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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하는 시간

라이너 쿤체 저 | 전영애, 박세인 역 | 봄날의책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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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372630 / 116쪽 / 192g / 12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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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라이너 쿤체(Reiner Kunze),
동독 정보부가 작성한 자료 3,500쪽을 정리한 『파일명 '서정시'』의 주인공이자,
횔덜린 상, 트라클 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자,
시집 출간 며칠 만에 1쇄 2,000부가 소진되고, 두 달 만에 3쇄를 찍은,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
라이너 쿤체 시인은 한시대의 문제를 올곧고도 섬세하게, 더없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증언하며, 모든 생명 있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대변하는 우리 시대의 시인, 시인 외에 달리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
쿤체 시인의 2018년 신작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 die stunde mit dir selbst 』은 특유의 간결한 시구에 삶의 깊이와 성찰의 무게가 더해져 한층 깊고 절절해진 시 43편을 담고 있다.

*
그중 「뒤처진 새」는 독일어 시집에는 없는, 쿤체 시인이 한국의 독자들을 위하여 새로 지은 시이다.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진 새」 전문)

*
그리고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몇 편의 시들.

「나와 마주하는 시간」

검은 날개 달고 날아가버렸다, 붉은 까치밥 열매들
잎들에게 남은 날들은 헤아려져 있다

인류는 이메일을 쓰고

너는 말을 찾고 있구나, 네가 더는 모르겠는 말,
없다는 것만 알 뿐인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내 유년의 곡식 밭에서
밀은 여전히 밀이고, 호밀은 여전히 호밀이던 때,

추수를 끝낸 빈 밭에서
나는 주웠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을

그리고 낱말들을

낱말들은 까끄라기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다

「우리 나이」

우리 나이
굽히기가 어려워지는 나이,
하지만 쉬워지지
숙이기는

우리 나이
놀라움이 커지는 나이

우리 나이
믿음에는 잡히지 않으며
태초에 있었던 말씀은 존중하는 나이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
죽음이

깨어 나는 누워 있다
저녁노을과 아침노을 사이에서
어둠에 익숙해지려고

아직은 동터온다,
새날이

하지만 나는 말한다, 더는
말할 수 없어지기 전에
잘들 있어!

고목나무들 앞에서는 절하고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나 대신 인사해주길

저자 소개

  • 저자 : 라이너 쿤체
저자 : 라이너 쿤체
1933년 구동독 욀스니츠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철학과 언론학을 전공했으며 강의도 맡았다. 정치적 이유로 학문을 중단하고 자물쇠공 보조로 일하다가 1962년부터 시인으로 활동했다. 1976년 동독작가동맹에서 제명당하여 1977년 서독으로 넘어왔다. 서독으로 온 후 파사우 근처의 작은 마을 에를라우에 정착하여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 시집으로 『푸른 소인이 찍힌 편지』, 『민감한 길』, 『방의 음도(音度)』, 『자신의 희망에 부쳐』, 『누구나의 단 하나뿐인 삶』이 있고, 산문집 『참 아름다운 날들』과 동독 정보부가 시인에 대해 작성한 자료 3500쪽을 정리한 『파일명 ‘서정시’』, 그리고 『사자 레오폴드』, 『잠이 잠자러 눕는 곳』, 『꿀벌은 바다 위에서 무얼 하나』 같은 동화와 동시집이 있다.

역자 : 전영애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 재직하였다. 여주에 ‘여백서원’을 세워 지키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이다. 저서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독일의 현대문학: 분단과 통일의 성찰』, 『서.동 시집 연구』, 『시인의 집』 등이 있고, 번역서로 헤세의 『데미안』,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 『괴테 시 전집』, 『괴테 서?동 시집』 등이 있다.박세인 (옮긴이)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독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비교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현재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교(UC Santa Cruz) 문학과 방문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사논문 『Genealogies of Lumpen: Waste, Humans, Lives from Heine to Benjamin』을 출간했으며 여러 권의 번역 작업에 참여하였다.

목차

Ⅰ
흩어진 달력종이
8월 은유
구름 없는 흰 하늘
뒤처진 새
혹서(酷暑)
종말의 징후
심상찮은 파사우
세기의 강설(降雪)
영원한 삶이 있다는 강변
로렌부르크의 파이프오르간

Ⅱ
헬싱키, 여명에 사라지며
항구가 내다보이는 포르투에서의 장례
우크라이나의 밤
젊은 젤마 메어바움-아이징어 시인을 위한 묘비명
파울 첼란 기념비
체르노비치
반역자의 특권
혁명 시
도둑 노래

Ⅲ
나와 마주하는 시간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인간에게 부치는 작은 아가(雅歌)
시인에게 요구하지 말라
너는 누구길래, 시인아
로버트 그레이가 쓴다, 시 「어스름」을

Ⅳ
인간이라는 존재
밤에
육십 년 전 내 자신의 증명사진
너희 때문에
쉬운 먹잇감
기차 여행
문 앞의 신들
현존 기한

Ⅴ
늙어
불가역적
말을 잃고
와해
비밀통문
우리 나이
드물게만 꿈은 내게로 왔다 친구로
밤 보고서
우리를 위한 하이쿠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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