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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810932 / 260쪽 146 x 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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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우리나라에서 그림을 그린다 하면, 사대부 문인들의 고상한 취미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담아 난을 치고 대나무를 그렸지요. 그런데 고희동이 교육받은 서양화는 손의 기술을 매우 강조하였습니다. 서양화에서 그림은 정신이 아닌 기술, 화가는 문인이 아닌 장인에 가까웠습니다. _16쪽
김관호는 당시 일본의 가장 권위 있던 국가 미술 공모전에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특선을 거머쥐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이 놀라운 소식은 국내에 신속하게 전해졌습니다. 『무정』을 쓴 소설가 이광수는 〈매일신보〉에 “아! 특선! 특선! 특선이라 하면 미술계의 일성 급제라!”하고 감격했습니다. 피지배인 조선인이 종주국 일본인을 누르고 수석의 영예와 특선의 영광을 차지한 소식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신문 기사에 정작 〈해 질 녘〉 그림은 실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수상작 대신 실린 것은 다음과 같은 문구였습니다. “여인이 벌거벗은 그림인고로 사진을 게재치 못함.” _21~22쪽
우리의 미술이 서양의 모방이라는 콤플렉스를 혹시라도 갖고 계셨다면 거기에서 자유로워지시면 좋겠습니다. 녹록지 않았던 상황에서 화가가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한다면, 〈해 질 녘〉을 비롯한 많은 근현대 한국 미술은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매우 창조적인 작품으로 여겨질 테니까요. _29쪽
이인성의 그림에서 조국에 대해 치열히 고민했으나 온전히 주체적일 수는 없었던 우리의 과거를 봅니다. 나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으며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새삼 감사하게 되지요. 과거의 그림은 이렇게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_37쪽
이혼 스캔들 이후 나혜석 그림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원〉은 일본의 관전인 제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수작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인 평론가들은 혹평했습니다. “조선은 더 이상 이런 작품을 원하지 않는다”, “이전의 색시는 시들고 병들었다”라며 비판합니다. 찬찬히 읽어보면 작품에 대한 비난인지 나혜석이라는 여성에 대한 비난인지 헷갈립니다. _44쪽
우리 화단에는 유독 ‘한국의 인상주의’ ‘한국의 표현주의’ ‘한국의 고갱’ ‘한국의 고흐’와 같은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식어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한 한국 작가들에게 대중적인 공감을 얻게 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오용되지 않게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시대적 배경을 무시한 채 서구의 것이 오리지널이고 우리의 작품은 아류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가 어떠한 배경에서 어떠한 목적을 갖고 그렸는지를 공부하면 이런 위험을 예방할 수 있어 좋습니다. _57쪽
우리는 한 사람의 초상화를 통해 그가 속한 시대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모델을 똑같이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얼굴을 그 시대의 초상으로 확대해볼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이 있고요. 그래서 현대 작가가 그린 초상화를 보실 때는 그림이 모델의 외모를 얼마나 충실히 묘사했는가의 여부보다는 작가의 의도와 시대 배경을 더 열심히 살피기를 권유 드립니다. 훨씬 더 넓은 시야에서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_65쪽
산수화, 화조화, 인물화라는 개념만 존재하던 1959년에, 몇 개의 점을 찍어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 ‘몇 개의 점’에 자신의 철학, 신념, 가치를 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더구나 무서운 선생님과 선배들 앞에 점 몇 개 찍은 것을 ‘작품’이라고 내놓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만큼의 확신, 그리고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_113~115쪽
작품을 보고 ‘왜 이 작품은 미술관에 걸려 있나’라는 의문이 들 때면, 그 작품 뒤에 묵직하게 자리한 작가의 고민과 노력을 상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림의 가치는 많은 부분이 거기에 있습니다. _115쪽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아름답지도 않고, 도대체 뭘 감상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요. 이해합니다. 현대미술이 우리의 고정관념 속 미술과는 다른 점이 많지요. 그것은 현대미술이 ‘미술의 확장’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재료도 이전과는 다른 것을 쓰고, 형식도 과거와는 달리해서 ‘미술’이라는 틀을 계속 깨는 것이 현대미술의 주된 흐름이었습니다. _181~184쪽
한 작가를 계속 하나의 틀로 가두어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자칫하다간 작가의 최근작을 오독할 수 있고, 잘못하면 작가의 성장이나 변화를 막을 위험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_246쪽
과연 미술이라는 것이 사회에 필요한가? 작품을 만드는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회의감에 깊이 빠져 있을 때 강익중의 작업을 쭉 훑어보며 다시 생각했습니다. 미술은 미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생각이요. 미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고, 분열된 사람과 세상을 이을 수 있고, 일반 사람들에게 숨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과 생활에 필요한 영감과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작업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미술은, 나아가 예술은 여타 분야가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겠지요. 그것이 예술의 매력이자 필요가 아닐까 합니다. _25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