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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46060845 / 272쪽 / 517g / 173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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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파우스트> 감독이자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시네아스트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러시아 엘레지>가 상영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러시아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변하기 시작한 러시아 영화계의 새로운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1990년대 이후 러시아 영화계에서 비타협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그는, 거의 편집하지 않는 관조적 시선의 롱테이크 미학을 작품에 도입했다. “시간의 흐름은 신의 영역에 놓인 그 어떤 수수께끼”라고 말하는 소쿠로프의 미학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조작하거나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영상에 담아내는 것이다.
문학과 회화, 음악에 관한 풍부한 소양 위에 구축된 독특한 영상 미학과 삶과 죽음, 시간의 기억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느리고 사색적인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는 그의 영화는, 영화가 줄거리와 인물의 대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음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러시아 영화감독에 대한 일종의 입문서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희망


알렉산드르 소쿠로프(Alexandr Sokurov)는 러시아 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며 흔히 안드레이 타르콥스키(Andrei Tarkovsky)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되는,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시네아티스트다. 1968년 지금은 니즈니노브고로드로 개명된 고리키 대학 역사학부에 입학했고, 대학 재학 중 고리키 TV에서 일하면서 1974년 마침내 영화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1975년에는 러시아 국립 영화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연출을 전공했다.
그의 데뷔작이자 러시아 국립 영화대학의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가 러시아 영화계와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을 때, 이 영화를 본 타르콥스키는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희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1980~1987년에 연출한 소쿠로프의 작품은 모두 상영이 금지되었으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서 제5회 소비에트 영화인 연합 대회를 시작으로 소쿠로프 작품들의 스크린 상영이 대부분 허가되었고, TV로도 방영되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세컨드 서클>, <엘레지>),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어머니와 아들>), 칸영화제(<몰로흐>, <아버지와 아들>) 등에서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파우스트>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작가주의 영화의 전통을 잇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에 관한 입문서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폐허의 시간』


서문을 대신한 1편의 글과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작품을 다룬 9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감독 이전의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의 궤적에 대한 추적에서 시작한다.
감독이 된 후 그가 연출한 작품을 이해하는 시발점이 바로 감독 이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비롯한 철학, 문헌학 등 인문학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소쿠로프의 신념과 19세기 러시아와 유럽의 문학, 클래식 음악과 회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소쿠로프의 소양은 ‘1장 영화, 또 하나의 삶: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영화’를 잇는 여덟 편의 글을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소쿠로프는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를 연출한 이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넘나들며 ‘엘레지’, ‘죽음 3부작’, ‘권력 4부작’ 및 <러시아 방주> 등을 통해 러시아라는 문화의 유산, 예술과 예술가, 삶과 죽음, 절대적인 권력자의 표상을 빌려 영화적 ‘역사’를 구축해왔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소쿠로프의 작품을 통해 소쿠로프 영화에 담긴 철학적 주제와 예술적 성취에 대해 논하고 있다.
_소쿠로프가 주목하는 주제인 권력과 죽음에 대한 주관적 사유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히틀러를 위한 소나타>와 <암피르>
_러시아 영화 최초로 에피소드로서의 죽음이 아닌 현상학적 차원에서 죽음을 다룸으로써, 죽음에 대해 허구적으로 승리하게 하는 현대 문화에 맞서 죽음을 직시하게 하는 <세컨드 서클>
_겹침의 미학으로 명백성과 명백한 의미의 생성에 저항해 흐릿한 의식을 산출하는 <위베르 로베르, 행복한 인생>
_권력의 영광 뒤에 드러나는 비루한 신체가 인상적인 <몰로흐>와
_영광의 육체 뒤에 종결된 인간의 삶을 그리기보다 삶의 과정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던 체호프의 작품처럼, ‘지속’으로서의 삶의 이미지에 주목해 자신의 생가 박물관을 찾은 체호프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에 다가가는 <돌>
_문화적 메시아니즘이 구현된 역사관을 통해 러시아 문화의 지위를 논하고 정체성을 탐색하며,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절되지 않고 영원히 항해할 것이라는 감독의 의식을 담은, 러닝 타임 96분의 하나의 숏으로 구성된 <러시아 방주>
_무력 충돌이나 갈등이 아닌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파괴가 아닌 관계의 재건을 보여준 전쟁 영화 <알렉산드라>
_권력 4부작의 마지막으로 작품으로 구원이라는 원작의 반전이 아닌, 바그너의 말대로 선은 없고 악만 있는 비관적 세상을 그린 <파우스트>

시장 원리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러시아 작가주의의 전통을 잇고 있는 소쿠로프의 영화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낯선 인물이 되어버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에 맞춰 발간되는 이 책이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라는 인간의 의식과 내면세계에 주목하는 이 영화감독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소쿠로프의 대표적 시리즈

엘레지
소쿠로프는 1986년 <엘레지>를 시작으로, 선배 감독 타르콥스키(<모스크바 엘레지>, 1986~ 1988), 문호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솔제니친과의 대화>, 1998), 작곡가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비올라를 위한 소나타>, 1981)와 같은 러시아 예술가부터 이름 없는 농민(<마리야: 농민 엘레지>, 1978~1988)과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소비에트 엘레지>, 1989) 등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조국 러시아의 정신을 구현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엘레지(e?le?gie, 哀歌)’라는 형식을 헌정했다. 엘레지 연작들은 기억의 문제와 러시아, 소련의 문화적 유산의 문제, 마치 체제 외부의 시간을 살아낸 듯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의 문제를 그리면서 모든 사라진 것을 애도한다.

삶과 죽음에 관한 3부작
소쿠로프는 1990년대에 들어 삶과 죽음에 관한 3부작 <세컨드 서클>(1990), <돌>(1992), <속삭이는 페이지>(1993)를 완성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해외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3부작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일종의 예술적 성찰이다. 1부에 해당하는 <세컨드 서클>은 데뷔작 <인간의 외로운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주된 테마이자 모티프로 삼았다. 소쿠로프는 이 작품에 뒤이어 불멸 또는 영혼의 부활을 주제로 한 영화 <돌>을 만들었다. <세컨드 서클>에서 죽음을, <돌>에서 불멸 혹은 부활을 이야기한 데 이어 <속삭이는 페이지>에서는 삶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권력 4부작
소쿠로프는 요양원에서 쇠약한 상태로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레닌을 다룬 <토러스>(2000), 참모진과 연인 에바와 함께 고립된 요새에서 자신의 최후를 관망하는 히틀러를 그린 <몰로흐>(1999), 항복을 준비하는 지하 벙커의 히로히토를 연출한 (2004), 절대적인 ‘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파우스트>(2011)를 통해 자신의 권력 4부작을 완결 지었다. 그는 역사적인 인물이 아닌 문학 작품 속 인물로 권력 4부작을 마무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마가레트를 이용합니다. 히틀러와 레닌 히로히토가 자신들의 국민을 이용한 것과 같지요. 파우스트가 이 독재자들과 어떤 점이 다르겠습니까?”라고 답변했다. 푸틴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권력자 시리즈라는 점이 논란이 되면서, 심지어 소쿠로프를 파우스트로 푸틴 대통령을 그를 유혹하는 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렇듯 영화 이외의 정치적 배경과 함의까지 주목받은 이 영화에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황금사자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 책에 참여한 사람들

김수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
김종민 강남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박하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박사 과정
라승도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미하일 얌폴스키 뉴욕 대학교 비교문학과 교수
이나라 강원대학교 영상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교수
이희원 상명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전미라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박사 과정
정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문화예술대학 교수
홍상우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

저자 소개

  • 저자 : 홍상우, 라승도, 미하일 얌폴스키 외
지은이 : 홍상우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이다. 한국외대 노어과를 졸업했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동시통역사)과 한국외대 대학원(문학박사)을 졸업하고 러시아국립영화대학(VGIK)에서 수학했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 NETPAK상 심사위원 등 몇몇 국제영화제에서 심사 위원을 했다. 저서로는 <영화읽기의 즐거움>, <영화, 환경을 이야기하다.>, <중앙아시아 영화를 보다>, , <세계 영화 기행> 등이 있다.  

지은이 : 라승도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시주립대학교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문학 및 현대 러시아 문화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 문화로 보는 오늘의 러시아』(공저), 『러시아 인문공간: 자연·인간·사회』(편저), 『시네마트료시카: 영화로 읽는 오늘의 러시아』, 『사바틴에서 푸시킨까지: 한국 속 러시아 발자취 150년』(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러시아 영화: 문화적 기억과 미학적 전통』이 있다.  

지은이 : 김종민
1961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 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20년간 '제주 4.3 사건'에 대해 공부해 왔다. 1987년
<제주신문>
에 들어가 1988년 3월부터 1990년 1월까지 '4.3 특별 취재반'에서 활동했다. 언론 민주화 운동을 하다 해직된 뒤, 1990년 6월
<제민일보>
창간에 참여했다.
<제민일보>
'4.3 특별 취재반'으로 활동하며 1990년부터 1999년까지 기획 특집 '4.3은 말한다'를 총 456회 연재했다. 2000년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 전문 위원으로 선임되어 2008년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낸 책으로 5권짜리 <4.3은 말한다>(양조훈.김종민 공저)가 있다.  




지은이 : 김수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학술원) 문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책에 따라 살기』 『사유하는 구조』 등이, 옮긴 책으로 『문화와 폭발』 『기호계』 『영화와 의미의 탐구』(공역) 등이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이다.  

지은이 : 미하일 얌폴스키 (Mikhail Iampolski)
얌폴스키는 현대 러시아 인문학계를 선도하는 대표적 학자 중 한 사람으로 현재 뉴욕대학에서 비교문학 및 러시아문학 전공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1년에 모스크바사범대학을 졸업했으나 유대계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직업을 갖지 못했다. 1974년부터 러시아 영화예술연구소에서 서구의 이론서적을 번역했다. 1980년대 초반 모스크바?-타르투 학파에 잠시 가담했으며 1990년대 초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철학연구소에서 발레리 포도로가, 미하일 리클린 등과 함께 모스크바 철학자 그룹을 결성했다. 1991년 게티센터의 초청으로 처음 미국을 가게 되었고 이듬해 뉴욕대학에 임용되었다. 학문적 이력을 영화연구로 시작했으나 2000년 이후로는 이미지의 철학적 차원과 재현의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대작을 계속 선보이면서 포스트소비에트 시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더불어 얌폴스키는 흔히 1980~1990년대 세대를 위한 트로이카로 불리는 알렉세이 게르만, 키라 무라토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영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그들의 예술적 무게에 값하는 비평적 응답과 지지를 보내준 이로, 특히 소쿠로프 감독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비평가로 꼽은 바 있다. 2009년에 무라토바 감독에 관한 단행본(《무라토바: 영화인류학의 경험》)을 출간했으며 에이젠슈테인 감독에 관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대표저작으로는《관찰자》,《악마와 미로》,《상징적인 것의 인상학》,《테이레시아스의 기억》,《방직공과 환시자(幻視者)》 등이 있다. 2004년에 안드레이 벨리 인문학 상(Bely Award)을, 2014년에 칸딘스키 예술상(Kandinsky Prize)을 받았다.  

지은이 : 이나라
1973년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출생. 곳곳으로 잦은 이사를 다녔고, 컬러 TV를 보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1996년 사회학과 대학생이던 시절, 처음 김포공항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방문했다. 2002년 서울에서 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의 극장과 거리에 익숙해질 무렵인 2013년 파리 팡테옹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했다. 현재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영화와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가르친다.  

지은이 : 박하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박사 과정  

지은이 :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교수  

지은이 : 이희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교수  

지은이 : 전미라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박사 과정  

지은이 : 정미숙
가톨릭관동대학교 방송문화예술대학 교수  

엮은이 : 홍상우
경상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이다. 한국외대 노어과를 졸업했다. 한국외대 통역대학원(동시통역사)과 한국외대 대학원(문학박사)을 졸업하고 러시아국립영화대학(VGIK)에서 수학했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 NETPAK상 심사위원 등 몇몇 국제영화제에서 심사 위원을 했다. 저서로는 <영화읽기의 즐거움>, <영화, 환경을 이야기하다.>, <중앙아시아 영화를 보다>, , <세계 영화 기행> 등이 있다.  

엮은이 : 이지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러시아학술원 문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 현대시를 비롯한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현대 러시아 문화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현대 러시아 문화와 (탈)식민주의』, 『응시와 권력: 드미트리 프리고프와 퍼포먼스로서의 텍스트』, 저서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불가능을 그리다: 탈재현의 예술과 숭고』, 『제국과 기념비: 권력의 표상공간으로서의 20세기 러시아 문화』(근간) 등이 있다.  

책 속에서

P.45 : “소쿠로프의 영화를 보고 난 뒤 줄거리를 말하려고 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어 줄거리를 요약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약된 줄거리는 그의 영화를 반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쿠로프의 영화를 하나의 줄거리로 요약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시간의 흐름’을 시간 그 자체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어떤 사건이 영화의 서사를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때 그 영화는 시간의 흐름보다는 시작과 끝이 정해진 시간의 ‘정지된 단면’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사건을 중심으로 시간을 오려 붙여 만든 모자이크에 비유할 수 있다. 흐르는 시간 그 자체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했던 소쿠로프의 영화에서 사건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혹은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의 자장 가운데 흐르는 시간 그 자체가 중요하다.”
_ 01. 영화ㅡ 또 하나의 삶


P.52 : “소쿠로프의 영화에서 죽음은 주로 황량하고 추운 겨울 풍경, 폐허의 공간, 왜곡되고 지치고 병든 육체와 관련된다. 인물의 육체는 영화의 주제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특히 허무와 죽음과 육체는 초창기 극영화 작품에서 더욱 암울하게 표현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이 경험하는 암울한 현실은 소쿠로프가 찾고자 하는 존재와 실존의 본래 의미를 사유하려는 따뜻한 시선일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은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각각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_ 02.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계에서


P.112 : “<세컨드 서클>은 신이 죽어버린 세계, 반복 불가능한 개인성의 존재론적 보증이 사라져버린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죽은 아버지가 주인공이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대타자의 시뮬라크르가 되는 세계다. 이것은 흔적들, 프로이트의 ‘사물의 기억의 흔적들’이 씻기고 타버리는 세계다. 그 결과 영원 회귀의 마법적 메커니즘, 끝없는 원의 작용 속에서 개인성이 교체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제2옥 너머에는 제3옥이 이어지며,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다. 따라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의 해방은 별다른 낙관주의를 안겨주지 못한다.”
_ 03. 영화에서의 죽음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시간의 박물관[이지연]
01 영화, 또 하나의 삶: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삶과 영화[전미라]
02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계에서: <히틀러를 위한 소나타>와 <암피르>를 중심으로[정미숙]
03 영화에서의 죽음[미하일 얌폴스키 지음, 김수환 옮김]
04 소쿠로프 영화에서의 집과 몸: 이미지라는 껍질[이나라]
05 영원한 현재: <돌>[홍상우]
06 구원과 영원성: <러시아 방주>의 메시아니즘[이희원]
07 폭력을 배제하고도 전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 <알렉산드라>[박하연]
08 전쟁 없는 전쟁 영화: <알렉산드라>[라승도]
09 소쿠로프와 반(反)파우스트 지향[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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