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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저 | 해냄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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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5746874 / 400쪽 14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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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줄거리 성 베네딕도회 W시 수도원의 일원인 정요한 신부는 호출을 받고 찾아간 사무엘 아빠스(대수도원장)로부터 10년 전에 만났던 소희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요한은 사제 서품을 받기 전, 아빠스의 조카로 수도원에 잠시 머물던 소희와 서로 사랑했지만 갑작스럽게 이별했던 기억, 형제처럼 가까이 지냈던 미카엘과 안젤로 수사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일 등, 자신의 삶을 뒤흔든 커다란 사건들에 의해 수도자의 삶을 놓아버릴 뻔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본다. “사랑하라”고 말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가는 잔인한 신 앞에서 낙담하던 요한은 할머니로부터 50여 년 전 한국전쟁 때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할아버지와의 일화를 듣게 되고, 수도원 인수 논의를 위해 방문한 미국의 뉴튼 수도원에서는 한 척의 수송선으로 흥남부두의 1만 4천 피난민을 구해낸 마리너스 수사를 만나게 되면서 이 땅에 내리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는데……. 등장인물\t 나(요한)\t 사제 서품을 앞둔 스물아홉에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할머니와 노(老)수사들로부터 그들이 지나온 신비로운 경험을 전해 듣고 사랑에 순명하는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소희\t 수사들을 인터뷰하고자 외삼촌이 대수도원장으로 있는 W시 수도원에 들렀다가 동갑의 요한 수사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오랜 시간 자신에게 헌신해준 약혼자와 요한 사이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갈등한다. 미카엘\t 준수한 용모와 빼어난 지성으로 장상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요한의 수도원 동기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느라 수도원의 규칙을 어기게 되고, 그로 인해 사제 서품의 위기를 겪는다. 안젤로\t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후 수도원에 들어와 일도 공부도 소질이 없는 듯하지만 늘 상냥하고 겸손한 성품과 아름다운 외모 덕에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본문 중에서 우리의 생을 뒤바꿔버린 사건이나 시간들을 통틀어 떠올려보면 그때는 보지 못했던 징후들이 마치 영화의 티저 영상처럼 삶의 거리 여기저기에 깔려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갗에 닿는 바람결로 봄을 느끼기 전에 이미 여기저기서 조그만 들꽃의 싹이 피어나고 뜻밖에도 양지쪽에 보랏빛 제비꽃이 피어난 걸 보게 되듯이. 몸이 봄을 느끼기 전에 봄의 징후들이 도착하듯이. 그 징후들이 가지고 온 사명의 기호가 해독되는 것은 이미 사건이 종료되고 나서이거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때라는 것이 삶의 비극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에 다시 돌아보면 삶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는 늘 우리가 그렇다고 믿었던 그곳 말고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었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7장 중에서 “사랑했나보다. 아직도 사랑하고.” 내가 문득 웃자 안젤로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왜요? 사랑하니까 여기까지 찾아오고 사랑하니까 아직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내 마음이 아파요. 아무리 남이 보기에 하찮은 것이라 해도 사랑은 아픈 거잖아요.” 안젤로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쪽 하늘 저쪽으로 천사의 깃털 같은 구름이 퍼져 있고 그 사이로 생채기처럼 노을이 빨갰다. 안젤로가 말한 사랑이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내 마음은 소희를 보냈던 수도원의 다섯 번째 담벼락을 더듬고 있었다. “어떤 이유든 사랑은 아프고, 그래서 하느님도 늘 아프세요. 하느님은 사랑하니까요. 난 노을을 보면 그게 상처 난 하느님의 섬세한 마음인 거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아파요.” 그때 종이 울렸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58장 중에서 “사랑하라, 요한. 사랑하라.” 목소리는 나의 단전(丹田) 깊숙한 곳으로부터 마음으로 울려 나왔다. 온몸으로 전율이 지나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그것이 그분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그녀를 사랑하라는 그분의 허락이며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신 분이 그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스물아홉 해를 살아와 이제는 내 피부처럼 변한 내 이성(理性)의 검은 옷이 확신을 막았고 나는 잠시 혼란 속에서 그 목소리를 의심했다. “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가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갑자기 받은 수험생처럼, 뜻밖의 휴가를 명령받은 군인처럼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되물었다. 방금 사랑한 것은 당신이 아니었다는 고백도 잊어버리고 나는 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십자가의 실루엣 뒤로 희뿌연 빛들이 어렸다. 귀가 멍멍했고 십자가를 제외한 모든 사물은 깊은 어둠 속에 잠겼는데 다시 소리가, 낮고 작고 인자한 소리가 내 마음으로 울렸다. “내가 그녀를 네게 보냈다. 사랑하여라, 요한.”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너 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신 혹은 광주 학살 같은 것은 아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6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슬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 앞에서 아무것도 감추고 싶지 않았다. 나도 어린아이처럼 담백해지는 듯했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조용히 죽 그릇을 물렸다.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내가 물었다. “왜 돌아오셨습니까? 이 죽음과 고문의 땅에? 그리고 왜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잔인한 신을?” 나는 사춘기에 막 들어선 아이처럼 복받쳐 있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앙상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뜻밖에도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사랑했으니까요.” 얼핏 내가 숨을 멈추었던 것 같다. 당연하고 놀라운 대답이었다. “그 질문을 맘에 담고 계셨군요? 저도 여러 번 제 자신에게 물었답니다. 왜냐고……. 때로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죠. 사랑했으니까요. 하느님도 한국도. 사랑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랑은 가실 줄을 모르는 거니까요.”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29장 중에서

저자 소개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다섯 개이고 기사에 악플이 줄줄 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착한 여자 1・2』『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즐거운 나의 집』『도가니』『높고 푸른 사다리』『해리 1・2』『먼 바다』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별들의 들판』『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상처 없는 영혼』『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딸에게 주는 레시피』『시인의 밥상』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책 속에서


우리의 생을 뒤바꿔버린 사건이나 시간들을 통틀어 떠올려보면 그때는 보지 못했던 징후들이 마치 영화의 티저 영상처럼 삶의 거리 여기저기에 깔려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갗에 닿는 바람결로 봄을 느끼기 전에 이미 여기저기서 조그만 들꽃의 싹이 피어나고 뜻밖에도 양지쪽에 보랏빛 제비꽃이 피어난 걸 보게 되듯이. 몸이 봄을 느끼기 전에 봄의 징후들이 도착하듯이. 보 도 자 료 높고 푸른 사다리 그 징후들이 가지고 온 사명의 기호가 해독되는 것은 이미 사건이 종료되고 나서이거나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때라는 것이 삶의 비극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에 다시 돌아보면 삶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는 늘 우리가 그렇다고 믿었던 그곳 말고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었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7장 중에서 “사랑했나보다. 아직도 사랑하고.” 내가 문득 웃자 안젤로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왜요? 사랑하니까 여기까지 찾아오고 사랑하니까 아직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내 마음이 아파요. 아무리 남이 보기에 하찮은 것이라 해도 사랑은 아픈 거잖아요.” 안젤로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쪽 하늘 저쪽으로 천사의 깃털 같은 구름이 퍼져 있고 그 사이로 생채기처럼 노을이 빨갰다. 안젤로가 말한 사랑이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내 마음은 소희를 보냈던 수도원의 다섯 번째 담벼락을 더듬고 있었다. “어떤 이유든 사랑은 아프고, 그래서 하느님도 늘 아프세요. 하느님은 사랑하니까요. 난 노을을 보면 그게 상처 난 하느님의 섬세한 마음인 거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아파요.” 그때 종이 울렸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58장 중에서 “사랑하라, 요한. 사랑하라.” 목소리는 나의 단전(丹田) 깊숙한 곳으로부터 마음으로 울려 나왔다. 온몸으로 전율이 지나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그것이 그분의 음성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그녀를 사랑하라는 그분의 허락이며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신 분이 그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스물아홉 해를 살아와 이제는 내 피부처럼 변한 내 이성(理性)의 검은 옷이 확신을 막았고 나는 잠시 혼란 속에서 그 목소리를 의심했다. “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가 놀아도 좋다는 허락을 갑자기 받은 수험생처럼, 뜻밖의 휴가를 명령받은 군인처럼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되물었다. 방금 사랑한 것은 당신이 아니었다는 고백도 잊어버리고 나는 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십자가의 실루엣 뒤로 희뿌연 빛들이 어렸다. 귀가 멍멍했고 십자가를 제외한 모든 사물은 깊은 어둠 속에 잠겼는데 다시 소리가, 낮고 작고 인자한 소리가 내 마음으로 울렸다. “내가 그녀를 네게 보냈다. 사랑하여라, 요한.”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 보 도 자 료 높고 푸른 사다리 사는 악입니다. 너 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신 혹은 광주 학살 같은 것은 아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61장 중에서 “요한 수사님, 슬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 앞에서 아무것도 감추고 싶지 않았다. 나도 어린아이처럼 담백해지는 듯했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조용히 죽 그릇을 물렸다.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내가 물었다. “왜 돌아오셨습니까? 이 죽음과 고문의 땅에? 그리고 왜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잔인한 신을?” 나는 사춘기에 막 들어선 아이처럼 복받쳐 있었다. 토마스 수사님은 앙상한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았다. 뜻밖에도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사랑했으니까요.” 얼핏 내가 숨을 멈추었던 것 같다. 당연하고 놀라운 대답이었다. “그 질문을 맘에 담고 계셨군요? 저도 여러 번 제 자신에게 물었답니다. 왜냐고……. 때로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죠. 사랑했으니까요. 하느님도 한국도. 사랑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니까요. 사랑은 가실 줄을 모르는 거니까요.”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29장 중에서

목차

1부 제 영혼이 밀랍처럼 1~60
2부 빈 들에 나가 사랑을 1~61
3부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1~68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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