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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할 권리

이근화 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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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2759539 / 304쪽 128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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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인간은 누구에게나 고독할 권리가 있다”
해야 할 것은 많고 할 수 있는 것은 적은 요즘의 당신을 위하여


시인 이근화의 신작 산문집 『고독할 권리』가 출간되었다.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동시집, 한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한 저작 활동을 이어온 이근화 시인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한 줌 에세이」를 다듬고 새로운 산문을 더해 총 스물네 편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 한 권으로 묶었다.
연재 당시 “이상한 긍정의 힘과 선善의 상상력이 넘쳐흐르는 에세이”(소설가 이기호)라고 호평받은 바 있는 이 책은, 여성이자 엄마, 시인이자 생활인이라는 무수한 자의식과 씨름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시인만의 다채로운 감각으로 포착하여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생활의 온기를 구김살 없이 풀어낸다.

저자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머리말

▲ 작가의 말

고독하고 싶었지만 고독하지 못했던 시간들.
애초에 고독은 내 삶에 들어올 자리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5년간의 에세이 한 줌.
뿌연 먼지 속에 고독은 저 혼자 눈이 부시네.

외로운 사람들을 쉽게 알아본다는 것.
아마도 그게 내 장기가 아닐까.

가을이 짧아져서 걱정이다.

 

책 속에서


장마철이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밤하늘도 뿌옇다. 아이가 달이 보고 싶다고 한다. 날이 흐리니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그만 가서 자라고 했다. 방으로 들어간 아이는 크레파스로 종이를 새까맣게 칠하고 야광 스티커를 달 모양으로 오려 붙인다. “여깄지, 달” 하는 아이 옆에서 한 시절이 간다. ―p. 30, 「귀가 잘린 고양이처럼」


여행이란 다른 소리에 귀를 열어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여행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이 귀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낮은 발소리와 웅성거림, 낯선 언어와 음성들, 시끄러운 음악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이상한 고요, 광장과 카페의 부산함 같은 것들은 풍경 이전의 소리이고 그런 소리들을 쫓아서 발길을 옮기게 된다. 나와 함께 어떤 소리를 들으러 떠나겠어요? 이렇게 청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그만 가방을 들고 따라나설 것이다.
―p. 80, 「여행이라는 몹쓸 짓」


언젠가 머릿속이 엉키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집 밖으로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 책과 노트북을 들고 무작정 나왔으나 갈 곳이 없었다. 졸업한 이후로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고 중고생이 키득거리는 구립 도서관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카페에 들어갔다. 한담을 나누며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처럼 혼자 와서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바깥에 비해 실내 공기가 너무 시원하고 음악이 지나치게 크긴 했지만 오랜만에 그러고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집에서 하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생각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 있었다.
―p. 125, 「집으로 가는 길」


문득 나의 능력과 역할을 잘 모르겠고, 혼란에 빠진 듯 휘청거릴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냉장고의 차가운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춘다.
냉장고는 집의 차가운 심장이다. 한밤중 어두운 부엌의 냉장고에 기대어 앉으면 모든 사물들이 냉장고의 소음에 박자를 맞춰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밤이 흘러가고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pp. 187-188, 「냉장고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추네」


어느새 젊음은 내게서 빠져나갔다. 외모쯤이야 어때, 라고 말하는 당당하고 용감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라한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젊음을 대신해서 내가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젊음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면 우아하게라도 늙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을 대신한다는 관념 자체가 마치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피해망상적 집착인 것 같아 스스로도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소피처럼 대담하게 괜찮아, 하기가 어려웠다. 어쩐지 여성 문인이라면 좀 마르고 어둡고 고독한 이미지여야 할 것 같지만 내 외모와 분위기는 사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것 역시 타고나는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p. 223, 「소피의 힘」


글을 쓰면서 내가 만들어내는 나, 연출하는 나를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 착각을 일깨워준 것이 바로 딸들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딸들을 보며 나는 내 자신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며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 쓰여야 할 것만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지워야 할 것이다. 또다시 낭떠러지에 선 기분이 들 것이다. 허무와 고독이라는 착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p. 243, 「새를 키우고 싶어요」


정말 고독은 착각일 뿐일지도. 고독이라고 말하는 것 속에 담아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숨 쉬는 많은 다른 것들을 외면하는, 외면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밀려드는 감정을 그렇게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외면하는가, 외면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그토록 이기적으로 사랑하는 자신과 그 안에서 숨 쉬는 타자들의 목을 조르는 이유는 뭘까. 대체로 우리는 너무 바쁘고 요란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고독에 대한 진정한 사유가 없기에 자신도, 내 안의 살고 있는 무수한 ‘나’들에 대해서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p. 258, 「생활체육 교실―고독할 권리 1

 

목차

1부 발이 다 식은 채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
느긋하게 사랑을 배운다는 것
귀가 잘린 고양이처럼
나와 어린 시절의 ‘나’는 0.1센티미터

2부 생명의 작은 신호들
이웃 사람들
호수에 빠진 환상
매미 오줌 맞기
나무·이끼·새

3부 시라는 절벽, 산문이라는 언덕
여행이라는 몹쓸 짓
나의 밀가루 여행
고양이와 개에 관한 거짓말
집으로 가는 길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조를 때

4부 슬픔이라는 두툼한 장갑
속옷 차림으로
불안한 페이지
냉장고 불빛은 나의 배고픔을 비추네
기울기와 스며듦에 관해서

5부 오늘도 무럭무럭
기압골의 영향으로
소피의 힘
새를 키우고 싶어요

6부 산책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
생활체육 교실―고독할 권리 1
이웃이란 누구인가―고독할 권리 2
까나리 샌드위치―혀의 노예
시장 가는 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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