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백범, 거대한 슬픔

김별아 저 | 해냄 | 2019년 08월

북트리

정가
$30.00
판매가
$16.5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3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07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88965749578 / 304쪽 / 375g / 135 x 205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5,120
  • 17,820
  • 80,100
  • 16,20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줄거리> 1945년 11월 23일, 중국 상해 강만 비행장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이 모였다.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과 취재진으로 떠들썩한 오후 1시, 열다섯 명의 사람이 태극의 깃발이 나부끼는 속에서 미군 수송기에 오른다. 한국은 외부의 힘으로 ‘해방’되었지만 자체적인 투쟁으로 ‘광복’하지 못했기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한국의 공식 정부가 될 수 없었다. 울분을 삼키며 미군의 군정을 받아야 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올라탄 비행기 안, 대한민국 임시 정부 주석 김구가 하염없이 기창 밖을 내다보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호랑이 꿈을 꾸고 사나운 짐승을 가슴에 품은 소년 김창암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바른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김창수로 이름을 바꾸고 스무 살을 맞는다. 용강에서 안악으로 향하는 길, 나룻배가 얼음덩이에 갇혀 나오지 못하자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며 직접 얼음산으로 뛰어들어 헤치고 도달한 치하포 나루터에서 김창수는 장연의 조선인인 척 가장하고 있는 일본 육군 중위 쓰치다를 맞닥뜨리는데…….

저자 소개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30대에 접어들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영영이별 영이별』『논개』『백범』『열애』 등을 펴내며 실존인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에 휘말린 조선 청년의 이야기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발표했다. 이후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彩虹: 무지개)』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냈다.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을 출간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을 주인공으로 한 『탄실』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으로 『꿈의 부족』이 있다.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가족판타지』(『식구』개정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삶은 홀수다』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등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그 안에서의 깨달음을 담았고, 아들과 함께 오른 백두대간 이야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군에 간 아들에게 쓴 편지인 『스무 살 아들에게』, 서울 시내의 표석을 따라 걸어본 도시산책기 『도시를 걷는 시간』을 출간했다. 

역자 소개

  • 역자 :
표지 그림      
이동재 <아이콘_김구>, acrylic, rice on canvas, 100x100cm, 2014
1974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와 동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역사적인 인물을 쌀이나 콩, 팥과 같은 곡물로 표현한 곡물회화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표지에 실린 작품은 백범의 휘호 <답설야중거>와 나란히 청와대 여민관에 전시되어 화제가 되었다.

머리말

슬픔은 분노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낮고 질기고 도도하다. 그것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역사의 파랑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들을 적신다. 그리하여 슬픔도 마침내 힘이 된다. 나는 그 자잘한 상처 같은 시간 속에서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동시에 기꺼워한다. 기어이 슬퍼하고 기꺼이 슬퍼하기 위해, 나는 좀 더 배우고 쓰고 살아내야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책 속에서

세 시간이라고 했다. 하늘과 바다에 잇닿아 세 시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는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가기까지 꼬박 스물여섯 해가 걸렸다. 떠나던 날의 흥분과 격정이 여전히 심장 한구석에 돌올한데, 세월은 매정했다. 가차 없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장년이 되고, 장년은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노년의 삭은 몸이 되었다.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지나버린 젊은 날을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애당초 후회를 모르는 천품이 애달프지 않다. 후회는 미련이다. 지난날 가졌던 것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어리석은 셈속이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갖고파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주먹구구다.
11월의 하늘이 차갑고 맑았다. 늦은 가을이자 겨울의 입새, 한해살이풀이 말라가는 계절이다. 고향의 아낙들은 김장 채비에 분주하고, 착실한 농군들은 얼갈이하기에 바쁠 테다. 세상의 형편이 암만 수상해도 시절은 놓칠 수 없다. 속일 수도 없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다.
-「이륙」 중에서

백범, 거대한 슬픔

보 도 자 료

 


백범, 거대한 슬픔
외로움이 내 등을 밀어 더 큰 세상으로 가라 했다.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과 얼키설키 어울려 외로움 따윈 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의 법칙과 사람의 약속은 언제나 야릇했다. 그곳은 또 다른 짐승들의 세계였다. 알 수 없는 덫과 함정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해주 놈 때려주자!
조금 전까지 어우렁더우렁 몰려 놀던 아이들이 편짝을 이루어 난장을 치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유가 있다면 사과하고 양보할 마음이었다. 나는 심심하여 친구가 아쉬우니 못마땅해도 한 발짝 물러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아무리 거듭해 물어도 요망한 작당을 벌인 패거리의 생억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가 없다! 나는 아무 까닭도 없이 매질당하고 있다!
-「냉혹한 슬픔」 중에서
 
병세가 위중하여 사경을 넘나들면서도 아버지는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 중위 쓰치다를 죽이고 인천 감옥에 갇혔다 탈옥한 나는 여전히 사방팔방으로 돌아치고 있었다. 술기운에 젖어 삼남을 유람하다가 공주 마곡사에서 출가해 동냥중이 되었다. 세간과 출세간, 울분과 순종, 성과 속의 난마를 헤매는 사이, 아버지는 나를 대신해 징역살이를 했다.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는 곳, 이승의 지옥인 감옥에서 일 년간 차꼬를 차고 갇혀 있는 동안 아버지는 생병이 들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며 흉한 꿈이라도 꿀라치면 온종일 밥 한술 뜨지 못하는 사이 아버지의 지병은 깊어져갔다.
—얘는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왜 뜰에 서 있느냐?
그럼에도 아버지는 단 한 번 나를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를 막거나 꺾지 않았다. 안 된다, 못 한다 하지 않았다. 그저 먼 길을 왔으면 어서 들어와 쉬지 왜 뜰에서 손님같이 서성이냐고 채근했다.      -「쓰라린 슬픔」 중에서

—낭자의 마지막 길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그것이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생전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손이었다. 책장을 넘기거나 붓 잡는 법을 가르칠 때에도 행여 닿을까 스칠까 몸가짐을 조심했다. 그렇게 아껴두었던 손을, 발을, 얼굴을 가만가만 씻는다. 수줍게 봉긋 솟은 젖가슴과 하얀 속살을 산쑥을 삶은 검푸른 물로 차근차근 닦는다. 쓰디쓰고, 쓰라리다. 언젠가 내 가슴으로 품어 안으리라 했던 그 따뜻한 몸을 차갑게 식은 후에야 어루만진다.
정갈한 손발톱은 깎을 것이 없다. 손끝이 여물어 바느질이며 길쌈이며 흠잡을 게 없었다. 처음 만난 날 먹었던 밥의 양을 기억하고 모자랄세라 공기가 비기 전에 덧밥을 얹어내던 눈썰미도 엽렵했다. 버선 속의 발가락이 맥없이 굼실거린다. 여옥이 만들어준 가름솔이 얌전한 버선은 오래 걸어도 발이 편했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한데, 같이 가자던 사람은 더 이상 곁에 없다.    -「아련한 슬픔」 중에서

백범, 거대한 슬픔

보 도 자 료

 

두 번째는 기막히게도 어머니가 동반 자살을 채근하였다. 쓰치다를 죽이고 해주 감옥에서 인천 감옥으로 배를 타고 이송될 때 어머니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얘야, 이제 인천으로 실려 가면 너는 왜놈의 손에 죽게 된다. 왜놈의 손에 죽을 바에야 차라리 나랑 같이 맑은 물에 깨끗이 빠져 죽자. 자식 앞세운 어미가 세상의 무슨 영화를 보겠느냐? 물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지라도 모자가 함께하는 편이 나으리라!
달빛도 없는 여름밤이었다. 천지를 메운 깜깜절벽 속에 일렁이는 물결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제가 왜놈을 죽인 것은 하늘에 사무친 정성으로 한 일입니다. 그것을 굽어 살핀다면 하늘이 반드시 도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거듭 뱃전으로 내 손을 이끌며 재촉하였다.
—너희 아버지와도 벌써 약속했다. 네가 죽는 날을 우리의 제삿날로 삼으리라고.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어머니의 꺽짓손은 장정이 된 내게도 만만찮았다. 어머니의 말씀이 얼김에 홧김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나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어머니, 염려 마셔요. 저는 분명히 죽지 않습니다!   
-「슬픈 밥」 중에서

 

목차

이륙
냉혹한 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슬픈 밥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착륙

작가의 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