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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1373 / 156쪽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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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출판사 리뷰
홀수 장과 짝수 장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어 있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는 자기 정체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 인물들은 그 존재가 명확해지기는커녕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막다른 한계상황 속, 삶과 허구, 둘 가운데 어느 쪽도 신빙성의 우의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 소설은 언뜻 그 구도가 대칭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교묘하게 뒤얽혀 있다. 홀수 장은 여성-나가 화자로 등장해 아내의 시선으로 남편에 대해 그려나간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최근 건망증이 극도로 심해지고 자주 무언가를 잊더니 급기야는 한 번도 키운 적 없던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내는 남편을 안심시킬 요량으로 강아지를 집에 들이지만 퇴근해 돌아온 남편은 웬 강아지냐며 아내를 몰아세운다. 한낮의 전화 통화에 관한 아내의 설명을 들은 남편은 오히려 아내를 아픈 사람으로 치부하고, 아내가 말하는 모든 것은 다 소설일 뿐이라고 한다. “당신이 무얼 기억하든 그런 사람은 없어. 연구실 같은 건 없어. 당신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그냥 그것 모두 다 이 소설일 뿐이잖아. 내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109p) 소설가-나가 화자로 등장해 남편의 시선으로 아내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짝수 장에서 나는 어느 날 내가 자신의 남편과 닮았다고 말하는 한 여자를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모든 것이 가짜였으며 관련된 모든 일은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이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써 낸다. 출간 몇 달 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내 소설 내용을 그대로 담고, 내 얼굴이 첨부된 ‘내 남편을 찾습니다’란 게시 글이 올라온 걸 발견한다. 사람들의 연이은 제보 글에 위협을 느낀 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 청하지만 정작 찾아간 여자의 집에서 나를 남편처럼 대하는 여자를 마주하고 충격에 빠진다. “임현은 포스트모던의 형식을 빌려 정확하게 포스트모던을 반대로 반복하는 작가다. 포스트모던적인 세상에는 하나의 진실을 부정하는 수많은 진실이 그저 공존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어떤 진실에도 도달하고자 하지 않는 허구적 자기 인식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적 한계 너머에서 여전히 우리가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불가해한 세상 속에 자기 정체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나, 동시에 그런 나를 속이는 이 모든 음모의 창시자이자, 광기처럼 오염된 의식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나를 위하여, 비로소 문을 열 시점이다. 그렇게 『당신과 다른 나』는 그럴듯한 현실을 보충하기 위한 허구가 아니라, 그럴듯할 수 없는 삶의 한계를 지시하기 위한 허구가 된다. 그리고 그 허구는, 아무래도 우리를 닮은 것 같다.” (박인성) 현대문학 × 아티스트 송지혜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송지혜 198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섬유예술과와 동 대학원 졸업. 경기도미술관, 슈페리어갤러리, 롯데갤러리, 박영덕화랑, 에스플러스갤러리, 가나아트에디션 등 국내외에서 수차례 전시.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2014, 북라이프), 『시간의 방』(2015, 북라이프) 시리즈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6개국에 판권 수출. 국내 단행본 사상 최고 금액으로 북미 판권 수 출. 한국, 미국, 영국, 대만 베스트셀러. 2015년 미국 아마존 <올해의 작가> 선정.
그 무렵 그이는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함께 간 여행지를 잘
못 기억한다거나, 전날 세워둔 자가용을 찾지 못해 지하주차장에서 오래 헤맨다거나, 식사 중에 갑자기 무언가를 기억해내고는 급히 서재에서 서류를 찾는 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그이를 재촉하면 그제야 방금까지 자신이 절반쯤 먹다 남겨둔 음식들 앞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때문에 미리 약속이라도 잡은 날에는 따로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11쪽
나는 종종 우리의 작은 다툼이 어째서 그토록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처 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기어코 하는 말들이 있고, 그러면서도 금
세 다시 미안해질 때, 그런 것들을 매번 후회하고 서로를 더 애틋하게 만드는 까닭도 잘 모르겠다. 아마 미양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50쪽
사람들은 어디서든 나를 자주 목격하고는 했다. 출퇴근 지하철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거나, 번화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있었다거나,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혼자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었다고도 했다.
-55-56쪽
“지금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지?”
“당연히 알 수 있지.”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나를 닮은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욕실에 들어가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하고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그게 나라는 걸 미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다시 물었다.
“뭔데? 이번엔 뭘 또 쓰려고 그러는데?”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미양이라는 사실을 나는 정말이지 조금도 의심할 수
없었다.
-58쪽
미양의 소박하면서도 성실한 인생관이 나는 좋았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고 어쩌면 그런 성격이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곁에 두는 가장 큰 이유인 것도 같았다. 나는 미양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미양도 조금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품에 안긴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신 소설에서 내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78-80쪽
“당신이 무얼 기억하든 그런 사람은 없어. 연구실 같은 건 없어. 당신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그냥 그것 모두 다 이 소설일 뿐이잖아. 내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109쪽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지,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보았다. 그들을 이해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
-111-112쪽
당신과 다른 나 007
작품해설 134
작가의 말 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