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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화하는 사회

오쓰카 에이지 저 | 선정우 역 | 리시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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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292023 / 312쪽 128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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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계급의 부활’을 받아들이는 문학 문체를 버리고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문학 역사 수정주의에 편승하는 문학 지은이는 ‘감정 노동’과 ‘플랫폼’ 개념으로 감정화하는 현대 일본 사회를 조명한 후 문학에 시선을 집중한다. 우선 그는 문학을 흔히 ‘순문학’이라 불리는 문단 문학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고급 문단 문학과 상업 대중 문학의 위계적 구분을 인정하지 않으며,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활발하게 창작되는 오늘날의 라이트노벨을 문학의 중요한 일부로 평가하기도 한다. 상업적 성공을 중요시해서가 아니라(“나는 ‘잘 팔리는 문학’이 ‘올바르다’고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문학을 향유하는 민중의 존재를 우선시하는 민속학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부 ‘감정화하는 문학’을 여는 3장 「스쿨 카스트 문학론」에서 지은이는 일련의 ‘스쿨 카스트 문학’을 다룬다. 카스트 사회처럼 서열화된 학교 안에서 최상위 카스트에 속해 있던 기리시마의 부재가 일으킨 파장을 다양한 카스트의 인물 시점을 오가며 그리는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인간력 테스트’라는 가상의 서열 제도가 시행되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추리 소설 기법으로 추적하는 『그저 그것만으로 좋았습니다』 같은 작품은 신자유주의화가 만들어 낸 신계급 사회의 축도다. 비록 전자와 달리 후자는 하위 카스트의 시점을 취하지만, 이들 스쿨 카스트 문학 작품은 결국 제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은이는 1968년 발표된 오에 겐자부로의 「세븐틴」 역시 일종의 스쿨 카스트 문학이라 주장하면서 주인공의 과격한 ‘우익 혁명’을 오늘날 작품들에 대비시키며, 2010년대의 두 문학은 카스트를 긍정하고 제도(사회나 플랫폼)에 순응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 전후 문학의 한 영역이었던 ‘패자의 문학’을 되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지은이는 20세기 문예 비평가 에토 준의 문체론을 참조해 오늘날 문학의 주요 특징 하나인 문체의 상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문체란 작가와 사회 사이의 알력이 발하는 불꽃’이다. 그런데 감정화한 사회에서는 이런 알력이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며 문학 역시 그 영향에 휩싸이게 된다. 지은이는 문체 없는 문학, 전복성이 휘발된 문학의 사례로 2015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을 제시한다. 이 소설의 화자에게 불꽃은 자신이 일으켜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거리를 지키며 바라보는 대상이다. “그리고 이처럼 마타요시가 타자 및 사회와 적절히 거리를 두는 방식이야말로 독자들이 원하는 바인 셈이다.” 지은이는 독자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고 즉효성을 발휘하는 문학을 ‘기능성 문학’이라 부르며, 문학의 언어를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사와 사회를 발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문학의 감정화는 역사의 감정화와도 조응한다. 지은이는 그 사례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근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분석하며 이 소설이 현재 일본을 뒤덮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에 편승하는 알레고리 소설이라고 비판한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에서 교양 소설(Bildungsroman)의 구조를 차용했지만, 이때의 교양/형성(Bildung)이 실은 ‘국민의 형성’에 불과하며 나아가 가해의 역사를 부인하고자 하는 현재 일본의 욕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메신저가 주도하는 새로운 언문일치 운동 감정화하는 문학 저편에서 도래하는 AI 문학 소설의 문체는 묘사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최근 문학은 묘사를 점점 생략하고 있다.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읽기 편한 이야기가 점점 더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쓰기’라는 행위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를 요구”받은 결과로 이해한다. 모바일 메신저의 단문 대화, 트위터처럼 글자 제한이 있는 SNS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 번거롭고 실용성도 떨어지는 묘사문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은이가 이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어쩌면 근대 문학 초기의 언문일치 운동을 SNS와 AI 등이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근대 초기에 문학이 주도했던 언문일치를 지금은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언문일치 운동이 지녔던 한계, 즉 ‘외부의 현실에서 단절된 문체(더구나 남성 작가가 관리하는 여성 1인칭 문체)로 내면만을 말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언어가 겪고 있는 운명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화는 문학의 형식과 내용까지 단숨에 변형시켜 버렸다. 그리고 감정화에 무기력하게 굴복한 문학은 기능성 문학으로 탈바꿈하는 식으로 이 변화에 순응하고 있다. 지은이는 문체의 소멸과 기능성 문학의 범람이 낳을 가능성과 위험을 한층 증폭시킬 매개로 AI에 주목한다.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에 이미 AI는 기존 작가의 문체를 모방해 이야기를 지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또지은이는 조만간 AI가 장르별 문학의 본질(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용어로는 ‘원질’)을 파악하게 되리라 예측한다. 이 예감이 적중하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빅데이터로 학습한 AI는 비슷비슷한 구조와 문체를 지닌 기능성 문학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비평가와 편집자가 담당하던 ‘평가’를 AI가 대행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그리고 소설 쓰는 AI와 평가하는 AI가 서로를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 소설과 평가도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인 우리에게는 플랫폼에 자아를 표출함으로써 AI의 창작과 비평에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문학 자체에 관한 한 지은이는 자신이 예감한 미래를 전적인 디스토피아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본이 전쟁을 거치며 제대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고, 인터넷 등이 마련한 ‘근대와 민주주의의 재실행’ 가능성을 신자유주의, 플랫폼, 감정화가 가로막고 있기에(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1장에서 소개한 ‘덴노의 마음 표명’ 사건이다) 그는 이 변화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문학 곧 언어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비평의 불가능성을 감지하면서도 비평으로 맞서는 방법을 택했다. 감정화에 휩쓸리지 않는 비평의 가능성, 감정화한 오늘날 세상의 현실을 직시하는 비평의 가능성, 만약 이 책이 약간의 유효성을 지닐 수 있다면 이는 ‘사유의 힘’을 활용해 저 가능성들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소개

만화원작자이자 서브컬처 평론가.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특임교수.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만화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화 편집자가 되어 이시노모리 쇼타로 등을 담당했다. 1980년대에 만화잡지 <코믹류> <프티 애플파이> <만화 부릿코>등에서 편집자를 맡았고, 편집장까지 역임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활약하면서 일본에서 지금까지 900만 부 이상 판매된 『다중인격탐정 사이코』를 비롯하여 『망량전기 마다라』,『리비아썬』의 원작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13년 국내 개봉된 애니메이션 <꼬마마녀 요요와 네네> 원작 만화(히라린 그림)의 프로듀스를 담당했다. 
아울러 일본사회에서 ‘오타쿠 논쟁’과 1990년대 말 일본 문학계의 쟁점 중 하나였던 ‘순문학 논쟁’에서 격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야기 소비론』, 『전후 만화의 표현공간』(제16회 산토리 학예상 수상), 『그녀들의 연합적군』, 『오타쿠의 정신사』, 『서브컬처 문학론』,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등 문학·민속학·정치 분야에 걸쳐 다수의 비평서를 출간했다.
또 이야기론과 작법 관련 도서를 다수 집필했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이야기 체조』,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캐릭터 메이커』, 『스토리 메이커』, 『이야기 학교』(노구치 가쓰히로 그림), 『이야기의 명제』 『세계만화학원』 등은 다양한 이야기론을 장르문학이나 영화 시나리오, 만화 등 서브컬처 분야의 창작에 접목한 책들로써 작법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집으로 『오쓰카 에이지 - 순문학의 죽음・오타쿠・스토리텔링을 말하다』(선정우 공저)가 있다.

역자 소개

출판기획사 겸 에이전시 코믹팝 대표. 1995년 만화 칼럼니스트로 데뷔하여 국내 매체에 기고했고, 2002년부터는 요미우리신문, <유레카>, <파우스트> 등 일본 매체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해왔다. 200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에 전시작가로 초대받아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란 전시작품을 발표했고, 그 참가작가 일동이 2005년도 일본SF대회에서 제36회 성운상 자유부문을 수상했다. 저서 『슈퍼 로봇의 혼』, 『오쓰카 에이지-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 공저 『VISION: 한국만화를 찾는 일본인들』, 공역서 『망가 세계 전략』(나쓰메 후사노스케 지음)이 있다. 일본에서 공저로 『오타쿠:인격=공간=도시』를 출간했다. 번역서로 『스토리 메이커』, 『캐릭터메이커』, 『이야기 체조』, 『이야기의 명제』 『세계만화학원』 등이 있다. 

책 속에서

p.79
정치 뉴스, 탤런트의 불륜, 인스타그램 사진, 고양이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또한 갖가지 상품에 대한 반응까지 포함해, 우리는 ‘감정’을 순식간에 표출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이렇게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감정 표출’이라는 형태로 ‘노동’하도록 항상 요구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은 온갖 형태로 자신의 ‘삶’을 플랫폼에 무상 콘텐츠로 제공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받는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순간 ‘창작’이나 ‘소비’만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무상 노동화되는 셈이다.


p.122
이런 식으로 스쿨 카스트 문학을 개관해 볼 때 새삼 발견되는 공통점은 ‘사회학자적 입장’과 ‘제도에 대한 긍정’이다. 이것들이 의외로 현재 각 플랫폼에서 창작되는 문학의 특징 같기도 하다. ‘문학’이 ‘문단’을 의심할 수 없듯 라이트노벨은 플랫폼을 의심할 수 없다. 그리고 『그저 그것만으로 좋았습니다』가 ‘제도’를 회의하는 이의 패배와 ‘나’라는 감정의 위무를 소설의 결말로 삼은 것에 대해, 이는 현재 이 나라에서 발화되는 목소리가 강자의 목소리, 승자의 목소리라는 사실과 관련된 문제라고 논지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p.166
이것이 바로 요즘 인터넷상의 ‘나’들이 ‘애국’에 쉽사리 휩쓸리는 원리다. AI가 인터넷에서 ‘와타시가타리’를 시작했을 때, 이 나라에서는 사가적으로 대화하는 시리나 혐오 발언을 할 만큼 정치적인 테이가 아니라 ‘린나’가 만들어졌고, 이는 이 AI가 (의도한 것도 아니면서) 근대 문학사의 가장 끝머리에 자리하고 있음을 우연찮게 보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린나는 다자이 오사무인 것이다.


p.191
지금 ‘문학’에서는 구전화・집합화라는 전근대로의 회귀와 ‘언문일치’라는 근대의 재귀가 동시에 표리적 현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문학’을 생각하는 데도 ‘인터넷’을 생각하는 데도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역사를 새로 쓰는 것에 대한 인식이다. 지역이나 성별, 출신과 무관하게 누구나 쉽게 언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동시에 말하는 언어와 쓰는 언어를 한없이 접근시키려는 운동이 ‘언문일치 운동’이라면, 빈정거리는 말이 아니라 이 운동이 ‘트위터와 라인으로 부흥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차이점이라면 문학자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언어’의 전문가여야 할 문학자가 더 이상 그 역할을 맡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제쳐 두고), ‘문학’은 심지어 이 상황에 관한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p.289
그리고 그때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비평’이 가능할까. 그것이 애초에 ‘비평’이라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본문에서 비평이 앱의 형태를 취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은 결코 즉흥적인 착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근대를 재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문학이나 사회, 정치 등에 대한 ‘비평’을 써 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이 책을 집필했지만, 이제 그런 비평은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감정’을 씻어 낼 수가 없었고, 그럼에도 구세대인 내가 지금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이성’, 즉 ‘비평’으로 맞서는 것뿐이었다.

 

 

목차

1부?감정화하는 사회
1장?감정 덴노제론
2장?이야기 노동론: 인터넷의 ‘새로운 노동 문제’에 관하여

2부?감정화하는 문학
3장?스쿨 카스트 문학론
4장?라인은 문학을 바꾸었는가
5장?문학의 구전화와 보이지 않는 언문일치 운동
6장?기능성 문학론
7장?교양 소설과 성장의 부재
8장?AI 문학론

후기:?역사의 특이점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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