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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저 | 이동교 역 | 은행나무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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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982362 / 248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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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갑작스러운 내전의 발발, 잃어버린 일상과 사라예보의 기억 그 속에서 피어난 삶에 관한 연민과 사랑 알렉산다르 헤몬의 인생 이야기는 사라예보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어린 헤몬은 ‘다름’에 대한 고찰을 보다 빨리 시작한다. 첫 번째 글 〈타인들의 삶〉에는 어린 시절 매일 함께 먹고 자고 놀던 친구를 ‘터키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헤몬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단어를 경멸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너와 나를 구분하고 타자화하는 이 ‘차이’의 얄팍함이 결국 수십만 명을 살상하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내모는 전쟁을 만들었다. 사라예보에 깊게 드리운 내전의 그림자는 시카고에 머물던 헤몬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가만히 앉아 고통받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했으며, 연구소에 갇혀 위성 지도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을 찾아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홀로 다음 삶을 준비해야 했다. 이 알 수 없는 전쟁에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주던 ‘마의 산’을 잃었고, 포격을 미리 예견하고 가족들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한 강아지 ‘돈’을 잃었으며, 어릴 때부터 뛰어놀던 골목과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이름 모를 건물을 잃었다. 이뿐 만이겠는가? 그는 삶의 절반을 잃었다. 임박해온 전쟁을 감지하고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작가의 심리를 묘사한 문장들에는 전쟁의 무의미함, 실향한 난민들의 고단한 삶, 그럼에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녹아있다. 각박하고 긴급한 순간에도 사람을 연민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들의 태도는 불안하고 힘든 삶에도 우리 곁에는 늘 따뜻한 이웃이 있음을,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야 함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어떤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순간, 타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_21p 아름답지만 차가운 도시 시카고, 이방인의 언어로 생명을 불어넣다 후반부에는 타국에 정착한 난민들의 삶,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혹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다룬다. 노천카페에 앉아 서너 시간만 보내면 동네 소식을 다 접하는 작은 도시에 살던 헤몬은 서로 안전거리를 두고 일부러 떨어져 살게 만든 시카고를 힘들어 한다. 어떻게든 새로운 도시와 친해지기 위해 만보객의 삶을 자처하며 직접 발로 여기저기를 누빈다. 그가 보고 느낀 시카고의 여름과 겨울, 호숫가의 사람들, 길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에 관한 단상은 잡지 지면에 실렸고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에 소개되어 있다. 시카고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그가 열심히 한 활동은 이민자 축구 모임이다. 모든 스케줄과 빨래를 관리하는, 왜 이토록 희생하는지 알 수 없는 독일인과 올림픽에 계주 선수로 출전했던 나이지리아인, 프레스코화를 복구하다 부자가 된 이탈리아인 등 여러 사연을 가진 이민자들은 그의 선택하지 않은 삶에 새로운 버팀목이 된다. 그는 이들과의 패스에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발끝의 얼얼함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진정으로 연결된 듯한, 그 무엇보다 강렬한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 그 너머의 날들을 위한 기록 난민이자 이방인으로서의 결핍을 제외하고도 그의 인생에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번의 이혼과 재혼을 경험했고, 가장 사랑하는 어린 딸을 희귀병으로 잃는다. 태어난지 9개월 밖에 안 된 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암 선고가 내려지고 헤몬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은 산산조각 난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병원생활을 하며 아무도 공감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써내려간다. ‘희망을 빌어주는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었고 감히 아름다운 내일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며, 그저 지금 내뱉는 딸의 한숨 한숨이 계속 이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고 털어 놓는다. 자신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던 사랑스러운 딸을 어쩔 수 없이 먼저 보내야했던 한 아빠의 가슴 저미는 고통을 표현한 〈수족관〉은 수많은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눈물 없이 읽어내기 어렵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내 품에 안긴 내 딸이 내뱉는 한숨 한숨의 강렬한 현실성이었고, 내가 부르는 자장가 세 곡에 곤히 잠드는 내 딸의 잠이라는 구체성이었다. 나는 바라지도, 감히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사벨의 미소와 웃음 그 이외의 것은. 아이가 살아있는,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삶 그 너머의 것은._236p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평온해 보이는 것처럼 어디선가 누군가는 우리가 모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수족관 안팎을 오가던 누군가의 막연한 삶을 상상하며 공감해주는 것, 그리고 타인의 언어로 된 수족관의 벽을 허물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알렉산다르 헤몬
저자 : 알렉산다르 헤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문화 잡지 편집자로 일했다. 그러다 27세에 우연히 방문하게 된 미국 시카고에서 그의 운명은 뒤바뀐다. 본국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사라예보가 포위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시카고에 체류하게 된 그는 1992년부터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ESL 강사 등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익힌다. 1995년에 영어로 쓴 자신의 글을 처음 발표한 이후로 뉴요커, 에스콰이어, 뉴욕타임스, 슬레이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의 잡지에 수많은 산문을 발표했고, 현재도 일부 잡지의 정기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영어로 쓴 첫 단편집 《브루노의 질문(Question of Bruno)》을 발표해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데뷔한 이후로 소설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 《라자루스 프로젝트(The Lazarus Project)》 《좀비 전쟁 각본(The Making of Zombie Wars)》뿐만 아니라 단편집 《사랑과 장애물들(Love and Obstacles)》과 회고록 《나의 삶이라는 책(The Book of My Lives)》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구겐하임 펠로십과 맥아더 재단의 펠로십을 수상했으며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센스 8〉의 각본가로도 참여했다.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2019년 현재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아내 테리와 두 딸 엘라, 에스터와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이동교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전공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2019년 현재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자 소개

  • 역자 : 이동교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전공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단지 모든 것이 전처럼, 전에 이미 그랬던 것처럼 변치 않기만을 바랐다. 세상은 조화로이 내게 속해 있었고, 실은 내가 거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_12p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나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존재하는 차이들의 체계, 순전히 제멋대로에 내 의도와는 무관하며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_21p

조제피나 숙모는 주변에 넘쳐나는 반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을 어떻게 해서인지 여태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저격수도 원래는 선한 사람이었다는데, 그 이유는 자신과 남편의 머리 위로만 총질을 하고다 지켜보고 있으니 집 안에서 너무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도 해줬기 때문이랬다._124p

“문제는 네가 어디 속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네게 속해 있냐는 거야.” 그때 내 나이 스물일곱(하고도 반) 살이었고 사라예보는 내게 속해 있었다._135p

경험을 공유했고 또 공유할 수 있을 익숙한 얼굴들로 가득 찬 사라예보의 도시 풍광에 비하면, 내가 이해하려고 애쓰던 시카고는 익명을 좇는 일들로만 채워진 암흑한 곳이었다._139p

이민자들은 우리가 정한 규칙대로 흘러가는 축구를 하면서 위안을 찾았다. 우리가 여전히 세상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세상은 미국이라는 나라보다 훨씬 컸다._161p

나는 희망을 빌어주는 사람들과 말하는 게 힘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더더욱 힘이 들었다. 친절하게도 사람들은 도움이 되려했고, 아내와 나는 그들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소리를 싫은 내색 없이 견뎠다. 그들은 그저, 그런 얘기 말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_232p

우리 부부가 자주 듣던 진부한 위로의 표현은 “뭐라 할 말이 없네요”였다. 그러나 아내와 나 사이에는 할 말이 없지 않았다, 전혀. 우리 부부의 경험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두려운 지에 대해 서로 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_233p

엘라가 끝도 없이 쉬지 않고 밍거스의 모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야기를 향한 욕구가 우리 정신 속 아주 깊은 곳에 새겨져 있으며 언어를 만들고 흡수하는 메커니즘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야기를 위한 상상—즉 소설—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이면서 진화된 도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허구적 자아와 소통하면서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을 얻는다._236p

목차

감사의 말 ― 9
타인들의 삶 ― 11
소리와 영상 ― 36
가족 만찬 ― 44
카우더스 사건 ― 54
전시의 삶 ― 78
마의 산 ― 85
있을 수 없는 일을 있게 하라 ― 92
강아지들의 삶 ― 100
나의 삶이라는 책 ― 117
만보객의 삶 ― 123
시카고를 떠나기 싫은 이유: 무작위로 뽑은 미완성 리스트 ― 152
신이 존재한다면 굳센 미드필더리라 ― 158
그랜드마스터들의 삶 ― 173
개집에서의 삶 ― 197
수족관 ― 212
옮긴이의 말 ―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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