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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5574 / 84쪽 / 134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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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눈이 부시다 셀 수 없는데도 부족하다” 『반과거』 속 연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 시인이 “죽은 새와 바람이 서로의 나무가 되어갔다”(「연인」)라고 적을 때, 우리는 그저 두 존재가 만나서 하나로 얽히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다. “죽은 새”는 생명을 잃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고 “바람”은 형체가 없다는 점에서 태생적 결핍을 지니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의 나무”가 되어가는 상보적 이미지는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하나도 위태로워지는 관계, 즉 필연적 “연인”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왜 당신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을 때까지 보고 싶은 걸까요 ('맹목' 중에서/ p. 19) 주의 깊게 살필 점은 장승리가 묘사하는 연인들이 실천하는 사랑의 형식이다. 「맹목」에서 나는 눈앞의 당신이 아니라 보고 싶지 않은 순간의 당신, 볼 수 없는 당신을 보고자 한다. 심지어 그 소망은 보고 싶음이 모든 가능성을 실현할 때까지, 아마도 무한의 기간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불가능으로 가능을 꿈꾸는 이 모순의 형식은 실상 부재하는 너를 향한 나의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너는 처음 본 절벽 떨어지는 내내 너와 눈 마주칠 수 있다니 ('생의 한가운데' 중에서) 왜냐하면 시인에게 너는 대지가 아니라 “절벽”이기 때문이다. 너는 발붙일 곳 없어 추락하는 순간에만, 장소가 사라진 장소에서만 비로소 “눈 마주칠 수 있”는 대상이다. 이처럼 장승리는 결핍의 형식으로만 충족이 가능한 ‘너’를 끊임없이 호출한다. 이것은 너와 나, 즉 우리의 연결 상태를 거듭 확인하려는 안간힘일 것이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감정적 깊이를 배가시키는 장승리식 사랑의 문법이기도 할 것이다. “너와 시선이 마주친다 영원이 연모하는 이 순간” 『반과거』에서 너를 불러내는 부재의 공간은 텅 빈 공중이 아니라 ‘무엇인가 일어날 수 있는 지점’에 가깝다. 시인은 이 영역에서 ‘무엇’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일어남’이라는 동사에 주목한다. 너에게 보내는 편지에 왜 내가 답장을 해야 하는지 너에게 받지 못한 답장을 내게 받는 매일매일 해를 향해 뒤로 걷는 나는 너에게 답장이 아닌 것을 받고 싶었다 너무 많은 nothing이라는 답장을 또 받았다 ('너무 많은 nothing' 중에서) 어쩌면 시인에게 사랑은 “너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가 답장”하는 행위의 반복일지 모른다. 이러한 재귀적 운동을 통해서나마, 무용해 보이지만 부단히 발생되는 사건을 통해서나마 가리킬 수 있는 대상으로서 네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흙을 닦는다 없는 얼굴이 없었던 얼굴이 되도록 없었던 얼굴이 깨끗한 얼굴이 되도록 ('꽃다운 나이' 중에서) 그렇지만 “없었던 얼굴”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깨끗한 얼굴”이 되는 순간은, 내가 너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명징하되 짧다. 그것은 “한 번/눈꺼풀을 깜박이는 사이/네 옆이 내 앞”('반과거' 중에서/ p.60)에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시인에게 이 순간은 “거울을 뚫고 나온 구멍이/나를 메우는 순간”(「그 후」)처럼 생의 이유이기도 하다. 찰나이지만 영원에 가깝고, 공허하지만 충만함을 일깨우는 마주침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과거』를 통해 상대를 눈앞에 둔 사랑이 아니라 부재로써 끊임없이 현존하는 사랑, 만날 수 없기에 어쩌면 영원히 만날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장승리(지은이)의 말
네가 내게 온 건 어제 일 같고,
네가 나를 떠난 건 아주 오래전 일 같다.
2019년 7월
삶이 사랑을 방해한다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데
어디에서 너를 찾아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 심정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신의 결혼식」 부분
세 장의 낙엽으로 분해되어
꿈 밖으로 떨어진다
밖은 춥고 그 밖은 더 춥고
안은 없고 그 안은 더 없고
슬픈 집들은 성처럼 보인다
―「나방」
표적이 화살보다 늦게 도착하는 곳
그곳의 모든 나무는 부재중이었다
―「열정」
죽은 새는 하늘로 떨어진대
그래서 하늘이 떨어지지 않는 거래
―「빛」
[뒤표지 글]
새소리로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을 구별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시인의 말
유월/고라니/하나/그 후/폭식/에덴의 서쪽/좁은 문/합창/거미줄/화요일/맹목/맹목/신의 결혼식/직각의 바다/나방/나방/투우/생의 한가운데/나/나/더 많은 nothing/고도 애도/물새/문은 시작한다/전쟁과 평화/열정/선물/자기만의 방/한여름 밤의 인테리어/가설/풍향계/눈사람/꽃다운 나이/호위병들/불투명 인간/달콤한 인생/1308호실/환상곡/환상곡/환상곡/환상곡/연인/디테일/이 세상에는 오직 새밖에 없다는 듯이/이 세상에는 오직 새밖에 없다는 듯이/빛/술래/반과거/반과거
해설
사랑의 문법과 이진법 우주 ? 권혁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