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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411701 / 284쪽 / 497g /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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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자유로운 액티브 시니어부부의 동지중해 가족 배낭여행기
좀 거칠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내 별명은 ‘들개’다. 어렸을 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얻은 별칭이다. 덕분에 여름이면 늘 더위를 먹어 특효약이라는 익모초즙을 입에 달고 살았다. 커서 생각하니 그 ‘더위’라는 것은 탈진 증세였다. 꼬마 적에, 나는 매일같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 던지고 개울로 달려가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개울에 가려면 집과 개울 사이의 논둑길을 한참 걸어야 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길을 오가며 놀았으니, 어린아이의 체력으로 감당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땡볕에 돌아다니니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식구들은 나를 깜둥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조금 커서 중학생이 된 후 나의 취미는 독서로 옮겨갔다. 당시 내 독서 목록은 걸리버여행기, 톰소여의 모험, 15소년 표류기, 허클베리핀의 모험, 로빈슨크루소의 모험 따위의 온통 모험 이야기였다. 나는 로빈슨크루소의 무인도 표류 생활이 너무나 부러워 어른이 되면 꼭 무인도에 가서 살아보려고 마음먹었다. 나의 연대표로 본다면, 비록 상상의 세계지만 넓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은 시기이다.
남편은 조용한 사람이고 나는 분주한 사람이다. 우리는 아주 다른 성향을 지녔는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나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나는 무조건 신발부터 신는 사람이고 남편은 모든 계획을 거의 완벽하게 세우고 집을 나서는 사람이다. 아이들 어려서는 토요일마다 당시 막 나온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더 이상 안 따라 다니겠다고 독립선언을 한 후로는 둘이 전국의 산과 들을 찾아 다녔다. 사실 우리나라 유적의 대부분은 산자락에 있지 않은가. 덕분에 우리 나들이는 문화탐방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거기에 걷는 즐거움까지 누리는 완벽한 놀이였다.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도 운신의 폭이 커졌다. 당연히 우리의 놀이터도 확장되고 놀이도 다양해졌다.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은 세계 각 나라의 맥주 맛을 찾아 즐기며 제조법을 포함한 맥주의 모든 것에 흥미를 가졌는데, 작은 맥주 한 병에도 제 자신은 물론 제 나라의 역사까지 들어있어서 그것을 불러내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다고 했다.
한편, 무인도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나의 철부지 적 꿈도 진화하여 작품 속의 배경이나 원형을 찾아보고 싶은 바람이 추가됐다. 이를테면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탄생시킨 영국 요크셔 지방 ‘하워드 마을 방문하기’ 같은 것이다. 작게는 일상의 문화 욕구에서부터, 크게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 지리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경험하는 큰 덩어리의 놀이로 확장되었다.
두 해 전에 다녀온 동유럽 여행의 주제는 ‘음악’이었지만 그것뿐이겠는가. 그들의 다양한 맥주, 아름다운 풍광, 사는 모습, 크게는 동유럽 전체의 역사까지도 우리 여행의 범위였다. 나라 밖이 아니어도 좋다. 봄이면 온 동네에 만발한 봄꽃이 우리를 불러낸다. 먼 곳이 아니어도, 낯선 곳이 아니어도 집 밖은 늘 새로운 세계다.
남편이 올해 안식년을 선포했다. 같은 일을 수십 년 했으니 당연한 결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안 해본 일 중에서, 그 수십 년 해온 일 만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놀이’도 되고 ‘일’도 되는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터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선택지로 오른 것이 여행이다. 그동안 직업 외의 일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일이 그 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일이지만, 그것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능력과 노력이 필수 조건이다. 게다가 우리가 기꺼이 몰입한 시간이 얼마인가. 여행이란 정제된 단어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세상 구경’이 우리의 취미가 아니였던가. 이제 여행이 일거리도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인도, 이스라엘, 동유럽, 히말라야 등 그동안 다녀온 곳의 이야기를 적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여행 목적지가 정해지면 논문을 써도 될 만큼 공부를 많이 한다. 사실 아무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책으로 남기면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이런 사연으로 불려나온 것이 내 ‘지중해 여행기’다. 오래전에 가족이 함께 다녀온 지중해 연안 세 나라의 여행 감상문이다. 어찌 해보려는 욕심도 없이 그저 새로운 세상에서 느낀 감동을 기억하려고
출판사 리뷰
도서출판 인디라이프, 액티브 시니어의 세계 자유여행 시리즈 출간
‘인디 부부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오래된 그이터’ 출간
도서출판 인디라이프는 창립기념 기획 출판물인 ‘인디 부부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안정옥 작가의 ‘오래된 그이터’를 출간하였다.
‘인디 부부’란 저자가 동갑내기 남편과 자신을 일러 부르는 호칭으로 저자의 남편은 이번에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이스라엘 기행’을 동시에 출간한 홍은표 작가이다. ‘인디 부부’의 의미에는 60 이후의 삶도 전과 같이 열정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이 들어있다고 한다.
‘인디 부부’에게 여행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요한 삶의 변환점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이들 부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배낭을 꾸려 집을 떠나는 것이다. ‘오래된 그이터’도 그중 한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20여 년 전 저자의 남편이 잘 다니던 대기업을 갑자기 그만두었을 때 부부는 먹고살 궁리에 앞서 학기 중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때 돌아본 곳이 터키, 그리스, 이집트 땅이다. 그곳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니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선택한 여행지라고 한다. 저자가 그 여행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책 속에서, 넓고 큰 세상의 경이로움과 함께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오래된’ 이야기라고 부르는 여행기를 세상에 내놓는 까닭은 이들 부부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디 부부’는 이 출발점이야말로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신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대신 자신감과 여유를 준다는 것을 기억하며 부부의 꿈인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부부는 물론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 경험을 엮어내는 출판 사업도 함께 열어 제 힘으로 부부의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그이터’는 그리스, 이집트 그리고 터키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있던 곳, 즉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와 언제 어디서든 피붙이처럼 반갑던 한국인 여행자들과의 조우, 그리고 한 달간 동고동락한 가족의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모든 그리움을 담아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 여행 이후에도 저자 부부는 틈틈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였고, 이 이야기들도 계속 책으로 엮어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중년, 액티브시니어 부부의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여행을 떠나며
내가 어려서 살던 곳은 조그만 읍내였다. 그래도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였던지 차부라고 부르던 버스 터미널은 늘 많은 버스로 북적거렸다. 홍천, 강릉, 속초, 춘천, 서울, 버스 앞에 붙어 있던 글씨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열 살이 넘도록 버스를 타 본 일이 없던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언제나 가방을 멘 채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버스 꽁무니에서 붕붕거리며 나오는 하얀 연기의 냄새를 맡으며 타고 내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스가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나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바라다보았다. 아마도 긴 한숨과 함께 돌아서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그 꼬마가 들어있는 풍경을 지금도 그림처럼 기억하고 있다.
우리 집 식탁 옆 벽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붙어있다. 어느 날인가 남편이 붙여 놓았다. 덕분에 뉴스에 나오는 세계 곳곳의 일을 우리동네 일처럼 짚어가며 이야기 하고, 세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일도 지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니,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로마, 그리스…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들이 입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우리 가족은 세계여행을 꿈꾸게 된다. 저녁이면 남편과 맥주 한잔을 앞에 놓고 밤늦도록 세계 여러 나라의 골목을 누비며 노는 재미는, 정말이지 우리에게 도끼가 있었다면 ‘도낏자루’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 꿈이 어디 그리 만만한 꿈인가.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늘 자기 일을 하고 싶다던 남편이 드디어 사표를 낸 것이다. 오랜 직장생활의 마감으로 새로운 세계에 직면한 우리는, 앞날에 대해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맞이해야 했다. 엄습해 오는 불안, 그러나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앞날을 생각해보는 여유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여행, 여행은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아이들의 시험이 끝나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 사이의 유럽여행, 이렇게 크게 정해놓고 그다음 사항을 차례차례 짚어갔다. 나와 딸은 서유럽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쪽의 기후가 별로 좋지 않은 시기라고 해서 비교적 따뜻한 지중해 연안의 나라인 터키, 그리스, 이집트 이렇게 세 나라를 가기로 했다. 기후도 고려되었지만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낼 수 있는 이 시점에 가장 적당한 지역이라고 생각되었다. 여행 준비로 제일 먼저 항공권을 예약했다. 좀 짧은 듯한 준비 기간, 한 달이지만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기에 조급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었다. 기후를 고려한 옷가지와 편안한 신발 그리고 의약품에 신경을 쓰고 배낭여행인 점을 생각해 가능하면 짐을 줄이려 애썼다.
남편은 식구들에게 터키 그리스 이집트의 가이드북과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을 것을 숙제로 내주었다. 그리고 각 나라에서의 여행지를 정하고 교통수단과 시간표를 참고하여 일정을 짜고 정리하여 프린트하여 두었다. 호텔도 인터넷을 통하여 예약하고 서류를 프린트하여 가져갔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저녁마다 머리를 맞대고 정해진 스케줄대로 지도를 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대해 환호하고 나는 그리스의 신전 이야기를 할 때 마냥 꿈에 부풀었다. 지도는 마법의 나라가 되어 우리 모두를 넓고 넓은 세계로 이끌었다.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떠나기 전날, 함께 모여 무사한 여행이 되기를 기원하며 건배했다. 남편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관용을 배우는 것이라고 당부한다. 남이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렇게 더불어 사는 것을 넓은 세상을 보며 배워 오자고 말한다. 아이들이 잠든 후 우리는 유언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몇 자 적어놓았다. 멀고 긴 여정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행한 일을 염두에 두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며 떠나는 가족 여행이지만” 하며 적어 내려간다.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모든 것을 어느 단체에 기증해 줄 것을 남은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글이다. 숙연한 마음이 된다. 먼 길 떠나는 마음에 두려움과 설레임이 같이 얹힌다.
옛날 옛적에 책가방을 멘 채 정거장에서 한숨짓던 어린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환상의 도시, 이스탄불
12시간을 날아 도착한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다. 나는 터키가 후진국일 것이라는 생각을 몇 조각이라도 마음에 담고 왔나 보다. 이즈음의 터키는 몹시 춥다고 들었는데 예상보다 포근한 날씨가 낯선 곳의 첫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공항을 나서니 ‘안드 호텔’에서 마중 나온 아저씨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터키에서 만난 첫 번째 사람들이다.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살짝 콧수염을 기르고, 긴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바지는 주름을 많이 넣어 끝을 오므린’ 그동안 책에서 본 그들의 전통의상이라도 기대한 것일까. 우리를 마중 나온 아저씨 두 분은 뜻밖에도 말쑥한 유럽신사다. ‘두상이 작고, 코가 크고, 흰 피부에 양복을 입은’ 아! 나는 터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터무니 없는 상상이 나를 웃음짓게 한다.
아저씨의 작은 차 뒷자리에 네 사람이 앉아서 오려니 아이들이 좁다고 난리다. 5시경에 ‘술탄 아흐메드’ 구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우리의 아지트가 될 안드호텔, 왠지 낯설지가 않다. 저녁을 먹으러 호텔을 나서는데 어느새 어두워진 밤거리가 불안하다. 골목 카페의 모퉁이에서 말쑥하게 차려입은 청년과 마주쳤다. 레스토랑 삐끼다. 청년이 메뉴판을 펴고 설명하려는 순간 재빨리 걸어서 자리를 피했다. 여행 가기 전에 가이드 북에서 읽은 ‘삐끼를 주의 하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뒤에서 시몬이 부른다. 얼른 오지 않고 잡혔구나 싶었는데 되려 한마디 한다. “그렇게 겁낼 것 없어 좋은 사람들이야.”
청년이 말귀를 알아들은 양 생글거리며 우리를 레스토랑으로 안내하는데 좀 무안하다. 엉겁결에 따라 들어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이 그림같이 예쁘다. 테이블 마다 놓인 주황색의 호롱불이 작은 식당 안을 아늑하게 밝혀주고, 넝쿨을 타고 올라온 장미꽃이 조그만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베지타블 케밥과 양고기 케밥을 먹으며 그들의 맥주 ‘에페스’로 건배했다. 음식에서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향신료의 냄새가 난다. 이국의 냄새다. 시몬이 그렇게도 꿈꾸던 여행이 시작되었으니 좀 어렵고 힘들어도 잘 견딜 것을 당부한다. 지원이도 좋다고 재잘거리고 성인이도 달덩이 같은 얼굴에 기대가 가득하다.
애플티까지 마시고 나오니 거리는 완전히 어둠에 덮여 있다. 길 하나를 건너 광장으로 들어섰다. 밑에서 쏘아 올린 조명을 받은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가 환상적인 자태로 먼 나라에서 온 손님을 감동시킨다.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지금 비잔틴 제국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이스탄불에서 콘스탄티노플을 찾다
새벽같이 일어나 산책하러 나가자고 조르니 시몬이 졸려서 싫다고 한다. 지원이와 함께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도 쓰고 단단히 채비하고 나서니 시몬이 집 잘 찾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쌀쌀한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큰 거리, 작은 거리를 천천히 걷는다. 이곳은 국제적인 관광도시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가 지저분할 법도 한데 도시는 어느새 아침 단장을 마치고 손님을 맞는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를 중심으로 고도의 그윽한 아름다움이 거리마다 배어있다. 광장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오신 손님이 있다. 아니, 터줏대감이시다. 비둘기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먹이를 찾고 있다. 한가로운 아침 풍경이다.
시몬이 콘티넨털식이라고 설명해주는 호텔의 아침 뷔페에서 특별한 맛의 치즈를 만났다. 뭉글뭉글한 하얀 알갱이가 성기게 뭉쳐있는 모양새가 꼭 우리나라 시골 손두부처럼 생겼는데 맛은 아주 딴판이다. 떫고 시큼하다. 신맛이 강해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치즈 위에 잼을 발라 빵과 함께 먹으니 상큼한 맛이 난다. 손님 모두가 접시에 그 치즈부터 담뿍 담는 걸 보니 이 사람들에게는 우리네 김치만큼이나 익숙한 음식인가 보다.
넓지 않은 식당의 양쪽 벽에는 이 지역의 전통문화와 생활양식을 나타내는 사진과 그림이 빼곡히 걸려있고, 벽 아래 선반에는 이들 특유의 철제 주전자와 도자기, 물담배 따위의 소소한 물건이 놓여있다. 세련된 멋과 함께 이국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아침을 먹고 이스탄불 관광에 나선다. 숙소가 올드이스탄불의 중심지역에 있으니 편리하다. 잠깐 걸으니 블루모스크다. 블루모스크는 술탄 아흐메드 1세가 1610년에 세운 이슬람 사원으로 웅장함과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머리 위로 아득히 보이는 천장 네 개의 돔이 위용을 뽐내며 방문객들과 눈을 맞추어 준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 평면도 아닌 둥근 돔 속에 들어있는 우아하고 화려한 문양이 감탄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방의 벽면은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데 푸른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 사원을 블루모스크라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꽃잎과 이파리 문양의 푸른색 타일이 조화롭다. 그 덕분일까, 웅장한 모스크의 실내에는 신비함이 감돈다.
이렇게 큰 사원 어디에도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으로 된 문양이 없다. 이슬람에서는 형상 자체를 우상숭배라고 여기는 까닭에 모든 장식은 꽃과 이파리 등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표현한 아라베스크 일색이다. 아들이 엄마에게 조곤조곤 일러준 말이다. 바닥은 모두 양탄자로 덮여있다. 한쪽에 제단이 있고 돔 중앙 원형의 구조물에 수백 개의 전등이 달려있다. 저 등에 모두 불이 밝혀지면 얼마나 장관일까.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저자의 말
터키
여행을 떠나며
환상의 도시, 이스탄불
이스탄불에서 콘스탄티노플을 찾다
문명의 경계, 보스포러스 해협
히타이트의 도시, 앙카라
카파도키아의 땅속 세상
요정의 마을, 괴레메
지중해의 낙원, 안탈리아
목화의 성, 파묵칼레
아르테미스 여신의 도시, 에페스
에페스에서 로마를 보다
터키식 터키탕, 하맘 이야기
다시 이스탄불로
그리스
신화와 이성의 교차로, 아테네
아테네의 엘비스프레슬리
아크로폴리스, 소원을 말해봐
아테네를 소요하다
세계의 배꼽, 델포이
델포이에서 신탁을 사다
델포이 산골마을
코린트, 바람난 도시
제우스의 전당, 올림피아
올림피아 마을
올림피아 제전
아가멤논의 성, 미케네
미케네 가는 길
미케네 유적과 일렉트라의 복수
이집트
태양의 도시, 카이로
첫 인상, 가난한 귀부인
투탕카멘의 거처, 카이로 국립박물관
카오스 카이로
영원한 불가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태양으로 떠나는 선착장, 사카라의 피라미드
설화석고로 남은 람세스, 멤피스의 스핑크스
신의 지문, 기제의 피라미드
고독한 수호자, 스핑크스
현존하는 과거, 올드 카이로
사막 먼지의 도시
살라딘의 성, 시타델
원시 기독교의 모습 그대로인 콥트교회
라마단의 바자르
대신전의 도시, 룩소르
열주에 새긴 염원, 카르낙 신전
룩소르 마을
오펫의 향연, 나일강의 팔루카
죽은 자들의 도시, 왕가의 골짜기
홍해의 휴양도시, 후루가다
모세가 지나간 동이집트 사막
다이버의 천국, 후루가다
여정을 바꿔 다시 카이로로
클레오파트라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사막의 성자, 마카리우스 수도원
지중해의 진주, 알렉산드리아
여행의 끝자락에서
세 번째 이스탄불
이스탄불, 떠나려니 더욱 아름다워
여행을 마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