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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05447 / 168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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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황금알 시인선 [118]
반디앤루니스 리뷰
시집 『섬나라 대만島/國』은 시인 천리의 초기 작품인 1974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망라하여 시인이 자선한 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사람들은 대만의 자연이 형형색색의 색깔이라고들 하지만 시인 천리는 기차를 타고 대만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 전체 섬은 동서남북이 같은 색조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으며, 어디든 맛있는 음식과 놀이문화가 있고, 같은 눈물과 웃음이 있음을 묘사했다. 대만 섬의 산과 바다는 같은 색깔이지만 시인은 미묘하게 변화된 섬의 각기 다른 시대를 노래했다.
출판사 리뷰
지난 40여 년간 시를 읽고 쓰고 번역하면서 한국의 전통 시가인 ‘시조’를 알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시험 삼아 장문의 시조를 한편 써서 중국어권 독자들에게 소개를 했고, 그때 내가 번역했던 황진이, 정철, 윤선도 등 좋아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했다. 그동안 나는 한국 현대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가끔은 번역도 했다.
이번에 내 시집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에서 출판된다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다. 그리고 시, 아름다움, 사랑과 예술, 생명에 대한 사랑 같은 것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그동안 대만의 대학에서 오랜 기간 교편을 잡고 대만에 살면서 내 졸작을 종종 한국어로 번역해 주었고, 내가 기획해온 ‘태평양시축제’가 열릴 때마다 우수한 한국 시인들의 시 작품을 대만 독자에게 소개해 준 김상호 교수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린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시 축제에서 나와 여러 번 조우했고, 이번 시집이 한국에서 출판되기까지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여준 시인이며 한일 간에서 이름난 번역가인 한성례 선생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김상호 교수와 한성례 선생을 통해 한국의 문화 교육의 수준과 부러울 만큼 높은 교양과 성실, 미덕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시집에서 내 시를 번역해주신 김상호 교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내 시가 한국어라는 문자로 옷을 갈아입고 동방의 인문과 아름다운 정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9년 여름
대만 화롄花蓮에서
책속에서
타이베이 역
타이베이 역은 동서남북으로 큰 문 네 개가 꼿꼿이 서 있다
사방을 향해 열린 한 장의 시각표 메모리 카드가 시간지도로 펼쳐져 있다
“저는 쥐꽝?光* 호에서 내려 푸요우마普悠瑪* 호로 갈아타고 북부로 향하는 베이난卑南족* 청년인데 존귀한 북부에 비계를 세워 날개를 치고 높이 날 수 있을까요?”
“저는 월남에서 온 신부인데 시아버지 가게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 말에 의하면 북쪽으로 갈수록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고 했어요.”
“대만 꼬리의 한 길에서 대만 머리까지 흔들어 머리 길과 주인을 찾고 있어요. 히히하하 버전 〈엄마, 건강 조심하세요〉를 다운로드 받아 내게도 알려주세요.”
(2013)
*쥐꽝(?光) 호 : 대만 철도국 2급열차.
*푸요우마(普悠瑪) 호 : 대만 철도국 특급열차.
*베이난(卑南)족 : 대만 동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으로 인구는 14,425명.
바다의 인상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침대에 휘감겨서
그 바람난 여자는 하루 종일
떠돌이 남자와
밝은 청색에 줄무늬의 거대한 이불을
밀치고
들어왔다가
밀치고
나갔다
(1974)
정부情婦
나의 정부는 느슨해진 기타
케이스에 들어 있는 매끄러운 몸체
달빛조차 닿지 않는다
이따금 그녀를 꺼내
끌어안고 가만히
차가운 목 언저리를 어루만져본다
왼손으로 누르면서 오른손으로 소리를 낸다
여러 줄을 조이며 조율을 한다
그러면 그녀는 팽팽한
육현악기六弦樂器가 되어 일촉즉발의
긴장한 자태
연주를 시작하자
갑자기
줄이 뚝 끊어졌다
(1974)
눈 위의 발자국
추워서 잠을 자야만 한다
깊고 깊은 잠
부드러운
백조의 느낌이 필요하다
살짝 눈 위에 남겨진
조잡한 글 한줄
게다가 하얀 잉크
마음이 얼어붙어
조잡하게 써 넣은
하얀 눈
(1976)
마술사 아내의 애인
이 아침의 풍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렌지주스는 과일나무에서 떨어져 작은 강을 따라 컵에 흘러들고 있다
샌드위치는 아름다운 두 마리의 수탉이 변한 것
달의 냄새가 몇 겹이지만 태양은 언제나 계란껍질의 반대편에서 떠오른다
탁자와 의자는 근처 숲속에서 막 잘라낸 것
나뭇잎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양탄자 아래에 호두가 숨겨져 있는 걸 누가 알까
그저 침대만은 탄탄하다
다만 그녀는 바하의 푸가를 아주 좋아하지
세상 사람들이 의심이 많아 변덕스러워진 마술사의 아내
당신은 밤새워 그녀와 도망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마도 초죽음이 되어 뒤를 쫓아가겠지)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풍금을 치고 커피를 마시고 미용체조를 하고 있으리라
에구! 모자 속에 끓고 있는 것이 커피라는 걸 누가 알까
말 많고 시구를 가지고 노는 앵무새는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1976)
동물 자장가
시간을 표범의 얼룩처럼 고정시키자
피곤한 물새가 물위를 미끄러지며 흘리는 눈물은
가만히 떨어지는 화살과 같다
화원花園, 음악이 없는 화원,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에 와서
벌이 없는 벌집을 위해 망을 보라고 당부한다
별이 천천히 하늘에 떠오르고 입구를 지나는 기린보다
높이 떠올랐을 때 나는 밤에 옷이 없는 풀을 위해 이슬을 털리라
젖을 먹이고 있는 엄마에게서 억지로 떼어놓은 아기는 한 마리 기린과 같다
활처럼 굽은 고양이가 긴장을 푸는데 사랑이나 색, 꿈의 고도에 대해
두 번 다시 추상적으로 응하지 않도록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이다.
우둔한 당나귀가 걸어가면서 하는 하품을 흉내 내지 마라
시간을 멈춰라, 죽은 척 숨죽이고 있는 곰처럼
그 속눈썹에 닿은 하얀 꽃처럼 나비처럼
외양간을 위해 처마 없는 제비를 위해 문패를 닦으리라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을 지나가다 부서진 기둥
슬픔이 없는 부서진 기둥을 고치라고 당부할 때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 위를 맴도는 매여!
수색을 멈춰라, 사냥개여 천사의 이마처럼 뛰지 마라
그 넓이는 50곳 성城과 7백 개의 마차가 들어갈 만큼 넓다
엄마와 멀리 떨어졌던 아이들을 엄마 곁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그 오랜 동안
소멸된 신화나 종교가 다시 발견되어 신앙되는 것처럼
나는 과일나무를 위해, 열매가 다 떨어진 과일나무를 위해 찬미하고 기도하리라
시간을 표범의 얼룩처럼 고정시키자
하얀 꽃들이 그 속눈썹으로 나비를 툭툭 친다
깊이 잠든 사자는 그들의 분노에 놀라지 않는다
여기는 화원, 음악이 없는 화원, 회색 코끼리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네 곁에 와서
어서 빨리 진흙으로 발자국을 감추라고 당부한다
(1977)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에서 나는 들었다
나쁜 마음을 가진 천 마리 자칼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판사의 우는 소리를 들었고
목사의 참회하는 소리를 들었다
수갑이 신문지에서 튀어나오고 칠판이 똥구덩이에 떨어졌다고 들었다
문인은 호미를 내려놓았고 농민은 안경을 벗었고
뚱뚱한 상인이 크림과 고약의 옷을 차례차례 벗었다고 들었다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에서
사창가의 호객꾼 노파가 무릎을 꿇고 음부를 딸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보았다
(1978)
우리의 가장 가난한 현縣
― 1월 28일 대보름날 도교 행사에서 본 것
2억 달러의 대만 화폐
4천 마리의 큰 수컷 돼지
46개의 아치형 장식
23개의 기도하는 제단
사흘간의 채식재계
닭, 오리, 생선을 잡을 칼이 바쳐졌다
5만여 명의 멀리서 온 인파들
11명의 현지 거지들
(1980)
저자 서문 | 천리陳黎·4
타이베이 역·10
바다의 인상·11
정부情婦·12
눈 위의 발자국·13
마술사 아내의 애인·14
동물 자장가·16
계속된 지진에 놀란 도시·19
우리의 가장 가난한 현縣·20
먼 산·21
봄밤에 「겨울 나그네」를 듣다·22
2월·24
독재·26
파·27
타이루거太魯閣 1989년·31
벽·47
봄·49
그림자의 강·50
마술사·52
허무주의자를 그리기 위해 설치한 판매기·56
섬나라 대만·57
소우주 1·59
가을 노래·63
밤의 물고기·65
전쟁교향곡·67
줄타기하는 사람·71
가구는 음악·74
근설根雪 3편·76
고속 기계 위의 짧은 여행·77
섬에서·78
질투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탱고·84
알루미늄 호일·86
소방대장이 꿈에서 본 이집트 풍경사진·87
우리들 생활의 한쪽구석·88
쿠빌라이 칸의 땀·94
나비 미혹의 기록·96
혀·98
연재소설 ‘황차오黃巢 살인 팔백만’·99
소우주 2·101
밤의 노래 2편·106
슬로우 시티·108
펄펄 날다·110
곤충학·112
남은 시문·113
아이슬란드·114
진나라·115
베이징·117
미래 북방의 강·118
연꽃가게·122
공작새·124
중앙분지를 꿈꾸며·127
장미빛 성모마리아 교회당·134
한 줄기 하늘·136
피망록被忘錄·138
아리아·139
놘놘暖暖·140
자오시礁溪·142
보통의 향수?愁·144
화롄花蓮·147
자습 시간·148
스케이트 수업·150
해설 | 한성례
대만 모더니즘 시를 완성한 천재시인 천리陳黎·154
옮긴이의 말 | 김상호
새로움을 창조하는 대만의 음유시인·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