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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391867 / 279쪽 168 x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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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작품 해설-거대한 사건 속 민초들의 미시사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여행 작가) 4.3과 일제강점기 제주의 고난에 비해 고려 말의 제주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 역사는 이 시기를 오랑캐를 무찌른 ‘승전의 기록’으로 기억하려 한다. 이 작품의 도입부에도 등장하지만, 제주 애월 해안로에 자리한 다락쉼터 즈음에는 비석 하나가 백전백승의 명장 최영 장군과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을 형상화한 석상 사이에 서 있다. 비석에 새겨진 문구는 “애월읍경은 항몽멸호의 땅”, 이곳 애월이 몽골에 맞서고 오랑캐를 없앤 곳이란 뜻이다. 이는 삼별초의 대 몽골 최후 항쟁지 항파두리와 목호 잔당과의 싸움에서 최영이 승기를 잡은 새별오름이 애월읍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호 토벌이 과연 ‘우리’의 승리였는가에 관해 정용연 작가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항몽멸호’라는 표현은 고려가 몽골 오랑캐에게 굴복한 역사가 굴욕이고 이에 끝까지 맞선 삼별초는 항거한 영웅들이며 이후 원 나라가 망하고도 남아 있던 오랑캐들을 끝내 멸절시킨 역사는 영광이라는 어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랑캐에게 침략당했던 고려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지금에 이른 우리에게는 민족의 자주 의지를 드러내는 영광스러운 역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데 조금 달리 놓고 보면 이 관점 어디에도 정작 ‘그 시기 제주에 살던 사람’이 없다. ‘오랑캐를 멸한’ 이 사건을 우리의 영광으로 해석하려면 최영을 주인공으로 삼아 영웅전을 만드는 편이 쉬웠을 터다. 하지만 정용연 작가는 원이 패퇴하고 제주 땅 안에 고립된 목호들 중 하나인 백호장 ‘석나리보개’와 유배 온 고려 관리 정한영의 손녀딸로서 석나리보개의 아내가 된 ‘버들아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 둘은 실존 인물이면서 한편으로는 시대 변곡점의 최전선을 장식하는 영웅이나 적장이 아니라 조연쯤 되는 인물들이다. 석나리보개와 버들아기는 각각 목호와 고려 여자로 만났으나 서로 뭍사람 아닌 섬사람으로 자라온 세대다. 한데 제주 사람들의 삶은 어떠했던가. 본래 탐라라는 별도의 나라였다가 고려에 편입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탐라인들에게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얕았다. 또한 그나마도 고려 관리들의 무리한 공출 요구에 시달리던 처지였으며, 수도에서 가장 먼 유배지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런 곳에 밀고 들어와 닥치는 대로 여인들을 겁탈한 몽골인들 또한 사실은 침략자였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 원래의 제주 사람들과 몽골인 그리고 몽골 혼혈인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고려가 “이미 저들은 모두 한통속, 아닌 자를 구분하기 힘들다”며 삼별초 진압 때의 두 배가 넘는 2만여 명을 동원해 토벌하러 왔다. 역사를 지배 세력의 교체와 충돌로만 해석하는 관점에서는 잘 안 보이는 부분이지만, 다 떠나서 그 속에서 살아가던 민초들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어느 쪽이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들이요, 스스로는 숫제 경계인에 가까웠으리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섬에서 나고 정착해 살아가던 이들 또한 옛 영광을 찾던 수장들과는 달리 그 섬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뿐이었을 터다. 작가는 석나리보개와 버들아기를 중심으로 섬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섬의 풍경을 급박하고 격렬하기 이를 데 없는 전투 장면 사이사이에 교차 편집으로 삽입한다. 전투 장면에서도 목호와 고려군의 대사를 각자의 위치에서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배치하고 있다. 그 결과 독자는 어느 순간엔가 격렬한 칼 가름과 끈적한 핏물 속에서도 사뭇 건조한 시선을 견지하게 된다.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고려 대 원’이나 ‘애국 군인 대 악독한 오랑캐’라는 선악과 승자 패자 구도가 아님을, 오히려 제주라는 공간이 오래도록 겪었던 상황과 그 속에서 그저 이미 살고 있었던 사람들 자체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시작을 장식한 4.3사건과 마지막을 장식한 강정해군기지 장면은 아주 짧지만, 작가의 의도를 한층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 아픈 역사를 계속해서 반복해 겪었던 제주의 이야기들이 사실은 각자 별개의 비극이 아니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의 존재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권력은 정치적 판단과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곧 역사로 기록되곤 하지만, 그 역사적 장면 뒤편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누군가의 삶과 일상이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제주라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힘이 정한 어떤 정의와 방향성 뒤에서 누군가는 편리하게 이용당하고 누군가는 이름 없는 희생자로서 어느 들판 구석에 굴러다닐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러한 아픔이 옛 역사 속 누군가의 이야기만이 아님을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목호의 난, 1374 제주>가 이러한 역설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제주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작품 속 주 배경이 되는 곳들을 한 번쯤 돌아보시기를. 제주라는 공간이 한층 더 다층적으로 다가오게 될 터다.
제1장 입성론
제2장 반격
제3장 별리
제4장 목호
제5장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
제6장 바람의 섬
제7장 결전
제8장 포위
제9장 핏빛 노을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