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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4621158 / 400쪽 / 570g / 153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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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공부하라! 한국에서는 역사를 국사와 세계사로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역사’인 국사는 역사의 ‘왕관보석(crown jewel)’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지만, 세계사는 자국 역사와 연관성이 미약한 ‘타자의 역사’로 인식되어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대 입시에서 3%의 수험자만이 세계사를 수험 과목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인문학 붐 속에서도 세계사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 하나. 역사를 자신의 역사와 타자의 역사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 책에 의하면 답은 ‘아니오’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저자는 외교관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고립되고 폐쇄적인 역사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인력(引力)과 반발력이 상호 작용하는 양방향의 진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편에 걸쳐 자신의 주장을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역사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일종의 가상 체험 교재(敎材)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 걸친 한 세기 동안 생각보다 강한 변화의 추동력을 동반한 농밀한 이문명 간 교류가 일본 땅을 무대로 펼쳐졌다고 주장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유럽 간 교류의 연원과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고, 당시 조선에는 누락된 유럽의 동아시아 진출 역사를 일본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신선하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일본은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나라’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피상적이나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근세 초기 일본과 유럽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하는 다채로운 역사적 사건과 그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망하는 배경 설명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서구는 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럽이 일본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유럽의 역사를 압축하여 살펴본 점이다. 저자는 일본-유럽 교류사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조망하기 위해서는 ‘유럽은 왜 일본에 왔는가’, 그리고 ‘유럽은 어떻게 일본에 올 수 있었는가’라는 근원적 의문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00년에 이르는 유럽 역사를 축약하면서 저자는 결과가 아니라 동기와 과정에 서사의 강조점을 둔다. 저자는 중세 후기까지 대등한 수준이었던 동아시아 문명과 유럽 문명이 분기한 것은 문명의 ‘수준’이 아니라 ‘욕망’의 차이였다고 주장한다. 즉 동아시아는 서방 진출에 흥미가 없었지만, 유럽은 어떠한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동방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있었으며, 이러한 욕망의 차이가 두 문명이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진행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동방 진출을 견인한 동기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빗대어 ‘료料, 금金, 신神’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발상이 흥미롭다. 대항해시대라는 인류 문명사의 일대 전환이 유럽에서 촉발된 과정을 근대 유럽 문명의 요체인 각종 기술적·도구적 성취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도 이 책의 서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하고 있다. 100여 쪽에 유럽 문명사 전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유럽의 역사를 대항해시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하거나, 마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듯 텍스트가 이미지화되어 정보가 처리되는 인상을 주는 서사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젊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교양서를 쓰고자 했다는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외교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자각이 바탕이 되어 형성된 탓인지 책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역사관은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잔인하리만치 냉엄했던 국가관계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과연 현대 국제사회는 그러한 속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의 하나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망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의 원리와 과정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의 희망이 흥미로운 소재와 흡입력 있는 문체에 잘 배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책머리에
제1부 유럽이 동쪽으로 간 까닭
제1장 환상의 황금섬
제2장 료料: 향신료의 자극적인 유혹
제3장 금金: 황금 보기를 돈같이 한 문명
제4장 신神(상): 기독교의 절대사명
제5장 신神(하): 성전聖戰의 종교
제6장 성전기사단과 포르투갈
제7장 항해왕 엔히크
제8장 대항해시대의 서막
제9장 인도로 가는 길
제2부 유럽과 일본의 만남
제10장 다네가시마의 뎃포 전래
제11장 뎃포가 운명을 바꾼 두 전투
제12장 뎃포 전력화의 비결: 전략적 아웃소싱
제13장 동아시아의 팩토리
제14장 순교의 나라
제15장 항구의 나라
제16장 국제무역항 나가사키
제3부 새로운 시대와 쇄국
제17장 포르투갈 독점의 종언
제18장 해양강국 네덜란드
제19장 자본주의의 탄생
제20장 자본주의와 유대인
제21장 데우스호 폭침 사건
제22장 풍운아 로드리게스 신부
제23장 격동의 동아시아 바다
제24장 일본 무역을 둘러싼 각축전
제25장 통일 일본과 쇄국체제의 완성
도판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