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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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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 19,800
- 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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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00
출판사 리뷰
표제작인 「모리화」는 중문과 교수인 나의 제자 미연의 어머니 경이라는 여자의 사랑과 일생을 그리면서 나의 사랑도 중의적으로 그린다. 사별한 나의 아내와 너무나 닮은 경은 처녀시절 아름다운 나라 타이완에서 온 멋쟁이 마도로스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가진다. 양쪽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해 타이완에서 딸 미연이를 낳아 살지만 시댁의 냉대와 외로움에 시달리다 결국 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비록 한국에서 성장 했지만 유모가 불러주는 모리화를 잊지 못하는 미연은 나의 주선으로 타이완의 주소를 확인하고 아버지를 찾아가 고모를 비롯한 일가들을 만난다. 대학교를 졸업한 미연은 결국 타이완 아버지 곁으로 가고, 내가 사랑을 느낀 경은 지리산 기슭에서 집을 장만해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고 내려간다. 모리화 노래에 얽힌 애달픈 사연이 읽는 내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언약괘」는 회사의 감원조치로 직장을 그만 둔 나는 1년여 동안 여의도 강변을 맴돌며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이따금 나가곤 한다. 어느 날 다리 위에서 아내가 투신자살 했다는 사내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듣고 다시는 여의도 둔치에 나오지 않고, 교회에도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아내를 투신자살 하게 만든 사내의 사연의 운명과, 관계의 필연성이 지닌 복잡미묘한 인간심리를 손에 잡힐 듯이 그리고 있다. 중편 「찔레꽃 필 무렵」은 역사를 소설로 풀어내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6·25때 아버지가 온몸에 총상을 입고 죽은 모습을 보고 실성을 한 동철 형의 부음을 들은 나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이 진행형인가 싶어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내가 태어난 산골마을은 30호쯤 되는 가구가 모두 같은 성바지로 살아가는 친척이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나는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형과 살다가 여덟 살에 전쟁을 겪는다. 일제 강점기에 보통학교를 나온 아버지는 전쟁이 일어난 후 돌연히 사라진다. 그 얼마 후 부터 빨치산이라고 불리는 산사람들이 밤이면 심심찮게 동네에 내려와 식량을 구하러 다녔는데, 행방이 묘연했던 아버지가 빨치산이 되어 나타나 우리 형제들을 놀라게 한다. 유난히 아버지를 따랐던 동철 형은 빨치산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보조원이 된다. 내가 열한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지서로 잡혀왔고, 빨치산들은 백아산 게릴라 사상총책인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지서를 습격하지만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사살된다. 경찰에게 얻어맞으면서도 한사코 지서 안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시체를 확인한 동철 형은 실성해버린다. 논둑의 하얀 찔레꽃이 밭 밑에서 맴돌이치고 떠다니는 초여름 무렵이다. 그 후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둔 동철 형은 멀쩡하다가도 아버지가 처참하게 죽은 찔레꽃 필 무렵인 초여름이면 실성기가 도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버지 제삿날 ‘한손에는 찔레꽃을 한 가지 꺾어들고, 한 손에는 삘기를 뽑아 들고’ 산으로 들어가더니 절벽에서 떨어진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 소설에서는 밤이면 마을에 내려오는 빨치산들의 묘사가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구체적이면서도 너무 생생하게 증언하고, 전쟁이 인간들에게 끼치는 유·무형의 영향을 심도 있게 조망하고 있다. 「만복이」는 당촌아짐의 딸, 나이가 스물한 살이지만 지능은 다섯 살밖에 안 되는 장애 3등급 만복이의 애잔한 삶과 그녀가 낳은 딸 순덕이의 출생 비밀이 기묘한 울림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산당」은 조실부모하고 동생과 단 둘이 남겨진 종만이의 신산한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그가 세상의 산을 떠돌며 신당을 짓고 염원하는 인간세계 너머의 세상은 무엇인가 하는 작가의 천착이 돋보인다. 사랑열차는 일종의 SF소설로 인간 세상에 섞여 살고 있는 여우와 인간의 사랑을 통해, 인간과 여우가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쑥부쟁이 언덕」은 내 어린 시절의 한 단면을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같이 정갈하고도 담백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죽어 쑥부쟁이 언덕에 묻힌 순애에 대한 화자의 회한이 쑥부쟁이 꽃처럼 짙은 여운으로 피어나고 있다. 「윤리학 강의」는 불치병으로 6개월을 넘기기 힘든 대학생 승호가 ‘이왕 죽으려면 좋은 일을 하나 하고 죽으면 어때? 이 사회에는 악이 존재하거든, 그 악의 종기를 하나 제거하고 죽으면 어떨까? 훨씬 건설적이지’ 않느냐는 윤리학 교수의 말을 좇아 온갖 비리의 축소판인 대학총장 김만수를 응징하려는 모습을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화자의 절박한 목소리와 행동으로 긴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1928년 대만에서 일본의 황족인 구니노미야 육군대장을 칼로 찌른 독립운동가 조명하의 삶을 그린 「이국의 북극성」은 그 누구보다도 조국을 사랑한 독립운동가 조용하의 일생을 강렬하게 그리면서도 인간의 품격, 그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데모를 하다가 최류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여대생과 교수의 사랑을 다룬 「금강초롱」은 지난 시대의 삽화로 읽힌다. 구양근 작가의 소설집 『모리화』에는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진 소설이 어우러져 강렬하게 뿜어내는 향기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작가의 말
나는 공직생활을 끝내고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서슴없이 결정을 내렸다. 내가 그처럼 갈망하던 소설을 써야 한다고. 나는 이제껏 작가의 뒤만 따라다니며 그들의 창작기법이나 사상을 연구하는데 생을 바쳤으나, 이제부터는 내가 작가가 되어 남이 나의 뒤를 따라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일단 10편의 단편소설만 골라 실었다. 어떤 것은 나를 연상케 하는 내용도 있고, 어떤 것은 SF소설도 있으나 모두 순수창작임을 밝혀둔다. 역사물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역사소설이 대개 칠실삼허임을 감안하여 허구 3할을 섞어 쓴 팩션이다.
더 걸어 들어가다가 미연이는 소스라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온 마을이 환해질 정도로 활짝 핀 당산나무만한 봉황수 꽃이 미연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봉황화는 분명히 미연이가 보고 손뼉을 치고 좋아했던 꽃이다. 타이완은 유별나게 꽃을 피우는 나무가 많다. 그 중 봉황수는 거대한 고목나무에 하늘 가득히 흐드러지게 황금빛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봉황화는 미연이를 보며 춤을 추자는 듯 미풍에 가벼운 스텝을 밟고 있었다. 미연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웬일인가. 어디서 조용히 노랫소리가 들린다.
하오이뚜오 메이리디 모리화
하오이뚜오 메이리디 모리화
펀팡……(「모리화」 중에서)
전경 세 사람이 두 명의 빨치산을 잡아 오고 있었다. 착검 된 전경의 엠완 소총이 바로 빨치산의 등을 겨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앞에 걷고 있는 두 명의 빨치산 중, 한 명은 상관인 듯 나이가 들어 보였고 한 명은 부하인 듯싶었다. 부하인 듯한 어린 병사는 겁에 질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런데 상관인 듯싶은 사람은 덩치도 더 크고 도리우치를 썼는데 늠름하기가 태산과 같았다. 우리 앞을 지날 때는 얼굴에 엷은 미소까지 띠면서 가벼운 목례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앗!” 하는 소리가 그만 입 밖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전교생이 모두 나를 보았고 선생님들도 나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 빨치산 상관이란 사람은 바로 아버지가 아닌가.
“아버지!”(「찔레꽃 필 무렵」 중에서)
종만이는 부모라도 만난 듯,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산신령님이 자기를 아직도 인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모든 원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종만이가 수련하는 정진법 중에서 가장 신나는 것이 바로 산신령님이 자기의 뺨을 때려준 것이다. 그는 오른쪽 뺨을 맞고 왼쪽으로 끝없이 걸어간다. 다시 왼쪽 뺨을 맞고 오른쪽으로 한없이 걸어간다. 이마를 치면 뒤로, 뒤통수를 치면 앞으로 가는 것이다.(「산 당」 중에서)
“지금 인간 세상에는 많은 여우들이 섞여 살고 있다. 여우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둔갑학교에 입학해서 3년간 교육을 받고 둔갑술과 인간 세상의 적응훈련을 받아서 인간으로 둔갑을 하는 것이다. 너희 할아버지는 둔갑학교의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네가 태어나면서부터 하도 예쁘고 머리가 영리하여 둔갑학교에 보내겠다고 교장 선생님에게 약속을 하셨다지 뭐냐. 둔갑해서 인간으로 사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 둔갑을 하면 천세까지도 살 수가 있단다. 교장 선생님은 지금 923세이시고 너희 할아버지는 845세에 돌아가셨다.”(「사랑열차」 중에서)
나는 나무 뒤에 숨어서 보고 있다가 멀찌감치 순애를 지고 가는 지게 행렬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순애와 내가 걷던 그 길을 따라서 가고 있었다. 그 길은 어쩌면 그때와 똑같이 코스모스가 만발하고 누런 벼가 바람에 어지럽게 파도치고 있었다. 빨간 과꽃이며 주홍빛 꽈리도 그대로 피어 있고 달리아도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순애를 지고 가는 행렬은 시종 말이 없었다.(「쑥부쟁이 언덕」 중에서)
승호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자기가 뜻을 세운 것은 사회의 큰 종기 하나를 제거하기 위하여 김만수를 죽이려 했던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조무래기 깡패 하나를 만나 대세를 망쳤다는 것을 알고 후회막급이었다. 이제라도 김만수를 처단하여야 한다. 승호는 칼을 뽑아들고 비틀거리며 김만수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윤리학 강의」 중에서)
순간, 조명하는 연도의 인파를 헤치고 차도로 번개처럼 뛰어나갔다. 동시에 구니노미야의 무개차로 단숨에 튀어 올라 단도로 목을 향해 힘껏 질렀다. 그런데 이를 어찌하랴! 혼비백산한 구니노미야는 순간적으로 여우처럼 몸을 피하였고, 칼은 구니노미야의 왼쪽 목줄기와 어깨에 찰과상만 내고 지나갔다. 동승한 오누마 무관장과 히에시마 무관이 조명하에게 덤벼들어 육박전이 벌어졌고 구니노니야까지 합세하였다.
운전사는 비상사태를 감지하고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고 조명하는 세 명이 밀어내는 힘에 의하여 차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조명하는 다시 번개처럼 일어나서 전속력으로 무개차를 따라잡으며 단도를 던졌다. 단도는 정통으로 구니노미야를 향해 날아갔으나 다시 교활하게 몸을 피하는 바람에 운전사의 왼쪽 등을 스치고 날아가고 말았다. 이제 다시 추적할 수 없음을 깨달은 조명하는 장승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긴 차의 행렬은 질주하듯이 모두 달아나고 조명하 곁에는 구름처럼 군중이 에워쌌다.(「이국의 북극성」 중에서)
모리화
언약궤
찔레꽃 필 무렵
만복이
산 당
사랑열차
쑥부쟁이 언덕
윤리학 강의
이국의 북극성
금강초롱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