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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늪

한승원 저 | 솔과학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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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124610 / 409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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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39년 전남 장흥 회진 신덕리 출생.
장흥 중 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목선(木船)』 당선.
소설집으로는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등과
장편으로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동학제』 『흑산도 하늘길』 『다산』 『원효』『사랑아 피를 토하라』 외
시집으로는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달 긷는 집』이 있다.
수상으로는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수상, 김동리 문학상. 

책 속에서

삼년 전에 혼자가 된, 51살의 여성 소설가 허 소라許素螺는 백합골짜기의 적갈색 벽돌로 지은 별장 응접실 소파에 앉은 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꽃바다라고 불리는 그 바다는 운동장 트랙을 옆으로 눕혀놓은 듯한 타원형인데, 위쪽 변에는 고흥반도의 별로 드높지 않은 꽃잎 모양의 산들과 소록도와 금산섬이 늘어서 있고, 왼쪽 구석에는 벌교가 놓여 있고, 아래쪽 변에는 보성과 장흥의 산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에는 흘러가는 연잎 모양의 완도 지방 섬들이 놓여 있었다.
(p.17 중에서)

젊은 여인은 바야흐로 검정 치맛자락을 젖가슴께로 치올려 띠로 동여 묶고, 바구니를 한 손에 든 채 흰 속곳 바람으로 허리가 잠기는 탁한 물에 들어가 발끝으로 무르고 차진 갯벌을 더듬어 키조개와 피조개를 찾아낸 다음 윗몸을 굽히고 한쪽 손을 집어넣어 캐내곤 했다. 그 모습은 커다란 검은 댕기 두루미 한 마리가 유영하면서 물고기 사냥을 하는 것 같았다.
(p.20 중에서)

그녀의 몸은 기상이변이나 달의 운행 리듬에 따르곤 하는 바다의 썰물밀물과 맞닿아 있었다. 바람이 불면 그녀의 몸에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녀의 몸에도 비가 오고, 안개가 끼면 그녀의 몸에도 안개가 끼고, 번개치고 뇌성을 하면 그녀의 몸도 똑같이 그랬다. 파도가 들썽거리면 그녀의 몸에도 똑같이 파도가 들썽거렸고 썰물이지면 그녀의 몸에도 썰물이 지고 밀물이 지면 그녀의 몸에도 밀물이 졌다. 밀물은 번역하자면 충일이었다.
(p.163 중에서)

다시 발끝으로 키조개를 더듬어 찾은 다음 자맥질하듯이 머리를 숙이고 캤다. 잿빛의 갯벌 물은 청바지와 청 점퍼 자락 속으로 기어들어와 그녀의 몸을 희롱하고 있었다. 이 바다는 마녀이다. 갯벌 물속에 몸을 담그는 일은 바다의 마녀성을 배우는 일이다. 나 스스로 한 마리의 키조개가 되어야 한다. 심청의 자궁은 인당수에 빠져 죽은 다음 관세음보살의 자궁우주를 새로 창조하는 자궁으로 거듭나서 돌아와 장님인 아버지와 맹인 잔치에 온 모든 장님들과 미혹에 빠진 세상 사람들 모두를 개안하게 했다. 말하자면 새 세상을 연 것이다. 가슴에 무지개 같은 환희가 담겼다.
(p.333 중에서)

나는 얼마 전부터 ‘신곡’과 ‘지옥도’를 머리맡에 두고 읽고 있었다. 지옥은 범어로 ‘나라카Naraka-那落’ 혹은 ‘나락’인데, ‘행복이 없는 곳無幸處’이라는 뜻이다. 지옥 편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지옥과 연옥과 천국 다녀온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겠다.’

그랬는데 간밤, 시공을 짐작할 수 없는 검고 딱딱하고 무성한 숲속으로 들어섰다가 길을 잃었다. 얼마쯤 가다보니, 눈앞에, 수묵 담채로 그린 정선鄭?의 ‘금강산 전도’처럼 굽이굽이 우뼛쭈뼛 치솟아 있는 쇠로 지어부은 절벽과 산봉우리들이 펼쳐졌다. 새까만 봉우리와 봉우리들의 사이를 헤매다가 멀리서 깜박이는 푸른 불을 보고 그곳을 향해 갔다.
드높은 문루에 ‘地獄門지옥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대문 앞에 외뿔 달린 모자 쓴 문지기 둘이 서 있는데 그 옆에 흰 동정 선명한 진한 감색 두루마기를 걸친 남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키 헌칠하고, 삭발한 지 삼사일 쯤 된 듯 머리칼이 거뭇거뭇하고 얼굴 살결이 하얗고, 콧날이 부드럽고 눈이 서글서글한 그가 나를 알아보고 자기소개를 했다.
(p.340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 숨은 그림 찾기 놀이 같은 소설 한 편 _9

키조개 여신 1
소설가 허 소라 _17
씨앗種子말 _23
연꽃에 이슬 _49
변호사 이 계두 _62
연꽃바다 _88
비몸살 _121
영재와 허 소라 _127

키조개 여신 2
소설가 허 소라 _140
허방에 빠지는 수컷 잡신雜神들 _158
백합골 꽃 사장 _200
한밤의 민박 손님 _226
키조개 여신 3
키조개 사랑 _265

<어촌속담>
바다마을 사람들의 속담 풀이 _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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