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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5351673 / 256쪽 188 x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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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취할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 그자비에 뮈사는 훌륭하고
기발한 만화적 비유들로 재간을 부린다.”
- 『르 푸앵』
지독한 연애의 흔적을 기록한 그래픽 자서전
깊이 있는 그래픽노블을 꾸준히 소개하는 미메시스에서 새로운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인 그자비에 뮈사는 그래픽 자서전이라는 장르에 천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그래픽 자서전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그 경향에 합류한 신진 작가가 아니다. 반대로 한참 전에 처음으로 그래픽노블에서 <나>와 <개인>의 영역을 단호하게 그리고 숨김없이 탐험한 작가 중 하나다. 약 20년간 두 권의 책과 짧은 작품 몇 편밖에 발표하지 않았기에 새로 등장한 작가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그자비에 뮈사는 1994년 그래픽노블에서는 처음으로 허구를 거부하고 순전히 자전적 내용의 작품만을 싣는 잡지 『에고 콤 엑스』(미지수로서의 에고)를 창간했다. 그와 함께 그래픽 자서전이라는 흐름이 시작했고 곧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 너도나도 달려드는 평범한 주제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그자비에 뮈사는 이미 출발부터 이 장르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쭉 하나의 길을 만들어 온 셈이다.
『살갗』은 작가의 두 번째 그래픽노블 작품이다. 작가가 데뷔작 『성가족』에서 자신과 가족 간의 관계를 풀어냈다면, 이번에는 더 나아가 가족과 떨어져 나온 이후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서 지독한 연애를 하고 끝을 본 이야기를 상세하게 보여 준다. 그 세월이 무려 16년이다. 뮈사는 미술 학교를 다니기 위해 예술과 만화의 도시 앙굴렘에 처음 와서 졸업 이후에도 계속 이곳에 남아 방황하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돈벌이를 위해 애니메이션 일을 했지만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인간관계 역시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그는 지금 상태를 바로잡고 회복시키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될 한 여자도 만난다. 아름답고 성적이면서 모든 것에 싫증을 내거나 쉽게 감정적으로 변하는 <실비아>에게 중독되면서, 작가는 사랑이라는 건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은 심리적인 것들을 벗겨 내는 것임을 알게 된다.
사랑은 상대의 살갗에 중독되는 일
책의 중심 주제인 실비아와의 격정적 사랑을 긴 도입부를 지나 등장시킴으로써, 작가는 앞서 이야기한 독성을 품은 가족과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실비아와의 사랑도 자리매김시킨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관계를 배치한 후에 비로소 작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림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친구들과의 관계, 실업 수당을 받으면서 겪게 되는 사회 모순들, 격변하는 정치적 상황, 해결되지 않는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애증으로 변모하는 실비아와의 연애 등 그 안에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자비에 뮈사는 『살갗』을 10년에 걸쳐서 완성했다. 책의 첫 부분과 끝부분에 그림 스타일이 달라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래픽 자서선에 대한 이론적 입장 표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감춤 없이 내건 책이다. 다만 작가는 그림까지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자뷔에 뮈사는 알레고리 및 그림으로 표현된 우화에 뛰어나다. 공간과 인물들이 단순하게 이어지지 않으며, 수시로 흐름을 벗어난 짧은 회로들 위로 등장한다. 동물과 광물, 신화적이거나 우주론적 세계가 말과 감정을 떠받치고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 간다. 때로는 산산조각이 난 언어 속에서 말과 감정이 더 잘 드러날 수 있음을 증명하며 독자를 괴롭힌다. 뮈사는 글과 그림 모두에 뛰어나고 복잡한 심리 관계에 대해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훌륭하게 그려 내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다. 마치 은밀하고 끈기 있게 탐구를 이어 가는 연금술사처럼 기호들을 연결하여 구성하는 자기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장면들을 보면 그가 이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으면서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을 정리하고 스스로 정화가 되어 인생의 한 챕터를 끝낸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그래픽 자서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그만한 진실과 포용력 그리고 재능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작가와 작품은 흔하지 않다.
아마도 나는 내가 받은 심리적 상처를 아버지가 인정하기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었을 테다. 설령 애정이 되살아난다 해도, 지나간 기다림을 떨치지 않고서는 결코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그때 일을 꺼내지 말 것. 따지려 들지 말고 그대로 지워 버릴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지우기 위해서 나는 책으로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 62면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우리는 상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고 그냥 알아보는 것이다. 상대의 내면에 그려진 표지를 알아보고, 그 친근한 표지가 우리를 끌어당긴다. 처음에는 보고자 하는 세부적인 것에서 출발하고, 곧 만화경 같은 환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머지는 가려 버린다.
본문 62면 중에서
누군가를 구해 주는 사람은 남들의 고통을 쫓아다닌다. 그는 일부러 어둠에 젖고 나서 그것을 스스로 없앤다. 그리고 자신이 고귀하고 전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종속 관계가 된다. 그리고 스스로 사랑하는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상대는 사랑으로 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면에서 오로지 고통받는 것만을 보는 사람을 그 누가 사랑할 수 있겠는가.
본문 83면 중에서
이 책에는 지극히 개인적 주제들, 또한 내밀하고 이념적이고 정서적 내용들이 얽혀 있고, 그런 복잡한 책의 제목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살갗>이라는 제목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은 성적이고 표면적인 울림입니다. 실비아와의 관계는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은 심리적인 것들을 벗겨 내서 일종의 동물성에 이르죠. 그런데도 모든 것이 살갗 위에서, 겉모습 위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말하자면 껍질을 벗겨 내고, 끝판에는 인력과 척력만이 남게 되는 거죠, 관계는 바로 그러한 상태에서 유일한 의미를 찾고 그와 동시에 끝이 납니다. 그리고 공격성도 있죠. 이 이야기가 갖는 잔혹한 측면, 그러니까 살을 먹어 버리는 것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본문 251면 <그자비에 뮈사와 『살갗』을 말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