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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된 정신

마크 릴라 저 | 석기용 역 | 필로소픽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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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831616 / 204쪽 147 x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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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반동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이것이 그들에 관해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그들 역시 혁명가들 못지않게 나름대로 급진적이며 역사적 상상의 산물들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다. (11쪽) 반동의 정신은 난파된 정신이다. 다른 사람들은 늘 원래 모습 그대로 흐르는 시간의 강물을 보지만, 반동주의자들은 천국의 파편 더미가 눈앞에서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본다. 반동주의자는 시간의 망명자다. 혁명가의 눈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찬란한 미래가 보이며 그 미래에 감전된다. 지금 시대의 거짓말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온갖 광채를 발하는 과거만을 바라보는 반동주의자 역시 그런 과거에 감전된다. 반동주의자는 자기가 적수보다 더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자기는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의 예언자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의 수호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동 문학에 면면히 흐르는 그 기이하게도 신명 나는 절망감, 그 선명한 사명감을 설명해준다. (13쪽) 그리고 우리 시대의 반동주의자들은 노스탤지어가 강력한 정치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노스탤지어는 희망보다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희망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퇴치불가다. (14쪽) 나는 20세기 정치사상가들의 상상력과 이념 운동을 구체화한 색다른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바로 정치적 노스탤지어였다. 노스탤지어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 사상에 흐린 안개처럼 내려앉았고 여태껏 결코 완벽하게 걷힌 적이 없다. 노스탤지어는 특히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문명의 종말’이라는 절망감을 자극한 1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절망감은 1789년 이후 혁명 반대자들이 느꼈던 감정과 거의 다를 바 없었다. 2차 세계대전, 폭로된 유대인 대학살, 그리고 핵무기의 배치 및 뒤이은 확산 이후 그 절망의 고통은 오로지 강도를 더해갈 뿐이었다. 이 연이은 재앙은 설명이 절실했다. (16-17쪽) 사람들은 어째서 여전히 그런 신화들이 필요하다고 느낄까? 사람들이 항상 갖고 있는 바로 그 똑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가 아무리 냉혹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반면, 동시에 미래에 대해 져야 할 온전한 책임은 회피한다. 서구의 신화화된 역사들을 그것들이 쓰인 시대들 및 다른 시대에 그것들이 성취한 사회·심리학적 과업과의 관계 속에서 다룬 책이 한 권 있다고 하자. 그런 책이라면 과거에 관한 고색창연한 신학적 서사들이 19세기 초부터 시작해 어떻게 현대화되었고, 그리하여 어떻게 현재를 차지하기 위한 지적 대리 전쟁 속 논쟁으로 대체되었는지 그 사연을 추적할 것이다. (…) 이런 신화들은 ‘가보지 않은 길’로 다시 돌아가는 데에 정치 활동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더 음험한 몽상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일 밖에는 하지 못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교훈은 1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 못지않게 시의적절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대로 우리의 길을 포장해야 할 운명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신의 소관이다. (125-126쪽) “에마의 고통은 플라톤적이다. 그녀는 온통 잘못된 장소에서 온통 잘못된 사람들과 오로지 상상의 산물로서의 이상理想을 탐색한다. 그녀는 끝까지 자기가 받아 마땅한 사랑과 인정을 정말로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돈키호테의 고통은 기독교적이다. 그는 옛날에는 세계가 정말로 그것이 의도한 그대로 존재했으며, 육신을 갖고 등장했던 이상적인 존재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확신한다.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을 동경하는 에마의 고통에 비해 천국을 미리 맛본 그의 고통은 더욱 격심하다. (…) 돈키호테는 자신이 인식한 그 간극이 단지 삶속에 깊이 뿌리내린 진실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역사적 파국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 빠져 있다. 그는 자신의 상상 속 사막에서 방황하는 희비극적인 메시아다. (181쪽)

저자 소개

  • 저자 : 마크 릴라
저자 : 마크 릴라
마크 릴라는 컬럼비아대학교 인문학 교수이며 서구 사상사, 특히 정치와 종교의 관계, 근대 서구 계몽주의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이다. 1990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 《비코에 붙이는 서문: 회의론, 정치학, 신정론》으로 미국정치학회의 레오 스트라우스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뉴욕 서평》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 오버시즈 프레스 클럽Overseas Press Club of America의 국제 뉴스 최우수 논평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분별없는 열정》 《사산된 신》 《G. B. 비코》 등이 있으며, 공저로 《이사야 벌린의 지적 유산》이 있다. 그의 저서들은 십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http://marklilla.com

역자 : 석기용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간 다수의 전문 철학서와 교양 인문서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과학의 미래》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삶의 품격에 대하여》 《사이보그 시티즌》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등이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석기용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간 다수의 전문 철학서와 교양 인문서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과학의 미래》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삶의 품격에 대하여》 《사이보그 시티즌》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등이 있다.

책 속에서

반동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이것이 그들에 관해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그들 역시 혁명가들 못지않게 나름대로 급진적이며 역사적 상상의 산물들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다. (11쪽)

반동의 정신은 난파된 정신이다. 다른 사람들은 늘 원래 모습 그대로 흐르는 시간의 강물을 보지만, 반동주의자들은 천국의 파편 더미가 눈앞에서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본다. 반동주의자는 시간의 망명자다. 혁명가의 눈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찬란한 미래가 보이며 그 미래에 감전된다. 지금 시대의 거짓말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온갖 광채를 발하는 과거만을 바라보는 반동주의자 역시 그런 과거에 감전된다. 반동주의자는 자기가 적수보다 더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자기는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의 예언자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의 수호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동 문학에 면면히 흐르는 그 기이하게도 신명 나는 절망감, 그 선명한 사명감을 설명해준다. (13쪽)

그리고 우리 시대의 반동주의자들은 노스탤지어가 강력한 정치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노스탤지어는 희망보다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희망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퇴치불가다. (14쪽)

나는 20세기 정치사상가들의 상상력과 이념 운동을 구체화한 색다른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바로 정치적 노스탤지어였다. 노스탤지어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 사상에 흐린 안개처럼 내려앉았고 여태껏 결코 완벽하게 걷힌 적이 없다. 노스탤지어는 특히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문명의 종말’이라는 절망감을 자극한 1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절망감은 1789년 이후 혁명 반대자들이 느꼈던 감정과 거의 다를 바 없었다. 2차 세계대전, 폭로된 유대인 대학살, 그리고 핵무기의 배치 및 뒤이은 확산 이후 그 절망의 고통은 오로지 강도를 더해갈 뿐이었다. 이 연이은 재앙은 설명이 절실했다. (16-17쪽)

사람들은 어째서 여전히 그런 신화들이 필요하다고 느낄까? 사람들이 항상 갖고 있는 바로 그 똑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가 아무리 냉혹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반면, 동시에 미래에 대해 져야 할 온전한 책임은 회피한다. 서구의 신화화된 역사들을 그것들이 쓰인 시대들 및 다른 시대에 그것들이 성취한 사회·심리학적 과업과의 관계 속에서 다룬 책이 한 권 있다고 하자. 그런 책이라면 과거에 관한 고색창연한 신학적 서사들이 19세기 초부터 시작해 어떻게 현대화되었고, 그리하여 어떻게 현재를 차지하기 위한 지적 대리 전쟁 속 논쟁으로 대체되었는지 그 사연을 추적할 것이다. (…) 이런 신화들은 ‘가보지 않은 길’로 다시 돌아가는 데에 정치 활동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더 음험한 몽상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일 밖에는 하지 못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교훈은 1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 못지않게 시의적절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대로 우리의 길을 포장해야 할 운명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신의 소관이다. (125-126쪽)

“에마의 고통은 플라톤적이다. 그녀는 온통 잘못된 장소에서 온통 잘못된 사람들과 오로지 상상의 산물로서의 이상理想을 탐색한다. 그녀는 끝까지 자기가 받아 마땅한 사랑과 인정을 정말로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돈키호테의 고통은 기독교적이다. 그는 옛날에는 세계가 정말로 그것이 의도한 그대로 존재했으며, 육신을 갖고 등장했던 이상적인 존재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확신한다.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을 동경하는 에마의 고통에 비해 천국을 미리 맛본 그의 고통은 더욱 격심하다. (…) 돈키호테는 자신이 인식한 그 간극이 단지 삶속에 깊이 뿌리내린 진실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역사적 파국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생각하는 망상에 빠져 있다. 그는 자신의 상상 속 사막에서 방황하는 희비극적인 메시아다. (181쪽)

목차

|서론| 난파된 정신

1부 사상가들종교를 지키기 위한 전투내재한 종말
아테네와 시카고

2부 흐름들루터에서 월마트로 마오쩌둥에서 성 바울로

3부 사건들2015년 1월, 파리

|후기| 기사와 칼리프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역사의 반동과 난파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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