이
흘러나올 때
다리를 저는 그림자가 잠깐 다녀간 듯

우물가에 체인이 벗겨진 자전거,
녹슬어서

여기까지 온 것만도 애쓴 거라고
눈두덩이 부은 저녁이
길가에 한참 서 있다가 들어갔다.


의자

의자는, 기억을 담아두는 그릇이다.

다리를 휘게 하면서
앉았던 바닥이 패어 있다
순간순간 몰려왔던 회오의 감정들이
탄식과 함께 흙바닥을 짓이기면서
작은 흉터를 남긴 것이다

콘서트가 끝나자
인부들이 플라스틱 의자를 쌓아올린다
차곡차곡 포개지면서 의자는
껴안거나 안겨 있는 한 덩이를 이룬다

끌고 온 기억들이 허망하게 무너질 때
의자는 그릇처럼 잠자코 날 포개어 둔다
한 기억이 다른 기억들을 겹겹이 껴입고 있으니
오늘의 기억 속에
이전의 널 빼낼 수가 없다

무릎 관절이 꺾이면서
의자 위에 머무르는 시간,
내 기억이 널 꼭 껴안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허스키
흉터
石耳
비
허스키
못걸이
103호 남자
나방
저수지
당집 가는 길
정류장
바람이 일면, 그냥 피 붉겠다
오후의 산책
용문객잔
흘려버린 날들
머리를 빗으며

제2부 하루
하루
딱,
서해로 간 겨울
의자
점촌
검은 성자
생은 발화된다
꽃의 기억
타인의 방
너는 일몰을 껴안고 있으니
길거리에서
마른 잠의 신경 줄에 걸린
철근
강물이 숨을 쉰다
한밤의 우편취급소

제3부 나타샤를 생각하다
섬
물소가죽 소파
대화
나타샤를 생각하다
거미집
수박색
당신의 노을
서호에서 일몰
한 번의 마주침
물들어가는 것
너 때문에
꽃 피어 그대를 향하네
시월
겨울 삼나무 숲
사후,

제4부 여름의 깊이
논어
박지원
여름의 깊이
중천에
후생
복사꽃 지고
그릇
던져진 화분
입동
달빛을 밟다
감추어 놓은 전생 같은 날
눈먼
중심을 잡다
옻나무

제5부 상응
상응
실뱀장어 낚기
비 그친 뒤
소리
직소폭포 가는 길
거미줄
몸
슬픔
그리움
울음
오디 빛
물길
숲
산딸나무 꽃

염창권의 시세계|이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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