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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끝에 선 피에타

시리즈 : 시작 시인선 (천년의시작) [300]

류인채 저 | 천녀의시작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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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590 / 136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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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는 자연을 사물을 사건을 향해 열려 있는 류인채의 오감을 좋아한다. 그는 안개에 베인 고니의 상처를 보며, 자작나무의 흐느낌과 눈물을 보며, 새들이 일으키는 물결에 종아리가 간지러워 흔들리는 갈대꽃을 본다. 멀리 섬처럼 떠있는 가창오리 떼와 오리를 목이 긴 항아리로 본다. 꽃 섶을 파고드는 개미를 본다. 그는 빗방울이 잎새를 두드리는 소리를,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우는 소리를 듣고, 그는 연어에서 엄마 냄새를 맡는다. 들쥐의 땅속 일을 감각한다. 달팽이의 입술과 한 뼘만큼의 볕과 그늘을, 촉촉한 그늘을 감촉한다. 그러므로 류인채는 감각하는 자작나무이며, 감각하는 갈대이고, 감각하는 고니이며, 감각하는 가랑잎이며, 감각하는 연어이다. 류인채는 오감으로 길모퉁이에서 젖은 수국을 통해 실의에 젖은 이웃을 보고, 휘날리는 가랑잎과 귀에 바코드를 박은 소를 통해 사육당하는 자신을 본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풍선덩굴을 보고, 쇠제비갈매기를 통해 남편을 본다. 류인채는 만물을 향해 오감을 열어놓아, 인생의 늪을 걸어본 사람만이 젖은 발이 무엇인가 안다는 진리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공광규(시인)

저자 소개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한 뒤, 2014년 제5회 『문학청춘』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한동안 학문 연구에 전념하다가 2014년 시집 『소리의 거처』로 제26회 인천문학상을 받았고, 2016년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시집 『둥근 혀』를 출간한다. 현재 경인교육대학교에서는 시문학론을, 성결대학교에서는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머리말

제게 달팽이 같은 입술과

볕 한 뼘만큼의 그늘을 주소서

느릿느릿 이 등짐 한 채 지고

먼 하늘까지 무사히 건너게 하소서

2019년 11월

책 속에서

지문


공항 출입국 심사대
어디에 내 손가락을 빠뜨렸을까

돌아보니 너무 서둘러 온 길
왼손과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 끝마디 안쪽의
둥근 지문指紋이 없다

손거스러미를 쥐어뜯으며
무심코 돌멩이를 던지던 강을 떠올린다
넋 놓고 수면을 바라보면
신천옹信天翁의 날갯짓 같던 소용돌이

강 한가운데로부터 바깥으로
둥글게 퍼져 사라지던
지문 같은 파문

물새가 날개를 접어도
수면은 이따금 태동처럼 불룩 올라왔다

수태되기 전 이미
두 손에 꼭 쥐여 주신 로고스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선명한 지문

많은 무늬를 품고
여문 강물은 고요해졌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작나무\t13
닫힌 문\t14
촛불이 꽃처럼 번지고\t17
수국水菊 1\t18
물의 감각\t20
소\t22
돋보기\t24
스위치를 올리다\t26
연탄이\t28
쇠제비갈매기\t30
연애사戀愛史\t32
칼을 받다\t34
지문\t36
겨울 자작나무\t38
길티 플레져\t40

제2부

천수만에서\t45
정오\t46
수라비키노 갱생원\t48
호박 궁전\t50
나를 찾아보다\t52
개 밥 주는 여자\t54
반구대암각화\t55
우포늪\t56
플랫폼에서\t58
이석증耳石症\t60
물길\t61
달맞이꽃\t62
수국水菊 2\t64
개미들\t66

제3부

간판\t69
도플갱어\t70
느락골 4\t72
느락골 5\t74
만두 별\t75
개망초\t76
아암도\t78
낙관\t80
나팔꽃\t82
석장리 막집\t83
노랑나비\t84
로즈메리\t86
붉은 강\t88
묵상默想\t89

제4부

삭제\t93
엄마의 강\t94
느락골 3\t96
둠벙배미\t98
삭힌 가슴\t102
맨발\t104
아버지의 새끼줄\t106
다시 벚꽃이 피다\t108
등짐 한 채\t109
왼손\t110
걸어가는 사람\t112
누굴까\t114
풍선덩굴\t115

해설
고광식 창공을 보며 숨을 고르다\t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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