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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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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패기어린 젊은 작가가 도모한, 성공적인 실패와 간절한 모험의 기록
이 책은 설치미술을 공부하는 미술학도가 자신의 과제물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과 탐험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과정은 작가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발견과 구체화와 가능성의 실험이다.
'철제 오브제'라는 대상이 과제물과 작품 사이에서 출발하듯 작가 유지원은 예술가와 예술학도 사이에서 진동하며 묻고 대답하고 다시 묻는다. 다시 발견하고 다시 탄생하고 다시 회의한다. 예술가는 체계화되고 획일화된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부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이지만 예술학도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을 축적하는 자이다. 이미 획일화된 아카데미에서 기존의 방식들을 학습하고 그것으로 평가받는다. 유지원은 그것의 의미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한다. 예술가와 예술학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자신을 재발견하고 재정립하려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으며 그 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유지원의 작품 '철제 오브제'도 놓여 있다. 작가와 작품은 서로를 마주본다. 작가와 작가 자신도 마주본다. 어느 새 '철제 오브제'는 탄생의 순간을 앞둔 예술적 존재가 된다.
유지원은 “철제 오브제를 살려낸다면 다른 과제들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기대에 찬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대상에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철제 오브제'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출발시키기 위해서. 이것은 모든 예술작품에서의 작가와 대상과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스스로 대상이 되고 대상은 작가 그 자신이 된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작가이기도 하고 작품이기도 하고 모든 존재의 탄생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순간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네 개의 긴 다리와 몸판, 두 개의 뿔을 가진 '철제 오브제'를 살리기 위해 작가는 청동기 문양들이 현재까지 이미지로 각인되어 살아남은 방식을 고찰한다. 시간적으로 고대의 문양에서부터 출발했다면 공간에 있어서는 작가에게 익숙한 연신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철제 오브제'를 위한 모색을 한다. 연신내라는 지역이 상권을 개발하기 위해 취한 방식들을 살피고 어떠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며 그 결과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 이 요소들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한다. 또한 작품을 살릴 다른 공간과 다른 작품들을 찾아 탐구하고 이들 간의 상호관계성에 대해 모색한다. '철제 오브제' 자체가 주는 궁극적 심상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심상의 의미와 회화의 역사적 특성을 통해 자신의 미술에 대한 가치를 피력하고 매 순간 새롭게 편입하는 새로운 매체와 방식들 속에서 새로운 예술가가 갖춰야 할 대안을 고민한다.
분명 이 책은 체계적이고 날카로운 논리로 무장한 미학 이론서나 비평서는 아니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작품에 대한 해설도 아니다. 그러나 완성에 대한 저항, 이것이야말로 가장 예술적인 것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뜨거운 열정의 기록이며 용기와 간절함의 작업이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새로운 존재를 만드는 작업의 기록이다. 예술의 탄생 과정, 그 자체이자 세상과 존재가 관계를 맺는 여정을 보여주는 진지한 모험의 기록이다.
본문 속으로
이제 우리는 포스트-매체 조건 자체가 형성되는 그 과정을 순수하게 재고하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제가 제안할 방안은 새로운 매체를 형성할 때부터 매체 자체에 대한 조건 제시, 매체 자체에 대한 관습과 관념 재고, 재조직, 즉, 이차 작업이나 후반 작업이라고 말하는 재조건화까지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매체 자체에 대한 이차 작업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니꼴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 의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이야기하는 관계 미학적 재해석과 재배치입니다. 《포스트프로덕션》에서 다룬 것이 예술을 이루는 개체 간에 관계 미학이었다면, 우리는 매체 자체를 그 개체로 두고 매체 자체 간의 관계 미학적 재해석과 재배치를 수행할 것입니다. 이때 ‘철제 오브제 – 혹은 철제 오브제에서 파생한 리스트- ’는 매거진 《This is tomorrow》의 매체[medium] 분류에 포함된 beijing과 마찬가지의 위치에 놓인다고 봅니다. 철제 오브제에 대한 이론을 이 책에서 세웠고 여기서 파생한 작업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철제 오브제와 다른 리스트 혹은 매체들 간의 혼합과 재조직의 과정에서 도출할 미학적 요건이 바로 이 ‘포스트–포스트’적인 작업으로 읽힐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즉, 개개의 작업물이 아닌 개개의 매체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 것입니다.
안부의 글 중에서
만들어질 때 분명 사물마다 각자 원하는 정체의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상상한 정체의 공간의 이미지는 내 작업실이 아니었을 확률이 크다. 여기서 정체의 공간이란, 사물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만드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이는 사물이 만들어진 이유에 해당하기도 하고, 사물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고 제 역할을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여기서 정의하는 정체의 공간이란 이들이 도달해야 하는 종착점이자 이들의 발생 이유이고, 구원이다. 그러나 이 사물들이 정착한 내 작업실이 과연 이 사물들 각자가 목표한 정체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정착한 공간은 작업실이고, 작업실은 나를 위한 공간이자 내가 주체인 장소이다. 이 공간은 나라는 개인의 심상에 적합하게 꾸며지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정체성이 온전히 이곳 사물들의 정체성일 리 없다. 예를 들어 리스트에 복도에서 주워온 텔레비전이 있는데 나는 텔레비전에 연결할 케이블이 없다. 불쌍하게도 텔레비전은 내 작업실에서 작동될 수 없다. 주인을 잘못 만난 것이다. 굳이 이 리스트에 포함한 사물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주인을 잘못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누가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진정 사물 각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정체의 공간의 이미지를 그대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타이완Taiwan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과 케냐Kenya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천국을 생각할 때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도와줄 것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정체의 공간을 이루는 것이다. 천국과 마찬가지이다. 신이 만든 천국의 형태가 우리가 원하는 천국의 형태와 완벽히 일치할 리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국에 만족한다. 우리가 원하는 천국의 형태 중 일부가 실제 천국의 형태와 일치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을 믿는다. 신이 보기에 완벽한 천국이라면, 어쨌든 천국은 천국이니까 누구라도 본인의 이상과 합치하는 부분이 약간은 존재할 것이다. 신은 모두의 만족을 위해 궁극적인 천국을 만들면 된다. 천국이 신에게 온전하다면 인간은 만족할 것이다.
3장 <긴 화면> 중에서
0. 안부의 글 6
1. 빈 화면과 오브제 11 - 과제물 - 철제 오브제의 발견에 대한 진실 - 철제 오브제와의 관계 - 양자역학
2. 철제 오브제 23 - 철제 오브제와 기호화에 대한 이야기 - 철제 오브제의 탄생 - 철제 오브제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 - 철제 오브제와 군인 친구 - 사슴의 역할 - 철제 오브제를 살리기 위해서
3. 긴 화면 37 - 정체의 공간 - 긴 화면 - 소장품 리스트 - 긴 화면의 실패 * 미약한 관계에 대하여
4. 연신내 97 - 연신내 욜로길 - 철제 오브제의 좌대 - 철제 오브제와 두 리스트 간의 무게에 대하여
5. 철제 오브제에 대하여 113 - 철제 오브제가 가질 수 있는 위치 - 철제 오브제의 심상은 가시화 될 수 있는가 - 철제 오브제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P.S. 125







































