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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271367 / 256쪽 136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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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난 한국 남자가 싫어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네 한국이란 나라의 남자들을.”
‘코피노 문제’로 대표되는 우리의 민낯을 담아낸 소설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인 ‘코피노’는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일컫는 말이다. 사업, 유학, 관광… 저마다 필리핀 방문의 이유는 달랐지만 비겁한 뒷모습은 같았다. 한국 남자들이 무책임하게 필리핀에 버려두고 떠난 자녀는 3만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8년 코피노의 ‘아빠 찾기’ 소송이 승소한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제소송을 할 형편이 안 되는 필리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코피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십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명 ‘섹스 관광’이라 불리는 필리핀 성매매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부시티 빈민가에는 코피노 아이들이 많이 사는 ‘코리안 베이비’ 골목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코피노 문제’를 전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성폭력’을 전면으로 다루며 여성들의 고통과 연대를 담아낸 첫 장편소설 『굿바이, 세븐틴』에서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여성 전문 성형 병원의 현장감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 역시 수차례 필리핀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마닐라, 따가이따이, 팔라완섬, 지하강 등 배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동감 있는 소설을 써냈다. 한인 사업가의 실종에 얽힌 미스터리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어글리 코리안’의 초상. 주변국 원주민들에게 비도덕적 행위를 주고 있는 우리가 그들의 상처 앞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우리 안의 ‘어글리 마인드’는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잊지 않는 것이다.”
뿌리 뽑힌 삶… 그녀들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지나간 것을 기억하는 건 어리석다는 국회의원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말씀은 무조건 잘 듣는 ‘나’. ‘나’와는 다르게 아버지와 다른 삶을 꿈꾸며 한국을 떠나 소식이 끊긴 ‘형’. 그런데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형의 실종 소식이 들려온다.
형을 찾아나선 길에 만난 ‘에일리’. 필리핀 남부의 섬 팔라완 출생, 교도소에서 여섯 살까지 엄마와 함께 살았던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마닐라의 한 술집에 취직했다. 그곳은 사업을 핑계로 섹스 관광을 온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에일리는 왜 그곳에 취직한 걸까?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걸까?
에일리와 수많은 또 다른 에일리들, 그들의 뿌리 뽑힌 삶.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 대신 오래도록 인정받지 못한 존재로 이리저리 떠밀려야 하는 삶. 입을 막는다고 해서, 듣지 않고 외면한다고 해서, 우리의 치부가 가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그들의 삶을 그렇게 슬프게 만들 자격은 없다. 자신을 이 세상에 있게 한 아버지란 존재에게서마저 존재를 부정당한 코피노들. 그러나 그들은 말한다. 반드시 행복해지겠다고.
아버지의 말씀만 무조건적으로 들으며 살아오던 ‘나’ 역시 에일리의 삶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잊게 하는 세상.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한 우리는 마음껏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이었을지라도 꿋꿋이 제 삶을 살아내는 수많은 에일리들처럼 말이다.
“너희들은 당해도 싸. 특히 너희 한국인들은 미국 놈들보다 재수가 없거든. 왠지 알아? (…) 너무 뻔뻔하거든. 그런데도 자신들이 얼마나 뻔뻔한지 몰라.”
놈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 붙인다.
“내가 아는 어떤 년들은 한국 남자를 사랑해 한국 남자의 아이를 낳았어. 하지만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아이 아빠를 찾아 한국으로 가보기도 하지만 백이면 백 포기하고 돌아와. 아니 실은 그렇게 미친 척 가볼 필요도 없는 일이야. 애초에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이름과 진짜 주소를 남기는 법이 없으니까. 한국말을 모르는 애인들에게 먼 훗날 찾아오라며 쌍욕이 쓰인 쪽지를 키스와 함께 건네주기도 하지. 제기랄. 아이들은 버려지거나 평생 아빠를 모르고 자라. 여기는 그런 아이들 천지야. 난 너희들이 여기 와서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지. 배가 부르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는 부자들을 싫어해. 너 같은 한국인 부자는 더더욱 재수가 없다고. 잘살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여기까지 와서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p.68,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에서)
하지만 인간이 언제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사는 건 아니지 않는가. 제 몸에 어울린다는 판단은 누구의 판단이란 말인가. (…) 어쩌면 인간은 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살며, 그 옷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자신의 몸과 영혼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가 아닐는지. (pp.161-162, ‘aladiner’s 노트’에서)
“에일리, 저들은 누구일까. 누구라서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 걸까. 어린 네가 이 이상한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두렵지만 솔직히 말해줄까. 나는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해주겠다. 너는 분명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였으나 이제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을. 나는 그 사실 또한 너에게 숨기고 싶지 않구나. 네가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든 그건 너의 자유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는 게 너무나 슬프구나. 에일리, 사랑스러운 내 딸.” (p.180, ‘에일리와 준’에서)
한편으로 이 넓은 지구상의 시간들이 모두 비슷한 궤적을 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각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진 점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구와 함께 돌고 또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갑자기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p.201, ‘지하강 앞에서’에서)
때때로 진실은 너무도 무력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중요한 건 우리가 그걸 잊지 않는 것 아닐까. 라틴어 경구에 진실(verritas)의 반대말은 거짓(falsum)이 아니라 망각(ablivio)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야. (p.246, ‘약속합니다’에서)
형의 실종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
드문 어제
시간을 삼키는 잠
aladiner’s 노트
에일리와 준
지하강 앞에서
영혼이 마르는 섬
약속합니다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